아... 이거구나!
고추 고랑 여섯개|
두 고랑씩 마주 따나가다가 마지막 고랑 반을 남겨두고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드러났다.
고추그늘에 의지해서 따다가 그예 무자비한 햇살에 노출...
그래도 겨우 반고랑만 더 따면 되니까 서둘렀다.
내리쬐는 햇살...
그것도 비닐하우스 안...
위험을 느낀다.
사람이 이러다 쓰러지는 거구나!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무식하게 고추를 막 거칠게 잡아땄다.
언제 다시 와서 이거 조금 남은거 따냐... 어여 서둘러서 따고 탈출하자!
총 여덟 바구니!
올해 고추 작황이 반토막이 났다!
고추에 구멍 빵빵 내놓는 벌레가 다 먹어치웠다.
헐떡거리는 상태로 고추들은 운반차에 내동댕이치고
서둘러 농막으로 쫓아올라갔다.
이럴때 필요한 건 물!
그 전에 포카리스웨트 한 병을 들이켰다.
허덕거리던 숨이 잦아든다.
션한 맥주가 갈증 잡는데는 최고지 싶어 한병 들이키고...
그러고나니 정신이 돌아오네!!!
올해는 폭염이 유난하다!
작년까지만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오늘 좀 위험했어!
더 버텼으면 쓰러졌을거야!
마치 극한체험을 하듯 버텼는데 이건 어리석은거야...
나무꾼은 자리보전 중이다.
최근 처방받은 약 때문인지... 기력을 못 찾고 있다.
아까 고추 따러 같이 왔다가 첫 고랑에서 물러섰다.
사람이 살고봐야지 어여 가서 쉬라고 쫓아냈다.
그래...
사람이 살고봐야지...
알면서 오늘 어리석은 행동을 했네...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그뒤 하루종일 쉬었다.
그러노라고 까묵은거!!!
아마 더위먹어서 까묵은 걸거야~
텃밭 비닐하우스 작물들 물 안 줬고
닭집에 모이 안 줬다.
참깨 쪄놓은거 뒤적거려줘야 하는데 그것도 안 했고...
모두 올스톱~
그냥 널브러져서 하루를 보냈네...
해거름에 겨우 몸을 일으켜서 한바퀴 돌았다.
비닐하우스 안에 물 틀어놓고 닭집에 올라가보니 모이통이 깨끗~
그간 맛없다고 안 먹어서 바닥에 남아있던 가루부스러기까지 다 쪼아먹었나벼...
그랴 미안타! 내일 아침에 많이 줄게!
모이통 청소 잘했네 ㅎㅎ
두루두루 마당 식구들 밥 챙겨주고 들어왔다.
참깨 쪄내고 난 뒤 헛고랑에 들깨들이 쏙~ 존재를 드러냈다.
저 운반차로 두 차 그득~ 우리 먹을 참깨는 나올겨!
그럼 됐지 뭐~
내일 손님들 오시는데 나물 반찬 대여섯가지 해놓고 비록 풀떼기 고정반찬들이지만... 도토리묵도 한냄비 쑤어놓았다.
내일은 옥수수를 다 딸 계획이다.
도시처자들이랑 옥수수도 따서 가마솥에 삶아묵고 고기도 궈먹고~ 내일은 일도 하지만 놀기도 해야지~
요며칠 참깨 베어 말리고 고추따고 애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