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까이 있는 텃밭 세 군데~
가히 기막힌 풀밭이 되었더라~
그게 그러니까 단 며칠만에 그리 되더라구...
비가 질금질금 몇차례 오고 햇살 쨍쨍~ 반복을 몇번 하더니만~
작물들도 자라지만 풀들이 더 잘 자라던걸?!
그 중에 바랭이 독새풀 방동사니 강아지풀 쇠비름 참비름 그리고 이름까묵은 풀 등등~
자아 시작을 해봅세! 그러니까 어제 일이다!
칼호미를 들고 덤볐는데 나중엔 열손구락으로 하고 있더라~
덥다! 땀이 소낙비오듯~
그래도 지금 아침 시간에 못하면 대낮엔 주금이야!
흙이 젖어있는 상태라 풀이 잘 뽑힌다. 호미로도 긁히지 않고 낫질도 잘 안 먹힌다.
그저 내 양손이 최고의 연장이다!
오늘은 맨 위의 텃밭~ 내일은 언덕밭~ 모레는 집 뒤안의 텃밭!
계획은 그리 널널하게 세웠지!
흠... 하다보니 금방 밭 하나 해치웠네~
밥 묵고 와서 아랫밭 하자!
대낮엔 하기 힘드니 뒹굴뒹굴 굴러댕기며 쉬었다가~
해거름에 언덕밭에 올라가보니 히야~
칡덩굴까지 쳐들어와있네...
저노무 칡이 온봄내 쳤는데도 쟈 나이가 꽤 될터인데 대물일건데~
저놈을 캤으면 딱 좋겠구만...
그러면 저 언덕이 무너지겠지?! 하필 자리잡아도 에잉...
다행히 콩들이 수세가 좋아서 콩밭엔 풀들이 거의 없더라...
그 옆골들이 난리가 났지. 일일이 풀을 뽑는게 아니고 술술 훌훌 걷어내주고 노각오이밭이랑 금화규밭도 술술 긁어주고~
들깨밭도 대충 긁어주니 언덕밭은 금새 끝났다.
다만 언덕 올라가는 그 비탈길이 난리더구만~
낫으로 하다가 호미로 긁다가 결국엔 또 양손구락으로~
위에서 아래로 좌악 길을 뚫었다.
나머지는 나무꾼이 예초기로 정리해주는 수밖에~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사흘 일거리로 잡고 시작을 했는데 아직도 해가 안 졌네?!
그예 집옆 텃밭으로 내려와서 슬금슬금 철지난 작물들 낫으로 베어넘기고 고랑고랑 풀들을 정리하니 밭이 좀 훤해지더라...
깔따구들은 왜그리 물어제끼는지~ 먹파리라는 놈까지 뺨을 물어제껴 퉁퉁 붓고... 눈으로 덤벼드는 곤충들 때문에 눈도 못 뜨겠고...
바야흐로 흡혈곤충들의 습격이로다...
이제 망모자를 쓰고 일해야겠네~
그래도 텃밭까지 그럭저럭 다 했다. 저짝 구탱이만 더 하면 되겠네~
오늘 아침 그걸 마저 하려고 식전에 나섰는데...
비닐하우스 고랑고랑 물부터 틀어놓고~ 근처에서 일하니까 홍수는 안 날게야!
텃밭까지 가다가 마당 꽃밭에서 한눈 팔았네~
하늘수박이랑 환삼덩굴이 명자나무 세그루를 뒤덮고 있어...
급기야 자귀나무에까지 겨올라가 있더라구...
그걸 첨엔 몇개만 끌어댕기고 지나가자 했는데 하다보니 에라 이놈들 니죽고 나살자~
사생결단 그놈들 걷어내고 나무만치 큰 명아주 베어내고 척척 마당 구석탱이를 싹싹 쳐버렸구만!
그 와중에 결국 비닐하우스 안에는 홍수가 나있었고~ 홀라당 까묵었지 뭐~
가까이서 일하니까 안 까묵을거라고?! 흠흠...
부추낫이라고 자그마한 휘어진 톱낫이 있더라. 요샌 그것만 갖고 댕긴다.
쓱쓱 어지간한 대궁들은 다 베어넘길 수 있고 안 뽑히는 풀들 휙휙 치면 좋더라.
낫은 매번 갈아 써야 하지만 이건 톱이라 그냥 쓴다.
한참을 풀 걷어내고 치고 하는데 문득 손이 허전해!
잉? 낫이 어데갔어? 아무리 전후좌우 뒤져봐도 없네? 왼손에 쥔 하늘수박덤불을 아무리 훑어봐도 바닥에 쳐놓은 풀더미를 뒤져봐도 없어!
그래서 낫하나 잃어버렸다 ㅎㅎㅎ
뭐 나중에 나오것지 뭐~ 갸가 멀리 갔것어?!
막 휘두르다가 어디 쳐박혔겠지!
그러다가 마당 구석탱이에 자라고 있는 머구를 몇대 베어갖고 오고 올봄 싹 나는 거 본다고 담아놨다가 땅에 묻어둔 고구마~ 거기서 덤불이 엄청 뻗어나와있더만!
우와 횡재했다~ 고구마덤불을 걷어다가 순을 따내어
고구마순무침을 하고 머구도 데쳐서 볶아묵어야지!
이게 도랑치고 가재잡고 뭐 그런건가?! 뭐 하여튼...
올해 고구마는 고라니들 밥상으로 상납한지라 고구마순도 못 얻어묵고 있었는데...
나무꾼은 예초기 울러매고 나갔다.
산녀는 식전일을 했으니 좀 쉬었다가 이따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