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집 주변에서 아웅아웅 울며 돌아댕기던 아이.
데려다가 집이랑 밥이랑 챙겨줬는데 참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가 넘쳐서 엄청 이뻐라 했었지~
근데 우리가 한 며칠 대처 도시 나드리한 사이에 사라져버렸더라...
그 뒤 한동안 소식을 모르다가 새끼를 가진 봉숙이를 만나...
밥이라도 먹고 댕기냐 싶어 집 주변에 밥그릇을 챙겨뒀지.
그렇게 오가던 아이가 곁을 주는듯 안 주는듯~ 그렇게 살다가 똘망이4남매를 울집에 툭 던져놓고 가버렸다.
그중 셋이 감기에 걸려 죽고 똘망이만 살아남았는데 봉덕이가 온 뒤로 가출~
집 언저리에서 간간이 마주치고 살고 있다.
한달도 더 됐나? 봉숙이를 똑 닮은 아이가 돌아댕기길래 똘망이랑 같이 밥묵으라고 해줬지~
헌 건조기 안에 새끼 네 마리 낳고 키우는 건 나중에사 알았고~
근데 이놈이 새끼를 던져두고 가버렸어...
뭐냐? 니들~ 믿거라 하는겨?!
아까 해거름에 아기냥이들 밥 먹었나 가보니 세 마리더라구?!
그러고보니 지난주 언덕밭에서 첨 봤을 때 세마리만 있었어! 한 마리가 어제오늘 합류했나보다. 그나마 다행이네...
세놈이 옹기종기 붙어앉아 산녀를 빤히 쳐다보는데...
참 뭐라 할 말이...
그냥 여그 살기로 맘묵었나벼... 밥도 있고 물도 있고 은신할 수 있는 잡동사니들도 있고...
그중 가장 좋은건 하루종일 사람 기척이 별로 없다는 거...
봉숙이는 재작년인가부터 안 보이는 걸로 봐서 죽은듯...
야생에서는 길어야 삼사년이야...
그간 숱하게 봐온 고양이들도 그러했어...
짧으면 이년 길면 사년 정도?! 봉숙이가 그랬고 삼숙이도 고양이감기로 죽었고 지금 똘망이가 꽤 오래 사는듯... 난 쟈가 집 나간 뒤로 죽은 줄 알았어...
그러고보면 아랫채에 사는 도시에서 귀양온 도시냥이 지지와 봉이자매는 시방 열세살인데 장수냥이구만~
확실히 집냥이와 야생냥이들 수명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산골 와서 처음 기른 고양이는 오일장에서 데려온 강냉이다.
새끼를 세번인가 낳았는데 다 어찌되었는지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없네...
거의 마당에서 자유롭게 반야생으로 자라다 갔지.
그뒤로 봉숙이 똘망이...
삼숙이가 짧게 살다갔지!
가끔 꽃사과나무 아래 삼숙이 무덤을 보며 보고싶다 생각이 든다...
동물병원을 한번 더 데리고 갔으면 살았을까... 후회도 나고...
정을 안 준다 하면서도 삼숙이는 오래오래 맘에 남는다.
지금 마당에 오가며 살고 있는 애들은 삼숙이 새끼들이다. 아주 맘놓고 자유롭게 반야생 반집냥이로 살고 있다.
이젠 더는 안 거두리라 맘 먹었는데...
난데없이 모르는 아이가 툭 던져놓고 가니 참내...
쟈들을 또 어째야 하나...
오늘은
식전에 감자 여섯고랑을 캤다. 오늘낼 비소식이 잠깐 없다기에 서둘러 캐느라고 하는데 내일 감자캐기체험하고 싶다는 일손이 좀 온다길래 여덟고랑은 냄겨뒀다.
삭전엔 구름이 껴서 일하긴 좋았는데 금새 해가 쨍쨍~ 폭염이다!
오늘은 폭염 조심하라는 마을 방송~
해거름에 들깻모종 남은 것들 버리긴 뭐하고해서 참깻고랑 사이사이에 심어버렸다.
그러고도 남는 건 밭둑이 넓으니 거기도 두줄씩 심고~
풀나는 건 나무꾼보고 예초기치라고 하지 뭐~
어차피 밭둑 풀은 예초기로 해야하니까~
내년엔 들깻모를 모종판에 낼때 딱 72구짜리 10판만 해야것어!!!
15판을 하니 처치곤란이잖여~ 마땅히 밭이 없어서 ㅎㅎㅎ
이웃 할배는 밭둑이고 논둑이고 마구마구 갖다 꽂으시더만~
그걸 보고 산녀도 남은 모종들 밭둑에 막 묻어버렸으~
우짤겨 저거 버리긴 아깝자노! 누구 달라는 사람도 없고 말이지...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이웃들은 새벽 4시면 들로 나가더라...
이제 참깨찌고 고추 따는 철이 오면 주로 새벽으로 일해야할겨!!!
장마철인데도 화분에는 물을 신경써서 줘야한다.
비온다고 안심했는데 주룩주룩 오는 비가 아니고 와자자 짜들고 마는 소나기여서 충분하지가 않았나벼...
막 말라서 축축 늘어지드라구...
내일도 폭염이라하니 미리 물을 푹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