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크게 할 일들은 없었는데 자잘하게 일들을 하게 되어서
하루하루가 그냥 일만 하다 지나갔다.
어제 아쉬람터 연못에 새 식구들이 이사왔다. 그간엔 참개구리들이 와글바글 진을 치고 살았는데
잉어하고 붕어들이 서른마리 가까이 살러왔다.
대처 도시 어느 집 마당에 연못을 하나 만들어 잉어랑 붕어랑 키웠대.
근데 자연 연못이 아니라 세멘으로 인공적으로 만든 연못이라 일주일에 한번씩 청소를 해주고 물을 갈아줘야한다네?!
그걸 하다 그집 사모님이 미끄러운 연못 바닥에서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나고해서 진절머리난다고 이 물고기들 다 어디 줬으면 좋겠다고 했대.
그래 우리한테 SOS 를 친거라... 울집에 연못이 두 군데나 있는걸 보고 갔거든...
어제 새벽 나무꾼이랑 그 잉어쥔장이랑 양수펌프로 연못 물을 빼고 물고기들을 잡아서 양동이에 담고 어쩌고 한바탕 해서 차에 싣고 가져왔다.
오자마자 연못에 풀어주는데 얘들이 먼길 차타고 오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몇 마리가 둥둥 뜨더랴...
그래 어쩔 수 없다 하고 모두 풀어주고 일하러 갔는데 그날 해거름 궁금해서 가보니 다 씩씩거리고 헤엄치고 잘 놀대~
한놈이 바위 위에서 배를 까뒤집고 찰박거리며 팔딱거리고 있길래 긴 괭이로 톡 쳤더니 홀딱 물 속으로 첨벙!
잉? 니 괜찮은겨?
모두 세어보니 한 서른 마리는 안되는 것 같고...
스물일곱에서 여덟?! 모르겠다. 세다가 헷갈려서 그만뒀다.
잉어는 잉어끼리 붕어는 붕어끼리 따로 놀더라~
그리고 잉어는 무리를 지어 댕기고 붕어는 따로따로 댕기더라~
야들 구경하느라 연못 주변 둘레길을 괭이로 평평하게 다듬고 풀도 치고 아주 일을 사서 했네~
부레옥잠도 둘러친 울타리망 덕분에 아직까지 잘 살아있고 물고기들의 은신처가 되어서 좋더라...
고라니가 알면 안 놔둘텐데 울타리 때문에 그림의 떡이여...
그대신 그 옆 고구마밭을 작살내고 갔으야~ 긴긴 가뭄끝에 겨우겨우 순을 내밀고 살고 있던 고구마순을 야금야금 다 뜯어처먹었어 ㅠㅠㅠ
큰일이네... 이제 그 옆밭에 콩을 심어야하는데 ㅠㅠㅠ
고라니들 밥상차려주는거 아닐꺼나...
또 노루망을 쳐야하나...
산골에서 농사지으면 산식구들 때문에 참 골치다!
들을 둘러보면 노루망을 여기저기 이밭 저밭 다 쳐놨더라...
맷돼지 경고 경광등도 달아놓고...
아무래도 콩심은 다음에 노루망을 둘러쳐야겠어!!!
고구마순을 야무지게 뜯어잡수신 걸 보니 콩순이라고 남겨두겄어?!
오늘은 블루베리 열그루 둘레둘레 부엽토 왕창 보충시켜주고 물주고~
엄한 곳에서 싹이 터서 자라는 애기단풍나무랑 애기소나무랑 캐서 옮기고~
노각오이 72구 두판 빈자리마다 보충시켜 물주고 심고
곰취밭 그늘막 갖다가 말목 박아 둘러쳐주고
고구마 열여덟고랑 북주고 헛고랑 풀메주고~
하이고 일 마이 했다 아이가~
어제 온 손님들은 그냥 자기네들끼리 놀라고 내빌라뒀다.
밥하고 국 반찬만 해주고 알아서 하라고 ㅎㅎㅎ
아궁이에 불을 못 지피길래 그것만 좀 해주고~
마침 소나기가 스콜처럼 짜들어서 불이 잘 안 붙드라구...
근데 희한한게 잉어들을 막 연못에 풀어넣자마자 소나기가 시작되었으...
그래 나무꾼이 우스개소리로~
용왕님이 당신 아그들 잉어들 잘 살라고 비를 내려주셨댜~
뭐 믿고 싶으면 그리 믿어도 되는 거겠지 뭐~
똘망이는 이름값 한다!
밥 먹고 싶으면 밥달라 하고 목 긁어달라하고 싶으면 옆에 와서 드러눕고 맛난 간식 먹고 싶으면 죽자고 쫓아댕긴다!
줄때까정!!!
그럴때 "이리와~ " 손짓하면 딱 알아듣고 졸졸 따라오니 요놈 머리가 좋은게 분명혀!!!
그리고 막 하소연하고 싶은게 있으면 밥도 안 먹고 마구마구 떠들다 간다...
아마도 노랭이랑 쌈박질하는 거 때문인듯...
건조기 안에 새끼를 낳은 엄마냥이는 오늘 낮에 아그들 데리고 이사갔다.
근처에서 소리가 나는걸 봐서는 멀리간게 아닌데...
밥을 우찌 줘야할지 모르겠네...
밖에 아무데나 주면 엄한 놈들이 와서 다 먹을긴데...
내일은 고추밭 두번째 줄 매주고 풀메기 하고 물줘야한다.
비닐하우스 안 일이라 식전에 도시락싸들고 올라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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