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어제 아침부터 투둑투둑투두둑~ 소리가 나길래
이야~ 오긴 오는구나!!!
그러다가 살금살금 오는지 마는지 이게 비인지 뭔지...
우산을 안 써도 될... 그런 비가 하루종일 내렸다.
밭고랑을 다니면 신발에 젖은 흙이 쩍쩍 묻어 딸려나오면서 마른 땅이 드러나는...
신발자국이 그대로 찍혀나는 그런 기맥힌 체험을 했다.
빗물이 땅에 스며들 정도로 오지 않고 그냥 흙먼지만 가실 정도였던 거지.
그래도 이게 어디냐 싶어 다행이다 했네!
어제오늘은 비닐하우스 안 고추들하고 모종판에만 물을 주고 있다.
이게 정상이지!!!
도시장정들이 왔길래 노란 마트 바구니 하나씩 들려주고 텃밭에 가서 원하는대로 따오슈! 했지.
나중에 바구니가 없길래 어디갔나 물으니 밭고랑에 두고 왔다고...
보니 둘다 빈 바구니여!!!
뭐여? 뜯을게 없어?!
뭐 없더란다...
무시기 소리여?!
거기 상추도 종류별로 있고 당귀도 깻잎도 열무도 풋고추도 오이도 정구지도 애호박도 많구만~
그래 성질급한 산녀가 후딱 가서 이것저것 뜯고 따고해서 두 바구니 만들어줬다.
아뉘~ 도시살면 눈이 어데로 가나? 왜 안 보여?!
휘릭~ 둘러보고 뭐 없네~ 이러고 왔지 뭐~
이번엔 가져가던 말든 알아서 하게 냅두려고 했는데 하는 게 하도 가당찮아서 에라 몰것다 하고 툴툴 나서서 뜯어줬구만!!!
소나기인지 뭔지 조금 퍼붓고 금새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참 거 비 한번 오기 힘들구만...
그래도 이 비 덕분에 타들어가던 작물들이 다시 기운을 차릴게다.
올봄에 상당 비탈언덕길 옆으로 작약 열 포기와 목단 세 그루를 갖다 심었었다.
이 가뭄에 목단들 잎이 다 말라 비틀어지드라...
아이구 쟈들 저러다 죽겠다 싶어 도로 캐다가 화분에 심어두고 물을 주고 있다.
두 그루는 기사회생 간신히 기운을 차린듯한데 한놈이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해져버렸다.
작약들도 꽃몽우리를 피우다가 가물어 피지도 못하고 마른 상태...
이번 비로 죽지는 않으려나...
봄에 심은 두릅 묘목들도 몇 그루는 잎이 흔적이 없고...
올봄 내다 심은 애들 중 말라 죽은 애들이 좀 있다.
먼데 심은 백일홍 두 그루는 기어이 죽었고 두 그루는 물을 줘가며 살려놨다.
뿌리가 살아있으면 내년에 새로 돋으려나...
흙먼지 펄펄나던 밭고랑이 젖은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
하루만 더 와주면 딱 좋겠구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