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헤쳐모여 한 판!

산골통신 2022. 6. 3. 22:12

마당 연장 놓아두고 헛간처럼 쓰는 공간이 하나 있다.
한참 농사철에 일하다보면 뭐든 던져놓고 박아놓고 처넣어두고 하느라 이 곳은 늘 너저분...
일주일에 한번 정리하고 어쩌고 한다지만 늘 이 곳은 그러했다...

어느날 문득 시선을 줬다가 일발동이 걸려서 버릴건 버리고 정리할 건 정리정돈하고 한바탕 난리북새통을 해가며 치웠다.
운반차로 두번 내다버렸네...
뭐가 그리 못쓰는 게 많은고 그래...
왜 그리 쌓아두고 못 버리고 살았나 그래...
다 필요가 없는 거야!
자잘한 공사 한번 할 때마다 남는 자재들을 아깝다고 두고 두고 한 것들이 아주 애물단지를 넘어서서 쓰레기가 되어있었구만...
죄다 내다 버렸다.
고물상 줄 것들과 폐기물업체로 보낼 것들과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서 내놨다.
요즘은 그렇게 버려야 한다.

그래놓으니 철제앵글 앞이 훤하게 뚫렸다.
빈 자리에 기존 있던 탁자와 의자를 가져다 놓고 도시에서 버린다해서 줒어갖고 온 스텐찬장 하나 갖다 놓고 안쓰는 헌 책상들 나란히 놓으니 깔끔하구만!
여기에 업소용 음료수 냉장고 하나 들여놨다.
사실 말이지~ 요새 덥잖아... 일하고 들어와 뭐라도 션한거 들이키고 싶은데 지하수 물 밖에 없어...
매번 아이스박스 챙겨갈 수도 없고 말이지!
쌀 몇 푸대 판 돈을 가지고 업소용 냉장고를 중고로 살까 새거로 살까 재다가 에라이~ 큰 차이 안 나는데 기왕이면 새 걸로 삽세!!!
일을 저질렀다!
항상 일은 산녀가 저지르고 수습은 나무꾼이 한다.
다음주에나 온다던 냉장고가 오늘아침에 들이닥쳤다!
그거 운반하고 설치하고 하느라 나무꾼 힘 좀 썼네 ㅎㅎ

오늘 들여놓고 해거름에 일 마치고 들어와 션하게 음료수 하나 꺼내 마시니 세상 좋은거~
이게 바로 소확행 아니것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그럼 됐지 뭐~ 뭘 더 바라냐...
그간 앉아 쉴 공간이 애매했는데 잘됐다!

이걸 본 도시장정들이 난리가 나부렀네...
그래서 말하려고!!!
저 냉장고 속 채울 권리를 부여합니다!!! 라고 ㅋㅋㅋ

오늘은 단오라고 산골마을 회관에서 음식을 나눠먹는다고 오란다...
산녀가 마을 서열이 제일 밑에서 두번째인데 그러니 알아서 겨야하는데...
산녀는 지맘대로 사는지라 회관엔 잘 안 나갔거든... 그리고 그동안 코로나로 모임도 없었고~
근데 지난 4월 25일부터 해제가 되어 이젠 모임도 가능하단다~ 마스크 쓴 사람이 산녀 혼자 뿐이여?!

오늘 새벽 6시부터 전화통이 불나는데 이거야 원~
산녀 오라고 안 오면 안된다고 몇 통이 온겨?!
고심 끝에
마치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고개 쳐들고 웃으며 갔다왔네 ㅎㅎㅎ
재작년인가 속에 천불이 날 사건이 하나 있어서 산녀네를 마을 명부에서 빼라고 했었거든!!! 그뒤로 한번도 마을회관에 안 갔으!

오늘은 문제의 그네들도 산녀도 마치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만나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놀다 왔다.
그런 거지 뭐...

아까 갑장총각이 그러대...
그네들도 필요할 때가 있으니 너무 멀리하지 말라고...
그랴 뉘 모르나... 알면서도 복장이 터져서 한번 그래본 거지...
다들 속이 썩어문드러져도 겉으론 웃으며 사는 그걸 모를까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걸 한번은 보여줘야 하니 그랬던거지...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아니까...

오늘 일오재 앞뒤 화단에 물을 흠뻑 주고
풀도 좀 뽑아줬다. 아니 뽑는게 아니라 마구 긁어냈다!
바짝 말라서 긁으면 다 긁히더라구...

뭐든 모종 있는대로 자라는대로 갖다 심으니 제법 그득차드라...
오늘 만난 산골 아낙네들이 산녀네 집마당에 있는 모종들이 뭐냐고 묻드라...
좀 달라고~ 오며가며 다들 구경하고 그랬나벼...
국화 삽목한 것도 좀 달라해서 올 가을에 두루 나누기로 했다.
국화는 삽목이 잘되니까 더 해놔야겠구나...
큰꿩의비름도 잘 사니까 해놓고...
그래서 이웃들에게 나눠줘야지!

날이 가물다는 말도 이젠 하기 싫다...
그저 무념무상 물만 열심히 주고 산다!

똘망이는 산녀가 지편인걸 안다. 노랭이랑 신경전 할 때마다 아주 당당히 덤비드라...
노랭이는 산녀만 보면 도망가고...

이기냥이 잘 있나 슬쩍 들여다보니 말끔하게 씻겨놓고 나란히 재워두고 어미냥이는 어데가고 없더라~
밥이랑 물이랑 근처에 뒀다. 여기서 새끼 키울 때만이라도 잘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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