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참말로 가물다...

산골통신 2022. 5. 24. 11:33


사흘 간격으로 상당 비닐하우스 고추밭에 물주러 간다.
고로 사흘마다 작은 등산을 하는 셈이다.
괭이를 지팡이 삼아 헥헥거리고 올라간다.
봉덕이를 데리고 갔으면 좋겠지만 금방 끝내고 올 일이라...

요즘 비닐하우스 일은 아침저녁으로만 해야한다.
6시경 올라갔어야 했는데 아니 그전에라도...
이불 속에서 꼬무락거리다가 7시가 된 걸 보고 화들짝 놀라 튀어나갔네 ㅎㅎㅎ
산녀는 저녁형 인간인지라 아침에 일어나는게 참말로 고역이다.
생전 엄니가 산녀 농사훈련시킬때...
"아침 식전 새벽에 하는 일이 하루 일의 3분의2를 차지한다!!!
니 그래갖고 농사짓겠나?!"
"그래 할거면 얼렁 꺼더가라~"

그래도 산녀는 식전 새벽일은 못해요...
눈이 안 떠지는걸~ 눈이 떠져도 몸이 안 일어나지는걸...
그래도 6시 7시엔 일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사람 된거 아뉴?!
밤을 새라면 홀딱 샐 수 있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건 죽어도 안되걸랑요...
나무꾼도 저녁형인간이라 우린 새벽일은 못햐!!!
하려면 어쩌다 큰맘먹고 해야혀!

어쨌든 고추밭에 물 흠뻑 주고~ 첫번째 고추줄을 매주기 시작했다. 어여 해 올라와서 뜨겁기 전에 끝내야혀!
여섯 고랑 중 세 고랑을 하고나서 시간을 보니 허걱?! 9시네?!
아래 집 근처 밭에도 물을 줘야하는디...
일단 철수~ 내일 보자구!

서둘러 내려와 텃밭 비닐하우스 고추들이랑 모종판 등등 화분들에게 물을 주고...

오이랑 상추랑 풋고추랑 따와서 대충대강 아침밥 해묵고!
커피 한잔 타갖고 툇마루에 앉아 쉬고 있다!

내려와보니 나무꾼이 예초기로 마당 풀을 다 쳐놨네~
아이구 션한거~ 하마터면 호랭이 새끼칠 뻔 했슈!!!
깔끔하게 쳐놓으니 얼마나 좋아 그래!!!

상당 연못가에 샤스타데이지가 군데군데 피어있다. 야들은 지세상 만난겨!!! 상당 그 너른 터에 다 번져 피어도 뉘 뭐라할 사람이 없으니께 ㅎㅎㅎ

거기에 수레국화가 낑겨 사는데...
하양 분홍도 같이 살았는데 작년부터인가 파랑만 남아 피네.

상당에서도 비닐하우스 일을 했고 아래 내려와서도 연달아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을 하니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더라... 조금 미식거리는 정도?!
은근 놀라서 이게 뭔고?! 이게 하우스병이라던가 더위 먹는 뭐 그런 증상인가?
싶더라구...
조심해야겠다싶네~
다 살자고 하는 노릇인데 말야!!!

가물어서 좋은건 잡풀들이 빨리 안 자란다는 거?!
덩달아 작물들도 그러하지만 갸들은 물을 신경써서 주니까...

아쉬람터 밭이웃들은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건강이 안 좋아 시골로 요양와서 사는 모양인듯...

그 사람들이 우리가 아쉬람터 밭에 오르내리면서 밭농사를 짓자 슬금슬금 자기네 앞마당에 골을 기리고 고랑을 만들고 뭔가를 심기 시작했다.
그전에 그 마당은 버려져서 풀투성이 쓰레기 천지였거든...
마당 맞은편에 있는 콘테이너를 수리해서 일오재라 이름하고 그 주변에 이런저런 꽃나무와 꽃들을 심어 가꾸자~
은근슬쩍 자기네들도 그 옆에 뭔가를 마구 심기 시작하는거야.
그리고 한쪽 귀퉁이 작은밭을 그 이웃 갑장총각에게 맥주 한박스 받고 임대를 내주자~
마치 그 밭이 자기네 밭인양... 같이 뭐를 심고 물을 주고 막 난리난리...

근데 언제 물을 주고 언제 풀을 매주고 그런거 모르는 사람이라...
산녀가 나타나면 언제 나왔는지 모르게 나와서 막 돌아댕겨~
산녀가 물을 주면 자기네도 물을 주고
산녀가 풀을 뽑으면 자기네도 풀을 뽑고...
산녀가 일 끝내고 들어가면 자기네도 들어가.. ㅎㅎㅎ

헌데 문제는 그 밭꼬라지가 말이 아니라는...
헛고랑에 풀이 그득이고... 오이덩굴 타고 올라가라고 만든 통나무 지줏대는 마치 사람이 줄매고 그네타도 될만치 어마무시하게 크고!
저걸 한번 들어가서 휘저어봐?!
나무꾼이 말리더라... 냅둬~ 알아서 하게!

하여간 그 변화가 재미있고 보기 좋아서 됐다싶다 ㅎㅎ
그네들의 로망은 이제 오이 고추 상추가 자라면 마당에 솥뚜껑 엎어놓고 고기 궈먹는 거거든...
그거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
산녀가 아궁이 하나 만들어뒀고 탁자랑 의자도 갖다놨거든!
자기 몰래 해먹으면 안된다고 신신당부 중이야!!!
에고... 산녀가 바람 들여놨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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