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분명 옥수수 두판 모종하기로 했는데 아침 먹다가 급취소~
그랴 아직 옥수수 급한 거 아니지~ 까이꺼 두판 금방 심어~
비소식 있걸랑 그때 후딱 심으면 될거여~
이럼서 나무꾼이랑 두런두런 오늘은 뭘 할까 궁리를 했다...
뭐 할 일은 많아~ 쌔고 쌨어~ 하지만 그 때가 있잖여.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이 있고 미뤄도 될 일이 있고 그렇잖여~
고추밭 일은 또 하루 날 잡아서 하면 되니까 미뤄놓고~
아쉬람터밭에도 감자북 줬으니까 또 미뤄놓고
이런저런 자잘한 집 주변 텃밭도 그리 급한 건 없어보이고~
( 그게 거시기 거기도 어설퍼서 여기저기 손을 좀 봐야하지만 까이꺼 화급을 다투는 일이거나 오늘 당장 안 하면 큰일 나는 건 아니라 뭐 그런 야그 ㅎㅎㅎ)
아침에 휘휘 돌아보면서 쌈채소랑 루꼴라랑 겉절이용으로 한 소쿠리 뜯어오는데 보이까네~
뭐 언제 한번 한바퀴 휘저으면 될 거 같드라구...
그래서 패스!!!
자아 그럼 오늘은 뭔 일을 할꺼나~
그랴그랴 꽃모종 합세!
꽃양귀비 씨앗이 모조리 싹이 터서 모종판 열개가 터져나가~
그 중 가장 세력이 좋은 애들 댓판 가져다가 마당 여기저기 줄줄이 심었다.
심고보니 거그가 봉덕이 보초서는 곳이여...
마당냥이들 나무 타는 곳이여...
해서~ 말목 가져다가 노루망 가져다가 휙~ 둘러쳐버렸다!
니들 여그 못 들어가!!!
전엔 나무꾼이 정원에 그리 관심을 안 가졌더랬는데 그냥 소나무만 좋아하고 나중에 큰 나무될 묘목들만 여기저기 심기 바빴는데
언제부터인지 꽃 심는 걸 찾아하더라구...
자꾸만 산녀가 키워놓은 모종들을 가져가서 심으려고 그러네...
뭐 좋지~ 좋은 일이여...
솔직히 사실 이제 큰 나무들 심을 곳이 더는 없걸랑~ ㅎㅎㅎ
그러니 이젠 구석구석 그 나무 밑에 심을 것이 필요해진겨!
그게 맞으 ㅎㅎㅎ
뭐 하여튼 수레국화며 꽃양귀비며 맥문동이며 샤스타데이지며무늬석창포며 원추리며~ 등등 마구 갖다 심었다는...
오늘은 한갓지게 꽃양귀비 여섯판을 심었다.
남은 건 또 일오재나 상당 농막 옆으로 심으면 될듯하다.
사실 속으로 저 많은 모종들 다 어따 심냐 그랬는데...
막상 심어보니 모종이 헤프네~
봉덕이는 새로산 사료가 맛이 있나보다. 확실히 알았다.
오늘도 뭔가 바래는 눈빛으로 쫓아댕기길래 밥그릇을 보니 비었어!!!
이상타? 아까까지만 해도 있었는디?! 언제 다 먹었니?!
또 달라고?! 너 그렇게 많이 묵는 애 아니었잖아?!
그래도 그 눈빛을 보고 안 줄 순 없는 일 ㅎㅎㅎ
한그릇 그득 퍼서 담아주니 밥그릇 앞에 버티고 서서 막 희한한 소리를 낸다. 마당냥이들 가까이 못오게 으르릉... 쟈 좀 보래?! 안 하던 소리를 하네?!
뭘 줄때마다 마당냥이들이 먹으러 오면 한짝으로 비켜 서 있던 애 맞어?!
하여간 요번에 사온 사료를 잘 기억해놨다가 또 사줘야지!
잘 먹어 좋네!!!
오며가며 국화들이 쑥쑥 자라올라온 걸 보면서 언제 저것들 삽목해야할텐데... 생각만 하고 지나치다가
오늘 일부러 한가한 날 해야겠다 싶었다.
가위들고 소쿠리 들고 세 군데 국화를 잘라왔다.
토종노랑국화와 자잘한 소국 그리고 조금 큰 송이 국화~
모종용 화분을 죄다 꺼내 늘어놓고 상토를 담고
국화가지를 다듬어 꽂았다.
그늘진 곳을 하나 만들어두니 아주 요긴하네!
내일은 감국을 삽목해야겠다.
엄니집 우리집 두 군데 마당에 늘어놓은 화분들...
물 주는 것도 일이구나...
요즘같이 가문날~ 하루 걸러 물을 줘야하네.
꽃이 피려는 애들은 물이 더 많이 필요한가벼~ 수시로 살펴서 줘야겠다.
오늘 하루 밭일 안 하고 마당에서 꽃모종하고 국화삽목하고 화분 물 주는 일만 했는데도 하루가 갔네...
하루 잘 놀았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