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감자밭에 북주기~

산골통신 2022. 5. 4. 09:04








총 열여덟 고랑~
이른 봄부터 일도 말고 탈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아쉬람터 감자밭이다.

그럭저럭 한 85프로 정도 싹이 좋게 터서 이제 더는 번짓수 잘 못 찾아서 못 나오는 애들 안 기다리고 북을 주기로 했다.

나무꾼은 그제 다 못한 고추밭 고랑 수평 맞추는 흙일 하러 갔고
산녀는 감자밭 북주러 갔다.

언제 하노~ 그새 땅이 굳어 호미에서 쇳소리가 캉캉 막 난다.
호미로 하다가 북주는 도구인 부트로 하다가 긴 부트로 하다가 앉아서 하다가 서서 하다가 온통 난리를 쳤다네~

그래도 한줄 두줄 되어가는 꼬라지를 보면서 중간에 맥주 한 캔~ 까고...
먼산바라기도 해가며 하루 꼬박 했다네~
집에 오니 4시여.
집 잘 보고 있던 봉덕이가 막 쫓아오네~
산녀가 이리 가면 이리 오고 저리 가면 저리 오고 뭔 말을 하는듯 표정이 간절해...
쟈가 왜 저랴? 그러면서 무심히 다시 언덕밭에 강낭콩 완두콩 모종하러 갔지비...
강낭콩 한판 완두콩 두판~
호스를 들이대서 구멍 뚫어 물을 줘가며 심었다.
이만하면 우리 식구 일년 먹고 나눌 양 나올겨~
원래 이 자리엔 노각오이를 심을까 했었는데 오며가며 따먹으러 들르기 애매한 구석진 곳이라 막판에 맘을 바꿨다.

해가 서산에 넘어가고...
하루가 또 지나간다.

연장들을 챙겨 들어오니 또 봉덕이가 막 쫓아와서 뭐라뭐라 이야기를 하는듯... 뭐를 해달라고 하는듯...
혹시나 싶어 밥이 없나?! 가보니 역시나 밥이 없네...
음... 봉덕이가 식탐이 별로 없어서 밥탐은 안 내는데... 밥 없다고 뭐라 할 애가 아니었는데 왜 그러지?!
그러면서 저녁밥을 한 그릇 퍼갖고 오니 밥그릇 앞에 얌전히 대기 중일세?! 허 거참! 별일이네 봉덕아!

허겁지겁 와작와작 밥을 먹는 봉덕이를 보니...
그제사...
며칠전 봉덕이밥을 새로 사왔어. 나무꾼이 봉덕이 준다고 진돗개 전용으로 한 푸대 사온걸 주고 있는데 어쩐지...
요며칠 이놈 밥그릇이 자주 비어있더라고...
먹는 모습도 자주 보이고...
너 그동안 맛없는 사료 배 채울라고 꾸역꾸역 먹었던겨?!
이번 사료는 입에 맛았던겨?!
전엔 잡곡밥이고 이번엔 쌀밥이었던겨?!
그런겨?!

하여튼 밥 준 뒤로 봉덕이가 안 쫓아댕기는 걸 봐서 이게 맞지 싶네!!!
어제 봉덕이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 밥줘! 어제 그 밥 또 줘! 나 밥 줘! 밥 주고 가~ 나 밥 밥 밥~
마치 그런 표정이었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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