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닭집 모이주고 문 열어주고 비닐하우스 문 열어주고 한 바퀴 훠휘 돌다가...
오늘은 언덕밭 손 보기로 했다는 것을 생각해내고는...
언덕밭을 바라보고 섰자니 한숨이 나와~
그래 이건 관리기로 헛고랑을 한번 갈아엎는게 최선이다! 호미질로 될 일이 아녀~ 맘 묵고 나무꾼한테로 공을 던졌다~
그러고는 언덕밭 입구를 힐끗 보다가 멈춰서서리~
음... 그예 사고를 쳤네!
마침 있던 삽과 괭이를 가지고 덤볐다나~
이런저런 호박덩굴 삭은거 풀삭은것들 등등 검부지기 쌓여져 있던거 낫으로 걷어 치우고 잡동사니들 모아 버리고
사람 다니는 길 풀 나지 말라고 보온덮개 깔아놓은거 낑낑거리며 걷어치우고~ 하이고 물먹고 흙먹고 풀뿌리 뒤엉킨 보온덮개가 얼마나 무거운지 원~ 땅하고 안 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쓰네그랴...
그래도 이 산녀 무식한 생떼 어거지를 이길 순 없는 일~ 기어이 걷어내어 배나무 밑으로 걷어치웠다. 젖은거 좀 마르걸랑 털어서 개놔야지!
흙이 돌맹이 하나 없이 곱고 곱다~
이걸 버려두고 호박이나 심어먹다뉘이~ 안되지!!!
문전옥답이라고 집 근처에 있는 건 단 한평 땅이라도 쓸모있고 귀한겨!!!
저기 금동할매네 갑장총각좀 보라구~
자기집 바로 앞 수십평밖에 안되는 작은밭이 생기자 저 멀리 있는 수백평 밭을 냅다 아무나 원하는 사람 부치라고 버리잖여 ㅎㅎㅎ
어제 저녁에 지금 시내 마트에 왔는데 어떤 맥주로 사갈까 묻더라구~
그래 내는 맥주라면 다 좋다고 사오기만 하라고 했네 ㅎㅎ
이 총각이 산녀 맘 변할까 싶어 얼른 밭임대료로 술 상납을 하고 싶은가벼 ㅎㅎ
거름도 열푸대나 갖다놓고 의욕충만!!!
첨엔 고추나 심을까 내는 한고랑만 필요혀~ 라고 손사레를 치던 사람 맞나? 토마토도 심어야 하고 또 뭐도 심고 어쩌고 계획이 많더라네~
뭐 어쨌든 잘된 일이고~
또 한참 꽃을 심고 있는데 일오재 앞에 솥뚜껑삼겹살 구워먹을 수 있는 아궁이를 하나 만들어뒀는데 온 겨우내 안 해먹고 봄이 왔는데 언제 해먹냐고 그러더라구...
일오재옆 이웃이 둘이 있는데 금동할매네 요양보호사분까지 포함해서 한 대여섯 모일 수 있겠다!
언제든 날자 정해지면 말만 하랴...전화만 하면 밤이라도 뛰어오겠댜!!!
자기 빼놓고 하지 말래...
지난 초겨울에 한번 세집이서 고기 한판 궈먹었었는데 그게 참 좋았던가벼... 또 언제 하냐고 기대가 크네...
하여간 날이 더 풀리면 해먹기로 하고~ ㅎㅎㅎ
자아 다시 삽을 들자!!!
똘망이가 이젠 캔맛을 알아갖고서리...
산녀 한참 삽질하고 있는 옆을 지나가며 뭐라뭐라 아웅거려...
그래 알았다! 캔 하나 줄게 거기서 기다려!!!
그 작은 배를 못 채워서... 캔 하나도 다 못 먹고 배불러 가는구만...
그랴... 또 온나!!!
어쨌든 똘망이덕분에 좀 쉬었으니 다시 삽질을 합세!!!
사고친거 마무리 수습해야지!!! 이 사고뭉치야!!!
나무꾼이 돌아와서 보면 고개 절래절레 흔들겠군!!!
이 마눌 누가 말리냐... 그러겠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우짤 수 있나 생긴게 이모냥인걸~ ㅋ
" 응 그렇지 잘되었네!"
라고...
방금 마눌 사고친 걸 보고했더니 나무꾼의 답변... ㅠㅠ
천하무적 마눌이라는 야그인가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