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우거지~

산골통신 2022. 2. 9. 00:16




날은 꾸무리 흐렸지만 그리 춥지는 않아서 털모자 눌러쓰고 일했다.
오늘은 우거지 삶는 날~
일찍 시작하려했는데 마당 지하수 수도꼭지가 얼어 물이 안 나오니 우째..
해가 더 올라오길 기다렸다 하는 수밖에...

장작 한구루마 실어다 놓고 배추우거지 말린 것 한 푸대 짊어다 놓고~
씻어건질 잠방이랑 다라이랑~ 두루두루 챙겨놓고나니
이제사 물이 나온다.

가마솥에 물 한 양동이 들이붓고 장작 서너개 불쏘시개용으로 콩타작하고 남은 콩단들 쑤셔넣고 불을 땐다.
물이 끓어야하니 한참을 불멍하며 불을 땠다.

한 네 번 정도 데쳐냈나...
일일이 씻어건져 잠방에 널어놓으니 제법 되네...
일년 두고 먹을 양이다.
두어달 가량 집안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 잘 챙기질 못해서 우거지 상태가 그야말로 우거지상이다...
배추를 달아매던가 고루 널던가해서 잘 말렸어야했는데...
그래도 우리 두고 먹을 건 되니까 이만해도 뭐 다행이다.
찌끄래기들도 버리긴 아까워서 잘 씻어건져 따로 담아뒀다.
어차피 내입에 들어갈거니께~ ㅎㅎ 우거지가 우거지상이면 어때~ 우거지가 우거지지!

두루 나눠줄 것들은 무시레기로 만족해야겠다. 차마 저 상태로는 줄 수가 없어 ㅎㅎㅎ

가마솥에 불때고 삶아 건지고 씻어내고 담고 하니 한나절이 후딱 가네...
냉동고에 차곡차곡 담아 넣어뒀다.

그것도 일이라고 허리가 아프다.
하루 한가지 이상의 일을 하기가 힘들다.
그대로 쉬어버렸네...

그뒤 닭집엔 아무 일 없다.
다만 닭들이 구석에 옹기종기 숨어있더라...
청란 하나 낳아둔 걸 보니 어제 매한테 잡아먹힌 암탉은 알 낳는 애가 아니었나보네.
뱃속에 콩알만한 알뭉치가 다닥다닥 붙어있던데...
봄 되면 알 낳으려 준비 중이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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