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매형의 닭사냥...

산골통신 2022. 2. 7. 18:06

날이 좀 푹해져서 닭집 문을 열어주고 있다.
나무꾼이 아침에 갑자기 부지런을 떨어 닭집 문을 열어주고 왔노라고 그러길래...
아 그러냐고... 그러면 아침밥묵고 이따 모이주러 가면 되겠네~ 그랬지 뭐...

느지막히 모이주러 가니 아 글씨~
문앞에 흩어져있는 닭털털털~ 무수히... 이게 뭐냐? 옆을 보니 암탉 한 마리 내장이 다 드러난채 죽어있어!

이건 매가 그랬다! 다년간 경험이 알려준다.
뜯어먹다가 인간 기척이 나니 후다다 사라진겨...
혹 근처 감나무 위에 앉아있었을 수도 있었는데 미처 그건 확인 못했다.
서둘러 다른 닭들을 찾아보니 없네?! 아무리 뒤져봐도 없어!

하이고~ 이제 닭은 다 키웠구만... 에라이~ 강제 종료구만!!!
털털거리며 죽은 닭만 집어들고 내려와 가마솥에 물 끓여 털을 뽑았다.

뭐 병들어 죽은 닭도 아니고 매란 놈이 사냥한 거니까...
그냥 묻어주긴 글찮아~
삭정이들 긁어모아 불때서 가마솥 뚜껑 가장자리로 물이 조르르... 눈물처럼 흐르면 닭털 뽑기 딱 좋은 물 온도가 된다!
여기서 더 뜨거우면 닭살이 익어버려!

털뽑고 내장 긁어내고 간이랑 염통 등등 떼어내고 닭똥집 발라내고 밥통 뜯어내고... 한참 해서 곰솥에 푹푹 고고 있다.

닭다리는 곧 먼데 가야할 아이 입에 넣어주고~
나머진 두고 먹기로~

난데없이 매사냥 덕에 닭고기 묵게 생겼네그려...
닭잡아준걸 매한테 고마워해야하려나...
그간 닭잡기 싫어서 회피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닭을 곰솥에 앉혀놓고 닭집을 다시 살펴보러 갔다.
다 어델갔는지 다 날라서 튀어나갔는지 당췌...

한참을 이리저리 찾아댕기니 장닭 한 마리 암탉 한 마리는 저어짝 구석 나무둥치가 쓰려져 가려진 곳에 숨어있었고
나머지 다섯마리는 닭집 맨 안쪽 큰 통 뒤에 온통 뭉쳐서 숨어있더라...
그러니 내 눈에 안 띄었지!!!

막대기로 쫒아 닭집으로 들어가게 한 다음 문을 닫아줬다.
앞으로 당분간 닭집문을 못 열겠네~
매가 계속 지켜보고 있을터이니...
지놈이 사냥한 닭을 인간이 가져갔으니 분할겨!!! 분명 또 올겨!!!

옛날 어느해에 마을 이웃이 산에 나무하러갔다가 노루가 쓰러져 있길래 웬떡이냐 하고 지게에 짊어지고 와서 고기파튀를 했더랴...
헌데 그날 밤! 그집 개가 사라졌대!!!
호랑이가 물고갔다고...
사실 그 노루는 호랑이가 사냥한건데 인기척이 느껴지니 잠깐 숨었던건데 인간이 날름 제사냥감을 가져가버렸으니 얼마나 억울하겠어~
그래 그집을 찾아가 그집 개를 대신 물고갔다나...
다들 가슴을 쓸어내렸더래... 그집에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있었다는구만~ 그 아기 안 물어간게 천만다행이라고
뭐 그랬더래...

뭐 하여튼 매 덕분에 닭고기 잘 묵을게~
우리 닭이지만~ ㅋ

이러다 닭 다 없어지겠다고 나무꾼 한탄! ㅎㅎㅎ
뱀에 쥐에 족제비에 매에...
나눠먹기 바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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