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어제낀다.
햇살이 따스해서 오늘은 바깥일을 좀 해볼꺼나 하고 나섰더니만~
너 어여 들어가! 이래도 일할겨?! 하는듯 모질게 불어제끼더라!!!
한 이틀은 더 집콕을 해야겠다싶네~
나무꾼은 오늘도 도시락 바구니 들고 상당밭에 갔다. 작은 농막이 하나 있어 바람 피하고 들앉아 밥 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여..
집에 있어봤자 할일도 없고 심심하니까 상당에 가면 이런저런 소일거리가 좀 있걸랑...
오늘 초닷새 ㅡ산골마을 마지막 동고사 준비를 하더라.
예년처럼 크게 안하고 대여섯 장정들이 모여서 동서남솔숲에 모여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모습이 멀리 보인다.
오늘 자정에 제관으로 뽑힌 내외가 제물을 올리고 지낼게다.
내일 아침에 마을사람들 모두 제관집에 모여 음복을 하고 덕담을 나누는 행사가 있는데
아마도 코로나 때문에 그 행사는 안하지싶다.
이번을 끝으로 안지낸다하니 시원섭섭하다. 저 안쪽 골짝 마을들에는 진작에 없어졌다두만 뭐...
전통풍습이 사라진다 어쩐다 하지마는 그것도 세월따라 사라질건 사라지는 거고...
굳이 붙잡을건 없지 뭐... 동네에 사람이 없는걸...
새로운 문화가 생기고 새로운 시절이 오는거여...
날이 추워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무쟈게 심심하지마는 곧 날이 풀릴거니까 쫌만 더 참기로 했다.
뭐 어쩔겨~ 하늘이 그런다는데...
오늘 낮에는 김치부치개 두어 장 구워서 막걸리 한병 마셨다.
그리고 저녁엔 해장으로 콩나물김치국 끓여서 션하게 먹고 ㅎㅎㅎ
요샌 먹는 것도 일이다.
바깥일을 하던 안하던 먹는건 먹어야하니... 일거리여...
마당냥이들은 추워서 들앉아 안 나오더라.
냥이용 숨숨집이나 방석들을 차지하고 늘어져있더만...
몇놈은 비닐하우스 안에 들앉아있고...
툇마루 밑에도 몇놈 들어가 있을겨~
봉덕이는 안 추운지 마당을 쏘댕기며 놀고~
밤에는 고라니나 멧돼지 기척을 느끼는지 간간이 짖어댄다.
집지키는 일을 아주 열심히 해서 좋다 ㅎㅎㅎ
닭집 여덟마리 닭들은 이 추위에도 잘 살고 있다.
청계 한 마리가 어데서 껴들어왔는지 푸른 알을 하루 걸러 낳고 있다.
오늘로 10개 모았는데 요놈이 품을락말락 알둥지를 들락거리고 있다. 해서 짱보고 있는 중!
지하수 모터 얼지 말라고 단속하는 일이 겨울철에는 주된 일과다.
요새 영하 추위가 대단하니 다시 라지에타 두대 틀어놓고 물 나오는지 아침저녁으로 점검하고...
신경써야 한다.
&&&
자정 무렵 불빛이 멀리서 비친다.
이 추운데 제관들이 가서 지내는구나...
불빛만 일렁이고 움직임은 안 보인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저멀리 냇가 건너 큰길 가로등만 있는데...
바람은 억수로 불어제끼는 속에 천막으로 둘러쳐진 솔숲 아래 제단에
마지막 제관내외가 마지막 고사를 지내는가보다.
잠깐 일렁이던 불빛이 꺼지고 인적은 또 사라졌다.
이제 다시 저기에 불빛 밝혀지는 일은 없겠구나...
오늘아침
동고사떡이 왔다.
집집마다 일찌감치 돌렸는지 문을 열어보니 봉당에 오두마니 봉다리 하나 놓여있네.
백설기는 아무 간을 안 한다. 심심하기 그지없는 그냥 떡이다.
밤대추곶감 한조각씩~ 그게 다다...
해마다 이렇게 한조각씩 집집이 나눠준다.
제관 집에 모여 음복하고 제사음식 먹고 덕담나누는 일은 생략했다.
코로나 시국에 하기도 그러하지...
이제 이렇게 한 전통문화풍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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