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엄청 늦어버린 콩 까불기~

산골통신 2022. 2. 9. 13:11





산녀는 키질을 못한다.
체로 대충 쳐서 담아둔 콩들을 언제 하노 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 날이 봄날처럼 따셔서 봉당으로 나섰겠다...

어제 우거지 몇솥 삶았다고 몸이 말이 아니여...
추운데 물일을 해서 더 그런가 싶기도 했다...
우거지 씻어 건지는 게 일이 많거든...

나무꾼은 늘상 씩씩하고 용감한 사고뭉치 털털이 산녀만 보다가 이제 아이구 허리야~ 하면서 찜질기에 드러누워 안 일어나는 산녀를 보고 참 기가 맥혔던가 보더라...
항상 아프고 몸져눕는건 나무꾼의 전매특허 전용이었는데...

매실나무 전지를 며칠동안 나무꾼 혼자서 하고 있다. 다른 일 하면서 하는 거라 아직도 다 못한듯...
산녀는 점심하고 새참도시락만 싸주고 몰라라 하니 뭐라 말도 못하고 혼자서 사부작 사부작 조금씩 하는기라...
뭐 그런 날도 있는거지 뭐~ 이제 난 일 못햐!!!

햇살이 마치 봄날같아 그간 미뤄놨던 콩자루를 영차 들고나가서 선풍기 바람에 1차 검부지기 날리고
양은 오봉을 가져다가 2차 검부지기를 걸러냈다.
이제 남은건 긴긴 겨울밤 들어앉아 양은오봉이나 양은밥상에 콩 한사발씩 붓고 또르르 굴려서 콩 골라내기~

그래야 메주를 쑤던 가루로 내던 쓸모가 생긴다.
올해 콩씨앗거리만 남겨두고 콩가루하고 청국장을 띄울거다.
다해봐야 15키로 남짓!

작년 봄에 이웃 아지매가 당신네 콩모종이 많이 남았다고 버리느니 갖다 심으라고 하는 통에
졸지에 계획에도 없던 콩농사를 짓게 되었는데...
풀하고 맞장뜨며 같이 자란지라 수확량이 뭐 그닥 ㅎㅎㅎ
15키로면 잘나왔지 뭐~

올해도 콩농사는 뭐 지을 생각이 없었는데...
콩 한가마가 40키로인데 정부수매가격이 14만원에서 17만원 사이여!
동네에 해마다 콩농사 많이 하는 집이 있어서 그집에 부탁하면 되걸랑...
한가마 사면 우리 식구 먹을 메주쑤고 청국장 하고 콩가루 내고 어쩌고 하면 삼년은 족히 먹을 수 있다고오...
메주도 해걸러 또는 두해 걸러 쑤니까 콩이란게 그리 많이 필요치가 않걸랑...

헌데! 일이 생겨부렀다!!!
작년 겨울에 나무꾼이 콩잎장아찌에 홀라당 빠져서...
그리고 딸아이까지 콩잎장아찌에 넘어가 두 부녀가 말이지...
얻어온 콩잎장아찌를 노상 바닥을 내네 그랴...
안되것어! 내년에 콩농사 안 지으려 했는데...
단풍콩잎이라 해서 삭힌 걸 파는데 엄청 양도 적은데 비싸더라구...
저리 부녀가 먹어치운다면 사먹을라면 돈 감당이 안되겠더라구...
아니 말이지~ 온 여름내 가으내 밭에 콩잎이 널려있었는데 그때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잖아!!!
잎 다 떨어지고 콩 수확 다 하고 난 겨울에 콩잎타령을 하면 우짜냐고오!!!
내는 아무리 먹어봐도 낙엽씹는 맛이구만...

그래도 우짜것어~
그 귀한 콩잎장아찌를 밥상에 올리면 부녀가 두눈을 반짝이는걸...

해서 올해 메주용 콩농사가 목적이 아니라 콩잎이 목적인 콩농사를 짓게 되었다는 뭐 그런 이야그 ㅎㅎㅎ

지난 겨울 두어달을 엄한 일로 공치고 일을 못한 여파로 이제사 하나씩 하나씩 미뤄놨던 일들을 찾아 하고 있다.

날이 어제보다 푹해지니 두런두런 사람 소리가 난다.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콩 골라내다 말고 주섬주섬 마실을 나갔지!

나락도 장에 내야하고
올해 고추모종도 부탁해야하고...
마침 우리가 항상 고추모종 부탁하는 집 아지매가 나와계시더라~
하도 반가와 후다다 달려갔지!
벌써 고추씨 부었단다! 설쇠면 붓는데 참 빠르시구마...
올해는 좀 매운 씨앗으로 했다는데... 걱정이네... 우리것도 알아서 해주신건 고마운디...
매운거 잘 못먹는 식구들이라... 그래도 아주 맵지는 않다하니 뭐 까이꺼 먹어보지 뭐...

나락도 2월 안에 들어온다하고~ 마을 이집 저집 어울려서 내기로 했다.
정부수매는 정해진 기간 지나면 못하는데 상인들에게 전화하면 날을 정해서 한꺼번에 실어간다.
한집 내는 걸 보고 들어오진 않으니 여러집이 어울려서 한꺼번에 내면 손쉽다!
산녀가 말하는 걸 듣고 지나가던 아지매가 자기네도 같이 내자고 하더라.
오늘 일 잘 됐네... 고추모종도 확인했고 나락내는 것도 확답을 받았으니...

그래서 농사는 혼자 못짓는다고 하는 그런 말이 났지싶다.
나락푸대를 나르자면 사람일손도 있어야하지만 이젠 옛날과 달라 지게차와 트렉터 트럭으로 움직이니 혼자 그 기계가 다 있으면 모를까...
우리같이 소농이고 농기계가 다 갖춰있지 않은 농사꾼은 이렇게 마을 이웃끼리 손잡고 해야한다.
그래서 이웃끼리 척지고 살면 좀 힘들다...

알게모르게 올해 농사가 시작됐다.
퇴비도 슬슬 밭에 내갈 준비를 해놔야하고...
청란이 열두개 모아졌다. 한배 안을 양은 되는데... 아직 품으려는 암탉이 없구만...
닭들은 매한테 된통 당했는지 문을 열어주러 가도 문 가까이 안오더라...

설쇠고 대보름 지나면 금방 우수에 경칩이 들이닥친다...
이젠 춥다고 옹종거리고 들앉아있을 수가 없다...
둘레둘레 사방 구석구석 살피며 봄을 준비해야한다!

아! 그전에 이 콩부터 골라내고!!!
오늘밤 일거리 당첨!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시레기삶자구~  (0) 2022.02.11
드뎌 청국장을...  (0) 2022.02.10
우거지~  (0) 2022.02.09
매형의 닭사냥...  (0) 2022.02.07
날라가겄다~요!  (0) 202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