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빈집 써묵기~

산골통신 2022. 1. 17. 13:42











울 엄니집이 10여 년 넘게 비어있다.
돌아가신뒤로 문을 닫아걸었다.
겨울 한파에 수도와 보일러 동파되면 안되니 간간이 관리만 해주고 있었는데.

산녀가 좀 싫어하는 냄새 중 하나가 빈집 냄새다.
왜그리 싫은지 그건 잘 모르겠는데... 그 썰렁하고 냉한 냄새는 참 사람을 서글프게 하고 눈물나게 만든다.

후일 집임자가 누가 될지 모르지만 우예됐던동 누구라도 와서 살게 되기까지만 산녀가 맡아 관리하고 있다.
헌데 뉘 올꺼나... 제발 누구라도 와라 좀...
육남매나 되는 자식들 어느 하나 오질 못하고 있다.
다들 오고싶은 맘은 굴뚝같으나 현실이 만만찮아 사는 곳을 떠날 수가 없다. 해서 일년에 서너 번 다녀가는 걸로 맘을 달래고 산다. 나중에 나이들어 온다하지만 여기서 더 나이들면 기맥힌데?!

옆집 사는 산녀가 까이꺼 주인 오면 비워주지 뭐~ 이카면서 그 집을 이모저모 잘 쓰고 있다.
산녀네 집은 옛날 집이라 좁아서 책장을 갖다놓을데가 없어 골치였는데 이 집은 방이 널찍널찍해서 좋다.

화분들도 죄다 마루로 갖다놓아도 좁은 느낌이 안 들고
책도 잔뜩 갖다놔도 자리 차지하지 않더라.
좋다! 서재로 써도 좋고 마루는 햇살이 그득 잘 들어오니 썬룸이 따로 없네!

산녀가 잘 써주겠으!
고재로 만든 긴 탁자도 갖다놓고 이것저것 내맘대로 꾸며서 써봐야지.
남들은 집 없어 난리라는데 산녀는 이 골짝에 집이 몇개여?!
벌써 네 군데다. 헐헐~
하나는 아이들 오면 복작복작하고
하나는 나무꾼 손님오면 내줘야 하고
하나는 거처하기 쪼매 좁고 추워서 안되고
요 남은 하나는 산녀꺼다! ㅎㅎ
어제 이건 내꺼여! 하고 만방에 선포했다~ ㅎㅎㅎ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5권이 있는데 1권부터 차례로 줄줄이 꽂아놨다. 정리하다보니 7권이 어데가고 없는데 하도 도시에서 이사를 많이 다녀 그런지...
아가사크리스티 추리소설 전집 64권도 이제사 책장차지를 하게됐다. 그동안은 이 구석 저 구석 낑겨살았더랬는데...
몇달전 헌책 한트럭을 고물상에 갖다 줬는데도 아직 책장에 못 꽂힌 책들이 제법 쌓여있다. 뭐 그건 한바탕 책정리를 또 해야될듯...

사람 살림살이에 옷하고 책은 정기적으로 정리를 해야만 좋겠더라...
책장을 보면 읽을 책 하나 없고
웃장 열어보면 입을 옷 하나 없더라...
근데도 책이고 옷이고 넣어둘데가 없으 그래...

오늘도 심사가 좀 복잡해서 부시시한 머리카락 좀 우예 해볼라고 면내 하나뿐인 미장원엘 갔다.
바람은 불어요~ 손은 시려요~ 마스크를 쓰니 얼굴은 덜 춥다마는~
마을을 벗어나 산길을 우르르 내려가 냇가 둑길을 따라 걸으니 아우! 추버라! 단 한번도 안 쉬고 내처 걸었네그랴!
다른 햇살 따신날 갈까 싶어도 기왕 나선길~ 씩씩거리며 걸어갔다왔다.

머리칼 부숭부숭 자란거 확 밀어달라했다.
미장원 아지매도 산녀 성질머리 아는지라 더 묻지도 않고 쓱쓱싹싹 막 밀어준다 ㅎㅎ
속션하게 머리 깍고 나오니 시원해서 좋더만!
염색을 안하니 머리가 허연게... 참 거시기하다마는 그게 내 살아온 이력서인걸 뭐...
미장원 아지매도 아직은 보기좋다고 염색하란 말은 안 하더라.

찬바람 그득 맞고 집엘 오니 에고 세상에 집이 제일 좋네!

산밭 올라가는 빙판길은 이제 길쪽으론 괜찮아졌다.
길 안쪽 우리쪽으로 좀 문제긴 하다만 사람다니는 길이 아니니까 날 눅어 얼음 녹으면 다 해결될겨...

아구~ 바람만 안 불어도 따신 날이구만...
털모자 덮어쓰고 옷 단디 입고 돌아댕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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