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왔다. 현대판 귀양살이가 풀렸다.
아이들은 일터로 훌훌 떠나고
나무꾼은 거의 3주만에 귀가라는 것을 했다... 가고 싶어도 못가는 집이라니...
졸지에 계획하지도 않은 팔도유람을 어거지로 해야만 했다나...
집에 돌아와 그날 저녁 밥상을 차려먹으며... 밥다운 밥을 먹어본다고...
물론 나가서 대접도 받고 맛난 식당에서도 먹고 했겠지만 마눌이 해주는 집밥 이상 가는 건 없었나벼...
이젠 어디 안 가고 조용히 집에서 살고 싶다고...
(산녀 속으로 그게 가능한 일이 아닐걸... 당췌 되도않는 희망을 갖고 있구만~)
다시금 시작된 일상...
집이라는 것이 이리 좋은 것이었구나...
하루하루 지루할 법한 일상들이 이리 소중하고 귀한 것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막막 들었다.
통증없이 걸을 수 있는 것이 신기해 일하다가도 또 무심히 걷다가도 문득 멈춰서서 신기한듯 다리를 만져보고 제자리 걸음을 해보기도 하고...
오늘 병원에서 그만 와도 된다고 하더라...
그리고 느닷없이 들이닥친 코로나로
그동안 시설로 안 가고 재택치료를 선택한지라
아랫채에는 확진자 아들아이가 웃채에는 또 자가격리를 해야하는 딸래미가 살아야하니 새로이 확진자가 된 산녀는 타지역 시설로 가야한단다...
그걸 비어있는 울엄니집으로 가게 해달라고 통사정해서 그날 바로 개나리봇짐 울러매고 엄니집으로 이사갔다!
얼마나 다행인겨... 그동안 빈집이라도 잘 관리해두고 있었기 망정이지...
뉘 뭐라할까마는... 우리 식구들은 서로 또다시 시작된 열흘을 보지말자고 약속했다.
여기서 감염고리를 끊자! 이웃에 민폐는 절대 안된다!
열흘간 각자 방콕이다!!! 다짐을 하고 두문불출했다.
날도 춥고 농한기라 더더욱 인적 끊어진 산골 마을에 나가봤자 뉘를 만날까마는...
우리는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그냥 무식하게 자가격리를 했다...
남들이 보면 유난떤다고 하겠지만 어느 누군가가 그 유난을 안 떤 연유로 우리까지 걸린 거 아니냐구요!!!
이런 유난은 좀 떨어도 된다구요!!!
다행히 아들은 완치가 되어 일터로 복귀를 했고 딸아이도 검사결과 음성이 나왔고 산녀도 무탈하게 치유가 됐다.
얼마나 좋던지 원...
아이들이 떠나고 나무꾼이 돌아왔다.
다시금 시작된 일상...
밀린 일거리들은 여전하고
하면 좋고 안해도 그닥 손해날 것 없는 일거리들...
내일부터 시작하자구!
아!!! 오늘~
먼데서 온 백매화 두 그루~
묘목 심기부터 해야겠구나! 일단 땅이 얼어있으니 화분에 심어서 비닐하우스 안에 넣어둬야지.
옛날에 경주 고택 담장가에 흰색 죽단화(일명 황매화인데 꽃이 노란색이 아니고 흰색이다)
가 피어있었다. 후일 내 집이 생겨 울타리를 한다면 저걸 심고싶었더랬다.
허나 구하기 힘들었고 물어봐도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르더라구...
검색을 해보면 어느 가정집에 드문드문 있는것 같은데 판매되는 묘목은 없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옥매화 종류인데 꽃색깔이 흰색이라 백매화라고 불리는 꽃나무라고
그걸 두 그루 보내주셨다. 흰색 겹죽단화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이 이거라도 키워보라고... 고마운 일이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이제 며칠 후면 지나간다.
내년엔 웃을 일이 좀 있으려나...
마지막의 마지막날까지 고단한 일들이 늘어서있다.
그래도 하루하루 일상은 고맙고 고맙다.
속이 속이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무난하게 넘어가주는 하루를 만나면
그냥 그저 고맙다...
오늘도 두손모은다.
고맙습니다... 해결해야할 일은 산더미지만 그래도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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