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반 타의반 한없이 미뤄졌던 끝물고추 따기!
어느 햇살 좋은 겨울날 하자~
그러고 미뤄졌던 일.
이리 오랫동안 미뤄지리라 뉘 생각했나 ㅎㅎ
한바탕 심신이 피곤했던 12월을 그럭저럭 보내니 한해가 가려하네~
일단 이노무 해는 보내고보자 싶었지.
큰아이가 사업하는 일이 잘되고 있다며 저그 아부지 좋아하시는 굴이랑 과메기랑 참치회랑 와장창 보내왔다.
이번 연말연시에는 친구들이랑 동해 일출 보러가야한다고 못온다나...
딸아이도 프로젝트 발표일이 다음주 코앞이라 연구실에서 살아야한다고 못온다하고
막둥이도 인턴으로 채용되어 출근 준비한다고 그러고...
다들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해내고 있으니 그부분은 걱정이 없다.
한바탕 난리북새통을 겪은 뒤라 다들 조용조용 조심조심 살아가고 있다 ㅎㅎㅎ
새해...
첫날부터 일하긴 싫더라구...
날 추워서 안 되고 흐려서 안 되고 바람 불어 안 되고
연말이라 안되고 첫날이라 안되고 ㅎㅎ 이 핑게 저 핑게 대가면서 바깥일을 미루고 미뤘다.
오늘 날은 좀 흐리지만 이정도면 낮에 일할만 하다고 따시게 옷 입고 나섰다.
그간 하도 일을 안 해서 몸도 굳고 뻐시고 해서리...
상당 비닐하우스 안 끝물고추들이 벌겋게 달린채로 말라간다.
저걸 어여 따내야 고춧대를 치우고 비닐 걷어내고 밭설거지를 하지...
바구니를 여럿 들고가서 하나하나 따담는다. 이걸 언제 하나 한숨이 나오지만 늘 첨 시작은 그러하다.
오늘 못 하면 내일 하지 뭐~
봉덕이를 데리고 가서 풀어놨다.
잘 논다!
놀다가 산녀 있나 없나 확인하고 또 놀러가고 한참 놀다가 또 확인하러 왔다가고... ㅎㅎ
혼자 놀기 심심한지 자꾸만 비닐하우스 안을 들락거리네...
고추들이 달린채로 붉어져서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말라가고 있더라.
이걸 다 따면 아마도 스무근은 나오지 싶은데~
비상용 고춧가루로 남겨둬야겠다.
내년 고추농사가 어찌될지 모르니...
오랜만에 일다운 일을 하니 고단하더라...
새참을 안 갖고 가서 배도 출출하고...
여섯 고랑 중 네 고랑만 따고 일단 내려왔다.
산 속에선 해가 지면 금새 추워지고 어둠이 내리니까...
닭집 문 닫고 쓰레기 정리해서 내다놓고~ 내일 청소차가 이 산골마을에 들어오는 날이라 한꺼번에 모아서 내놔야한다.
시레기 삶아둔 거 한 봉지 꺼내서 추어탕 한솥 끓였다.
육수 내놓은 게 좀 남아서 거기다 미꾸라지 갈아 냉동해둔 한봉지 넣고 들깻가루 간장 된장 고추가루 풀고 멸치액젓으로 간하고 파 마늘 고추 썰어넣고 등등...
뜨끈하게 한 그릇 뚝딱 먹었네.
햇살이 좋아도 겨울이라 한나절 밖에서 서서 일을 하니 몸이 춥드라구...
이런 날엔 뜨끈한 국물이 최고지!
이제 일을 슬슬 시작해야한다.
매실나무 전지도 해야하고 설 쇠고 여기저기 거름 낼 준비 해야하고
일을 안 하다가 간만에 하니 피곤이 몰려오더라...
한 살 더 먹었다고 티를 내는구만~ ㅎ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심해서 하나 뚝딱~ (0) | 2022.01.07 |
---|---|
아우~ 심심!!! (0) | 2022.01.06 |
평범한 일상이란... (0) | 2021.12.29 |
버무리고 또 버무리다~ (0) | 2021.12.02 |
어마무시한 바람 또 바람... (0) | 2021.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