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오늘 한 일...

산골통신 2021. 10. 6. 21:49










적어보자...

삭전에 6시인가 일어나 아침 안개를 뚫고 아쉬람터 들깨밭에 가다.
어제에 이은 들깨 베어 눞히기... 어쨌든 다했다.
한 며칠 이슬 맞히고 마르도록 냅뒀다가 밭에 천막 깔고 타작하면 된다.
풀밭에서 들깨일병 구하기 ㅎㅎㅎ
완전 게글뱅이 농사법이라 산골사람들 지탄을 한몸에 받고 산다 ㅎㅎㅎ
뭐 그래도 울 농작물 온동네 사람들이 다 탐을 내더만 뭘~

들깨는 식전에 밤이슬 마르기 전에 베어야 한다.
절대 낮에는 일 못한다... 거두는 것도 식전에... 필히!
안그러면 온 밭에 길에 들깨알 후두두~
깨 쏟아지는 재미?! 를 오부지게 맛볼겨!!!

집에 돌아와 닭집엘 가보니 봄에 까나온 병아리들 중 장닭 한 마리가 비실비실 꽁지 깃털 죄 빠진채 구석에 처박혀 있네...
붙잡으니 쉽게 잡히고...
이놈들 또 서열쌈을 시작했구나...
그랴 우리가 잘못했다. 암탉 숫자는 적은데 장닭은 많으니 니들끼리 서로 차지하려고 허구헌날 쌈박질이었구나...

아버지 장닭 아들장닭 하루이틀 사이로 저세상 보내고 이젠 어린 장닭까지 저 지경을 만들어놓냐 그래...
언넘이 그리 세냐?'

오늘 저녁에 장닭을 한 마리만 남기고 죄 정리하기로 했다.
어쨌든 이 어린 장닭은 잡아야겠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피차일반... 니는 걍 산녀 손에 오늘 죽자! 비실비실 괴롭힘과 고통 속에 며칠 후 죽는 것보다 이게 낫다 이놈아~ 가자! 하고 그놈 모가지를 비틀어잡고 내려왔다.

즉시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물을 끓였다. 털 뽑고 해부하고 어쩌고 저쩌고 한바탕 한 다음
이런저런 부산물들 죄 모아다가 땅 파서 묻어줬다.

그러노라고 아침밥이 늦었네!!!
나무꾼이 밥 안 먹냐고~ ㅎㅎㅎ

부랴부랴 아침밥 채려 묵고 나무꾼은 예초기 울러메고 산밭으로 가고
산녀는 뒷설거지 후 그대로 뻗음...
한시간 여 쉬었나...

날이 흐려 뭐 말리긴 젬병이고...
고추나 따서 장아찌나 담그고 찜고추 고추부각이나 하자 싶어
바구니 그득그득 댓 바구니 따왔다.
고추란 놈들이 뒤늦게 이리 주렁주렁 달리면 우짜란 말씀?!
일단 지고추는 긁고 통통한 놈으로 찜고추는 야들야들 자잘한 놈들로...
고추부각은 아무거나~

소금물에 재어 김치통으로 세 통 만들고
간장물에 재어 두 통 만들고~
찜고추는 내일 가마솥에 쩌서 널면 되고...
고춧잎도 두어 통 담가야 하는디...
그것도 내일 해야겠네~

저녁밥 후딱 해묵고~
아침에 잡은 닭 아까 낮에 서너 시간 푹푹 고았거든...
살을 발라서 국을 끓였다.
죽은 잘 안 먹더라고...
정구지 좀 잘라오고 애호박 하나 썰어넣고 마늘 양파 대파 고추 등등 적당히 넣고 끓이니 국물이 션하니 좋네!

어둑어둑한 해거름에 푸대자루 하나 들고 후레시 비춰가며 닭집에 올라갔다.
일단 가마솥에 물은 끓여놨으니께~
저 말썽많은 장닭 두 마리를 잡아오지구!!!

한놈은 쉽게 잡았는데 한놈이 도망쳤다!
이야!!! 그놈 힘 좋대!!!
아마 이놈이 그동안 장닭들과 싸워 이겨묵은 놈인갑다!!!

두번 잡다 놓치고 세번째에 닭다리를 나꿔채서 붙잡았다!
아이구 또 놓칠뻔!!!
닭들은 어둠 속에선 맥을 못 추거든... 그래서 닭은 밤에 잡아야혀...

끓여놓은 물로 털을 충분히 골고루 적신 다음 털 뽑기~
나무꾼이 큰놈 뽑고 산녀가 작은놈 뽑고...

손자장닭이라 불렀던 놈인데 며느리발톱이라 하나 그거 닭발 뒤꿈치에 나는 무시무시한 발톱!!!
우와... 그거 참 무섭데... 그걸로 찔리면 그대로 가겠던걸...
그러니 닭들 서열쌈박질에서 이놈이 죄 이겨묵고 그걸로 눈을 찌르니 살아남을 수가 있나그래...
세상에...
털을 뽑은 뒤 보니 기세가 대단하고 내장 해부를 하는데 힘이 들더라!!!
내 살다살다 이렇게 힘좋고 강한 장닭은 첨일세!!!
심장도 여느 다른 놈 두배 밥통도 똥집도 전부 두배 크기였다!!!
이때껏 잡아본 닭 마리 수가 아마도 수십마리는 되는데 이번 이놈이 가장 강하다!!!
해부하는데 애묵었다!!!

이놈과 그 밑 서열 놈을 잡았으니 이제 남은 건 올 봄에 깨어난 아주아주 젋은 장닭 한 마리!
노회한 늙은 암탉들이 어찌 나오는지 두고보자!!!

그간 기세등등했던 장닭들이 하룻밤새 사라지고 저 하찮은 어린 놈 하나 덜렁 남았으니
기맥혀할래나... 아님 좋다 하려나...

자아... 그러니 오늘 일 몇가지를 한겨?!
식전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딱 한 시간 쉬고 일만 했네 그랴...
미치 미치...

그러고보니 동동9월이구나...
그러면 그렇지...

이젠 동동동 거리면서 들일 해야하겠네...
내일은 고추 마저 따서 고추부각이나 만들어 널고
고춧잎 좀 따서 소금물에 재어놓고
또 뭐시기냐...

뭐 하여튼 일거리는 널렸다!!!
뭐든 하면 되지 뭐...

지금부터는 암것도 안 하고 쉴겨!!!
까이꺼 내일은 내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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