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어정 7월이...

산골통신 2021. 8. 28. 14:45
















어정 7월
건들 8월...

말 그대로 어정어정거리다 하루해 다 보내고 있다.
8월은 건들건들거리다 다 보내겠지.
그러다 발등에 불 떨어진 것 처럼
동동9월이 닥치는 거지!!!

그렇다고 해서 7월 8월을 빡시게 일할 수는 없는겨...
어정거리면서 할 일 하고
건들거리면서 할 일 하고 살아.
9월엔 누구든 동동거릴 수밖에 없는겨...

절기가 그러한걸 뭐 어쩔겨...
일을 막 당겨서 할 수가 있나?! 다 때가 있는걸~
고구마 빨리 자라라고 독촉해본들 ㅎㅎ
무 배추 얼렁얼렁 자라라고 할 수 있간?!
다 제 철이 있는걸...

요즘 주로 할 일은 풀 베는 일이다.식전 시원할 때 예초기 소리가 왕왕 시끄럽다. 바야흐로 산소 벌초 시기...
그리고 막바지 논둑 밭둑 풀베는 시기...

요며칠 무 씨앗 파종하고
배추 모종 본밭에 내다 심었다.

밭장만 하기 힘들어서 글치 심는건 일도 아니다.
되려 도와준다고 오는 사람들 걸리적거린다.
비닐피복한 고랑에 구멍 뚫고 물 주는 기구로 죽죽 나가면서 구멍을 만든다.
대충 호미길이 간격으로 하면 된다.
이웃 아지매는 더 짧게 간격을 냈던데 무는 그래도 된다.
중간중간 솎아먹을 요량하고...

그 드넓은 밭에 일단 배추모종부터 들어갔다.
있는 배추 모종 72구 10판 중 9판을 심었다. 한 고랑에 40포기 들어가더라.
한 판은 텃밭에 심으려고 빼놨지. 간간이 솎아먹고 김장 전에 먹을 용도다.
배추 하나 뽑으려고 이 밭까지 올 순 없자녀...
모종 다 한 다음에 남은 고랑에 무 씨앗을 넣었다. 일일이 한 구멍당 세 알씩~

하늘식구 한 알 땅식구 한 알 사람식구 한 알~ 이케 세 알~
누가 묻더라고 몇 알씩 심어야 하느냐고 그냥 흩뿌리냐고...
그래 이케 알려줬더니 막 웃더라 ㅎㅎ 그게 뭔 말이냐고 ㅎㅎ

세 알씩 심어도 한 알도 싹이 안 트는 구멍도 있다. 씨앗은 자기 몸의 세 배의 흙이 덮이면 싹이 트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요즘같이 비가 잦은 때는 빗물에 흙이 쓸려나가기도 하고 흙이 밀려들어 묻히기도 하나까...
그래서 무씨 파종은 두어 번에 걸쳐 보충을 시켜줘야 한다.
한방에 다 나면 재수 좋은거고!!!
잎이 서너개 났을 때 실한 놈 하나만 남기고 솎아서 겉절이 해묵으면 맛나지!

이웃밭 컨닝을 해보니까 무씨 파종을 한 뒤 차광망으로 한 며칠 덮어놨더라... 그래 그런지 그집 무싹은 참 잘 났더라...
그러면 참 좋겠다 싶지마는 우린 밭이 너무 넓으니 그거 감당이 안된다구...

반은 무씨 파종을 했고 반은 배추 모종을 했다.

산녀네 집 둘레가 온통 꽃천지라고 산녀를 꽃집아지매라 부르는 밭옆에 사는 아지매가 밭까지 올라와 뭐든 도와주고 싶어했는데
비온 뒤 밭꼬라지가 진창이라 도와달라 말을 못했고
그 아지매도 운동화를 신고와서 일을 할 엄두를 못냈다 ㅎㅎ

딸래미가 재택근무라 가끔 밭일을 거들어준다.
배추 모종을 판에서 뽑아 일일이 구멍마다 넣어주니 한결 일이 수월하더라...
어젯밤에는 늦게까지 뭔가 하는거 같더니
오늘 아침에 보니 스콘 한 판을 구워놓았더라...

그 아이가 아주 어렸을 적에 빵이며 과자 만드는데 푹 빠져서 제과제빵 도구를 사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가 10살이었나... 더 되었나?! 하여간에 그 무렵 부엌을 밀가루로 난장판을 만들며 놀 때였을겨...
쌀판돈에서 거금 10여 만원을 빼서 일체 도구를 다 사줬었지.
그 도구를 지금껏 요긴하게 쓰고 있다.
그때 기억이 참 좋았나보더라...
뭐든 만드는데 거침이 없다.
덕분에 이 산골짝에서 피자며 빵이며 스콘이랑 쿠키도 원없이 먹고 있다.

온통 풀이다...
천지가 풀이다...

식전에 남은 배추 모종 1판을 들고 어따 심을까 돌아댕기다가
텃밭 두 군데 빈고랑들을 갈아엎었다.
오이덩굴 이제 철지나갔으니 걷어내고
공심채고랑은 고라니가 와서 죄 뜯어먹어 볼썽사나워 조금 남겨두고 걷어내버리고
이것저것 제철지난 고랑들 정리를 했더니 제법 밭고랑이 대여섯개 나왔다.
묵은 덤불들 걷어내고 거름깔고 괭이로 갈아엎어 고르게 해놓으니 새밭이 생겼다.

여기다 알타리 무씨 뿌리고
쪽파종구 묻고
남은 배추 모종도 하고
또 뭐를 심을까...

정구지밭이 하얗게 꽃으로 뒤덮였다.
잘라먹을 타이밍을 놓쳐 꽃대가 올라오는 걸 두고 보고 내버려뒀더니 일부러 키운 꽃밭처럼 변해버렸네.
에라 몰것다. 저거 잘라다 반찬 만들어도 먹을 사람 없구마는...
내빌라두는거지 뭐~ 꽃 보는 것도 좋구만...

얼가리 배추 씨앗이 좀 남았길래 묵히면 소용없고 해서 빈 구석에 뿌려뒀더니 싹이 일제히 돋아났다.
그거참 괜찮구만~ 묵은 씨잇이라 버리는 셈치고 뿌렸는데 말이지...

고추를 세물째 따야 하는데 일손이 없어 지나갔다.
네물 딸 때 몰아서 따야지 뭐...
달려서 마르나 따서 말리나 그게 그거지 뭐~
병만 더 안 오면 올해 고추농사는 그럭저럭 괜찮다.

이따 해거름에 새로 만든 밭고랑에 씨앗 파종하고 쪽파 종구 묻고...
그 다음 시간이 나면 풀베낫 낫질을 좀 해야지...

6월까지 풀관리 자알 하다가
꼭 7월에 와서 나자빠지면서 풀투성이를 만드니 원...
7월 8월에 풀관리 못하면 가을에 거둘 것이 줄어든다는디...
에혀...

어데가서 머슴 하나 보쌈을 해오던지 해야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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