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이번 생은...

산골통신 2021. 8. 18. 23:59












사람에겐 4번의 생이 있다고...

밭갈고 씨뿌리는 생
가꾸는 생
수확하는 생
수확한 걸 누리는 생

정확한진 모르지만 뭐 어쨌든 그렇다한다...

그렇다면 산녀와 나무꾼의 이번 생은
밭갈고 씨뿌리는 생임에 틀림없다!

그제부터 시작한 아쉬람터 800여 평 밭 갈기...
온통 돌투성이... 거기다 풀이 무지막지하게 자라서리...
트렉터도 아닌 관리기로 갈자니 이거야 원 맨땅에 해딩이어라...
트렉터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뭐 그런 생각도...

사실 마을에 부탁하면 다들 해주지...
그러긴 하는데 사람 맘이 그 거시기 부탁이라는 걸 못하겠더라고...
까짓 좀 힘들고 말지 뭐... 그러면서 관리기로 무작정 덤볐다!
나무꾼이 생고생 했다!
산녀도 뒤따라댕기며 튀어나오는 돌 골라내느라 힘들었고...

있는 밭도 많은데 밭이 하나 더 생겨서 안 부칠 수가 없으니...
이 뭔 팔자인고...

둘이 푸념을 하기를
우리는 맨손 맨발로 황무지 개간하는 구석기 시대 사람이라고...
재주만 열나게 부리고 돈은 엄한 놈이 가져가는...

밭갈고 씨뿌리는 생이 이번 생이라면
다음 생은 가꾸고 수확하고 누리는 생이 차례로 남아있겠군...
그럼 삶이 희망적이군!!!
그럼 됐네!
열심히 갈고 씨뿌립시다!
까이꺼 안그래도 이번 생은 포기한지 오래인데 뭐 아쉬울 것 없소!!!

아쉬람터 밭 반은 들깨를 심었고
반은 무 배추 쪽파 알타리무를 심을거다.

한참 일하고 있는데 밭옆에 사는 이웃 아지매가 토마토 주스를 한병 만들어 갖고 와서 마시라고 주더리...
그 집은 한 십오년 전인가 외지에서 들어와 살고 있는 사람인데 마을일에 속하지 않고 따로 노는 사람이다.

산녀를 부르길 꽃집아줌마라고 하더라...
꽃을 많이 키우고 아주 예술적으로 가꾼다니어쨌다나...
해서 꽃집아가씨가 아니라 꽃집아줌마가 되어버렸네라 ㅎㅎ

가끔 이것저것 맘써주고 마실것도 주고 하니
고마운 맘에 아까 매실액기스 두병씩 담아 그집 포함 세 집에 나눠줬다.
줄게 이거밖에 없으니 이거 좋은거유~ 5년 항아리에서 숙성된 매실액기스여~ 이럼서...

그집은 아무래도 외로우니 우리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거다.
마을에서 자의반타의반 왕따를 당하고 사니 가까이 있는 우리가 밭일 한다고 왔다갔다 눈에 띄니 반가웠던게여...

구와꼬리풀이 왕창 피었다.
아주 자리 좁다고 둥글둥글 퍼져 자라서 피는데 볼만하다.
쟈를 내년엔 더 너른 곳으로 옮겨줘야겄어!!!
맘껏 할개치고 퍼져 자라라고!!!

옥수수를 양파망으로 다섯자루를 가마솥에 삶아내어 알을 일일이 까서
냉동에 처박았다.
1년 먹을 옥수수 식량 마련했다.

옥수수가 말라서 쪄먹어도 딱딱하니 다들 버리거나 그러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1차 쪄서 알을 까서 봉지봉지 냉동에 넣어뒀다가 압력솥에 쪄내면 아주좋다!!!
압력밦솥에 쌀 앉히듯 옥수수알 한바가지 넣고 물 자작하게 부은 다음 취사를 누르니
우와와~ 쫀득쫀득 숫가락으로 퍼먹는데 아주 맛나더라구!
하루에 한끼는 옥수수밥으로 때운다!!!

이제 옥수수 먹는 법을 알았으니
해마다 옥수수를 넉넉히 심어야겠어!
그간은 말라서 못 먹으면 닭사료로 쓰고 뭐 그랬는데...

큰꿩의비름이 피려고 준비 중이다...
얘도 참 잘 자라고 번식도 잘 되고 이쁘다.
금동할매네 마당에 화분이 하나 있었는데 씨앗이 떨어진 건지 아니면 줄기 하나가 떨어진 건지 우리 밭에 자라고 있더라고...
그걸 고이 파다가 심어 키우니 저리 커버렸으!
줄기를 뚝 꺽어서 여기저기 빈 자리에 심으먄 또 무더기로 자라고 참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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