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그리 되었다.
아직까지는 고추작황이 그럭저럭 좋다.
병이 곳곳에 오긴 왔는데 심한 건 아니고...
첫물 고추를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에 딸 예정이다.
어여 고추 따서 말려서 방앗간에 빻아와야 먹을 수 있지.
여기저기 나눌 데도 많고...
작년 고추를 홀라당 말아먹어서 올해 고추는 신경써서 키우는 중이다.
식전에 올라와 물을 준다.
비닐하우스 일은 필히 아침 식전이나 날이 흐리거나 비오는 날 해거름에나 잠깐 해야한다.
낮에는 열사병 걸리고 싶으면 들어가도 뭐 상관없다...
고추 말목 2미터 짜리 군데군데 박고 고추끈으로 네번째 줄 묶어주고
물을 골골이 포기포기 시원하게 주고나니 두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쓰르라미 시끄러운 소리 귀에 왕왕~
마가목나무 그늘 아래 앉아 쉬며 이 글을 또닥또닥 치고 있다.
바람잘날 없이 바깥 사건은 터지고...
마음 수습해서 가라앉히면 또다시 엄한 일들이 생긴다.
이번 생은 진작에 포기한다고 맘 먹었지마는...
차라리 우리가
그놈들이 말하는 소위 그런 사람이었으면 참 좋겠다... 그리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 적어도 아이들 배 안 곯리고 이 산골짝에 들어와 살 일이 없고...
검은돈 권력탐하며 그들같이 인면수심으로 살았더라면
그리 가난하게 힘들게 허덕허덕 파란만장 버라이어티하게 맘고생 몸고생 안 하고 살았겠지...
차라리...
뭐 그런 생각이 들더라...
하도 기맥혀...
하늘이 있기는 한걸까...
사필귀정이라는 말도 이젠 뭐 그닥...
귀신들은 먹고살 일 걱정 안 하나 보다...
사람이 너무 맑게 살아도 안된다는 뭐 그런 생각도 들더라...
맑아도 너무 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