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언제 그러셨다.
왜놈들이 조선사람 먹고 배아파 죽으라고 고추를 들여왔다 라고...
어느해인가 남은 고추가루를 자식들 다 퍼주고 당신은 빨간 고추 따서 먹으면 된다셨는데
딱 이틀 그리 드시고 앞집으로 고추가루 한 봉지 꾸러 가셨었지...
고추는 한국인에게 영혼이다...
떡볶이에 고추가루 없으면...
매운탕에 김치에 깍두기에 온갖 것에 고추가루 없이 먹는다고 생각해봐라...
주금이지!!!
뭐 마늘 파는 없어도 대충 살어... 하지만 고추가루 없으면 막 기맥히더라고...
근데 그 고추농사가 제법 손이 많이 가고 한순간에 망해먹는 수도 있는지라 해마다 고추금은 떨어질 줄 모르더라...
정월지나 고추씨 모종판에 부어 싹이 트면 핀셋으로 일일이 집어다 포트에 애기다루듯 심는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이중 삼중으로 덮어 보온을 해야하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벗겼다 덮었다 괸리를 해줘야한다.
하루라도 놓치면 그해 고추는 말아묵는기지...
그렇게 애지중지 고추모를 키워 4월 중순이나 5월께 본밭에 내다 심으면 끝이냐~
오우 노!
그때부터 고추노예 2차전 시작이지!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이라 거름 푸지게 한 밭을 갈아 고랑을 만들고 비닐피복을 한 뒤
물을 푹푹 줘가며 모종을 심는다.
노지에 그냥 심으면 물주기는 가물지 않은 이상 괜찮다.
하지만 우리는 탄저병 무섭고 약치기 싫어서 비닐하우스 안에서 키운다.
작년 노지에서 500포기 홀라당 말아먹은 뒤로 더더욱 노지 농사는 안 한다.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농사를 하면 가장 큰 일이 물주기다!!!
고추끈 매고 풀 뽑고 하는 일이야 뭐 숙달된지라 아무 문제가 안 되고...
물주기는 참 거시기하다 ㅎㅎㅎ
비닐하우스에 고추모종을 하고 매일매일 한달간은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야한다.
그때그때 날씨 봐서 이틀 정도 간격을 줘도 되긴 한다.
점적호스라고 관주시설을 고추모종 심기 전에 고랑고랑 깔면 모터 연결해서 물을 주면 되는데
그 시설을 매해 새로 해야하고 또 점적 호스가 군데군데 막히면 그 자리 고추가 말라죽는 일도 간혹 생기니...
당췌 신용이 안 가서 관주시설은 올해도 기어이 안 하고 버티고 있다.
관주시설을 해서 물을 주나 호스 들이대고 물을 주나 시간은 마찬가지로 걸리고 더운 여름날 물주기는 되려 시원하니...
그냥 원시적으로 물을 주고 있다.
심고나서 한달간은 매일같이 또는 이틀에 한번 물을 푹푹 주고
6월 7월에는 사흘에 한번 나흘에 한번 주고 있다.
요새는 일주일에 한번 줘도 되더라마는...
수압이 센 모터를 상당 연못에 설치한 뒤
검정 호스 100미터짜리를 연결해서 고추비닐하우스 안으로 끌어들였다.
분사기도 공사장이나 세차장 같은데서 쓰는 걸 구해와서 호스에 부착시키니 우와~
분사되는 범위가 엄청 넓다. 한번에 두 고랑 반은 그냥 커버한다.
상당 큰 비닐하우스 안 고추는 450포기다.
집 옆 작은 비닐하우스에는 150포기가 있다.
고추가루용과 풋고추용 따로 한 셈~
물을 주기 쉽게 첨부터 고추모종 심을때 흙을 편편하게 하고 그 위에 왕겨를 두줌씩 덮어줬다.
그래야 물을 줄때 고추모종 뿌리가 피해를 안 보니까.
아무래도 물을 주면 흙이 쓸려나가기 마련... 그걸 왕겨로 1차 차단하고 또 왕겨가 습기를 덜 날라가게 보존하고
또 보온도 해주는 효과가 있더라고...
거름 좋고 거기다 규칙적으로 물을 주고하니 풀들이 기승을 부리는데...
그건 감수해야한다...
헛고랑에는 제초매트를 깔고 그 위에 물을 흥건하게 주는데 한번 줄때마다 흐르도록 고이도록 줘야한다.
그래야 충분히 땅에 스며들어 가물어도 고추가 이겨낼 수 있다.
1. 고추밭 헛고랑마다 호스를 들이대고 흥건히 고이도록 물을 준다.
2. 고추 포기포기마다 비닐 속에 물이 들어가도록 수압 약하게 해서 물을 듬뿍 준다. 그때 흙이 안 쓸려내려가게 조심해야하고 방지책으로 왕겨를 덮어주면 좋다.
3. 고추 위로 흠뻑 샤워를 시킨다...
산녀네가 고추밭에 물주는 방법이다.
요새는 일주일에 한번씩 준다.
슬슬 고추 딸 시기가 왔다. 신난다~
병이 드문드문 오긴 해도 벌레들이 막 까나와도 뭐 까짓 아직까지는 괜찮다.
이번 주말 아니면 다음주 초에 첫물 고추를 따기로 했는데
어느 고약한 놈이 나무꾼을 허위 음해를 해서
그놈 잡으러 나무꾼이 어데 가고 없다...
천상 그놈 잡아족친 다음에나 따야할래나...
고추는 그 꼭지가 마치 한번 비틀은 것처럼 생겼다. 쉽게 못 따게 고추도 나름 진화를 한 건가...
고추를 위로 들어올려 꺽는 식으로 따던가
잘 안 따지면 아예 꼭지를 분리해서 달랑 빨간 고추만 따는 수가 있다.
산녀는 꾀가 생겨 꼭지떼고 따버린다.
그러면 나중에 말린 고추 손질할때 고추꼭지 따로 안 따도 되거등 ㅎㅎㅎ
방앗간 갈때 고추꼭지 따야하니께~
안 따갖고 가면 싫어하고 거기 상주하는 할매들이 막 가위로 험하게 잘라버리더라구...
그러면 고추씨 조차 고추대가리 조차 막 잘려나가...
이제 드뎌 정월부터 시작된 고추농사가 수확이 시작된다.
은근 기대가 된다...
작년 고추농사 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밀지만 그래도 지금은 좋으니 됐으...
맘 달래고 첫물 고추 잘 따서 말려서 나눠묵어야지!!!
기대고대 기다리는 이들이 많으...
하여간 고추는 다른 작물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탈도 많고 그랴...
오늘도 네번째 고추끈 매줬거등...
기존 고추말목으로 고추키가 감당이 안되어 가지가 축 늘어져 꺽여 시들길래
얼른 2미터짜리 말목 군데군데 박아 줄을 매줬다.
노지고추는 키가 작아서 1.5미터 말목으로도 감당이 되는데
비닐하우스 안이라 덥고 습하니 키가 막 웃자라...
그러니 별 수 있나... 막 붙들어매야지!
고추에 약을 많이 하는데 비오기 전 약치고 비온 뒤 약친다.
이웃 고추밭 컨닝해본 결과 비가 잦고 장마가 길어지는 해에는 거의 약통 짊어지고 살더라~
고추영양제랑 비료도 타이밍 맞춰 주고 아주 귀하게 키우는 작물이다.
우리는 약이라곤 안 치고 배째라 버티는데
사람 몸에 영향을 끼치는 독한 농약을 치면 안 좋다는 거지 병충해 약이나 천연 비료를 주지 말라는 건 아니지 싶더라...
그래서 자리공 풀을 잘라와서 천연병충해 약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자리공이라는 풀은 냇가 주변에 많더라고... 일명 독초라고 하더만...
그 풀을 뿌리채 가마솥에 잠기도록 물을 붓고 퍽퍽 삶아서 건져내고 물만 따로 곱게 받아
1대1 비율로 물을 타서 고추에 치면 좋다한다...
그때 목초액도 넣으면 좋고...
고추순을 따서 안 먹을거면 그걸 썩혀 액비로 만들어 뿌려줘도 좋다하고...
내는 그냥 구찮아서 그 물을 고추 포기포기마다 부어줬다..
봄에 무 썩은 물을 부어줘도 좋더만...
특히 오이한테 부어주니 대박인 해가 있었어!
뭐 하여간 고추는 참 손이 많이 가기로 일등이다...
그래도 한국인 밥상에 없으면 큰일나는 재료 중 하나니 우짤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