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물 고추 땄다.
그리고 더위 옴팡지게 묵다!
원래 고추를 따려고 한 건 아닌데 일이 뭐 그리 되어버렸다.
얼른 따고 들어와 쉬면 되겠거니 하면서 일을 시작했지!
나무꾼은 한고랑씩 맡아 따고 산녀는 두고랑을 맡아 땄다.
여섯 고랑이니 나무꾼도 두고랑씩 맡아 따면 되는데 어쩌자고 한고랑만 따나가네?!
두고랑 따는 산녀와 보조가 맞길래 이제 나무꾼도 일솜씨가 늘어서 빠르구나~ 뭐 그러면서 따나가는데 엥?!
ㅎㅎㅎ 한고랑이었으... 착각하고 산녀와 고랑이 겹쳤으...
하이고...
뭐 어쨌든 산녀는 네고랑 땄고 나무꾼은 두 고랑 땄다.
두 고랑에서 다섯 바구니씩 열댓 바구니 나왔다.
뭐 그만함 됐다!!!
농약을 치고 비료 영양제 주고 했으면 서너 바구니 더 나왔겠지만~
괜찮다 이정도면!!!
고추들이 이쁘고 큰병없이 자랐으니...
아침에 늦게 올라가서 해가 올라와 내리쬐니 비닐하우스 안이 마치 한증막 같더라. 어여 따고 탈출해서 가져온 물이랑 새참이랑 먹고 쉬는데
산녀는 물만 한병 들이켰다!
다른건 먹히질 않더라고...
원래 고추 딸 생각없이 산밭에 올라온지라 새참 바구니도 안 챙겼는데
나무꾼이 새참 바구니를 꺼내네...
물 두 병 요플레 두 개 오이 두 개 딸래미가 구어놓은 쿠키 한 봉지~
이젠 나무꾼도 산골사람 다 됐다...
딸래미가 쿠키를 궈놓으면 자꾸 없어진다더니 범인이 아빠였네 ㅎㅎㅎ 한봉지 다 갖고 오면 우짭니껴~ ㅎㅎ
그래도 이것저것 챙겨먹고 쉬니 좀 낫네...
그때까지만 해도 더위 먹었다고는 생각 안 했는데...
오후 늦게서야 이 증상이 뭔고 싶어 곰곰 생각해보니 더위 먹은 거였어...
하루종일 맥없이 처져 있었거든...
고추를 따놓고서도 씻어 건지지도 않고 내팽개치고 들어와 누워버렸으니...
아무 생각없이... 하루가 멍했다.
저녁때서야 정신을 차려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하! 그렇구나 싶네...
올해들어 더위 먹은게 세 번째...
증상이 동일하다.
그전엔 그리 일해도 더위를 먹은 적이 없었는데 올해 유난하네...
이 더위에도 산골 이웃들은 참깨찌고 고추따고 옥수수따고 콩밭 돌보고 바쁘다.
한여름 삼복더위에 제일 바쁜듯싶다.
이러니 기력이 파하고 쓰러지니 보신용 음식들이 나오지!
삼계탕 개장국 추어탕 장어탕 등등...
나올 법 하다. 먹어야 한다...
노동을 안 하는 사람들이면 모르는데 육체적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먹어줘야 하겠더라...
이건 생명이 달린 문제여!
어제 오후 비가 오고 오늘까지 흐리고 이따 또 비가 온다니
바깥 일은 못한다.
어제 못한 고추 씻어 건져 건조기에 넣는 일이나 하고 말아야겠다.
태양초 만들어볼 생각은 올해도 접어야겠네~
매일매일 비소식인걸~
여름밥상 보잘것 없고...
그냥 오이랑 토마토랑 옥수수랑 감자채볶음이랑 깻잎반찬에
밥 묵었다.
뭐라도 보신용 음식을 해야겠는데...
뭐가 좋으려나... 닭 한 마리 잡을까?
다들 입맛 없어서 안 먹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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