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퍼붓던 폭우가 지나고 이젠 하루에 한번 우릉우릉 쾅쾅 소나기가 쏟아진다.
비양은 그리 많지는 않고 엄청 습한 기운을 몰고 와서 한참을 뜸들이며 요란벅적을 떨다가 후두두두 소나기 한차례 퍼붓고 간다.
식전에 밭 한 바퀴 돌아보고
할매집 꽃밭에 심은 맥문동 몇 포기 뽑아와서 삽작거리 산초나무 밑에 심었다.
산초나무를 심은 적이 없는데 어느날 씨가 떨어져 담과 마당 그 좁은 사이에서 싹이 터서 나무가 되어 자랐다.
이젠 제법 열매도 맺히고 사람키 훨 넘어선지 오래다.
얘도 그냥 오며가며 보면서도 냅둬서 저리 됐다.
그게 참 뽑아내기도 그렇고 해서 그 주변에 흙을 들이붓고 브로크로 둘레를 막아서 자그마한 꽃밭을 만들었다.
문제는 여기가 아침 한나절만 살짝 햇살이 들어오는 북향이라는 점..
그래서 뭘 심을 만한 애들이 없어서 비워놓고 있었는데 어느날 문득 생각해보니 반그늘이나 실내에서 잘 자라는 애들로 주로 심으면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딱 들더라구...
그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국화 삽목을 하면서 둘 데가 없어 사방 찾아댕기다가 삽작거리가 딱 좋구만~ 해서 활용을 하다가...
북향에 햇살은 아침에 잠깐 조금~
여기에 맞는 식물이 뭐가 있노 찾아보니 보스톤고사리에 다육이에 아이비 맥문동에 그리고 이름 가물가물한 애들 몇...
찾아보니 있더라구!!!
그래 화분들을 죄다 옮겨와서 줄줄이 늘어놨지...
뭐 꽤 괜찮더라구... 빈 공간이고 주로 연장들 놓아두는 철제 앵글만 서넛 있어서 황량하기도 한 공간이 초록 화분들이 오니 그럭저럭 봐줄만...
거기에 산초나무가 쥔장 허락도?!?! 없이 터잡고 사는지라 자연스레 그 주변으로 꽃밭이 만들어지게 된 뭐 그런 야그...
맥문동을 몇 포기 파와서 산초나무 아래 심고 브로크로 경계를 자어서 흙 한 푸대 파와서 부어주니 제법 그럴싸...
국화 삽목둥이들 수십포기는 할매집 꽃밭에 줄줄이 갖다 심었다.
빈집 티 나는거 싫어서 이런저런 이쁜 꽃들 나무들 갖다 심는데 일년초들 사그라진 뒤 국화꽃 가을에 피라고...
오늘 나무꾼이 마당 풀 깎아줬다.
소나기 오기 전에 깎아서 참 다행...
빗자루와 갈퀴를 갖고 풀 뒷청소를 말끔히 하니 하이고 마당 훤~ 하네 그랴!!!
평상에 얼음물에 복숭아 대령!!!
이웃 아지매가 복숭아 첫 수확했다고 산골 집집마다 한상자씩 다 돌리더라...
고맙게 받았다!!!
그 아지매 아들이 엄마 일 하지 말라고 밭에 복숭아 나무 심은게 한 삼사 년 전인가... 벌써 첫 수확이여!!! 참 빠르다...
참 달고 맛 좋더라구...
우린 뭘 드리나... 찾아봐야지!
요새 폭우에 소나기에 비가 곱게 오질 않아서 밭꼬라지가 여엉 엉망이다.
텃밭에 급조해 심은 콩밭 꼬라지 좀 보소!!!
내일부터는 저 먼데 밭에 심은 콩골 풀 좀 처리해야겠다.
나무꾼이 오늘 일차 예초기로 훑었으니 이제 산녀가 들어가 칼호미로 나머지 정리해야지.
오늘 나무꾼 고생했다! 건강도 안 좋은 사람이 거친 일을 몰아하려니...
장마철에 거미들이 집을 많이 짓는다.
가끔씩 긴 장대를 들고 처마밑이나 여기저기 거미줄 걷어내는 일도 한 일거리다.
그리고 개구리들이 자꾸 집안으로 튀어들어온다.
지들이 여그 들어와서 뭐할건데?!
문들 열면 기다리고 있다가 톡 튀어들어온다...
해마다 청개구리들 몇 마리는 먼지투성이가 되어 구석탱이에 말라 죽어있는걸 끄집어내어 치워야 한다.
오늘도 작은 아기 참개구리 한 마리 들어오려다 산녀 발에 걸려 못 들어가고 산녀 발 위에 올라앉아 한참 있다 갔다.
오이가 한창 달린다. 오늘도 한바구니 땄다.
상추는 빗줄기에 정신을 못 차리고 널브러져 살고...
텃밭에는 코스모스도 살고 풍접초도 한자리 차지하고 샤스타데이지와 국화도 한켠 터잡고 산다.
블랙배리를 두 포기 구해서 화분에서 키우고 있는데 오늘 첫 열매가 까맣게 익었더라. 나무꾼이 따먹어보더니 맛 괜찮다면서 좋다네...
내년엔 거름도 넉넉히 해서 좋은 터 잡아 키워야지.
복분자도 산딸기나무도 댓포기 키우고 있다.
열매가 서서히 익어간단다...
뭐 이런 재미에 산골살이 하는기지 뭐...
연일 오는 비에 작물이고 꽃들이고 나무고 죄다 후줄근...
비맞은 강아지 꼬락서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