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비온 뒤~

산골통신 2021. 7. 9. 20:10


















봉덕이와 마당냥이들은 늘 평화롭게 지지고 볶고 산다.
그네들은 깨뱅이 친구들이라 허물없이 지낸다.
서로 잠자리도 같이 하고 먹을 것도 나눠먹고 양보하고... 다만 억수로 맛난 도시표!!! 간식이 있을 때는 잠시 신경전을 펼치기도... 허나 그것도 배부르면 돌아도 안 본다는...

며칠째 밤마다 퍼붓던 비로 도랑 둑이 넘치려 하더라. 물기 좀 마르거든 삽들고 괭이들고 가봐야지.
저 물이 닭집으로 쳐들어가더라구...

어제는 뭘 했더라...
차이브 마저 갖다 심고 그 옆 정구지밭 두 고랑을 한 고랑으로 합치는 일을 좀 했고
묵은 대파밭과 쑥갓골 청경채골을 갈아엎었다. 이제 장래가 없거든...
장맛비에 다 녹아서 자빠지고 녹아서...

바질이 씨가 떨어졌는지 대여섯 포기 자라고 있더라. 고이고이 뽑아서 한갓진 곳에 심어뒀다.

오이가 늙어간다. 왜 익어간다 하지 않고 늙어간다 할까?
이어서 자랄 오이 모종을 심었으니 쟈들은 다 따서 무쳐묵어야지.

땅에 눕혀 심은 대파모종들은 이번 장맛비에 일제히 고개 쳐들고 일어섰다.
흙 좀 마르거든 북을 줘야지.

오다가다 토마토 곁순 부지런히 따주고 방울토마토 발그스레 익으면 한줌씩 따오고
깻잎 한 줌 오이 몇개 닭집에 달걀 몇개 애호박 하나 호박잎 한 줌
가지는 아직 어리고
양배추 알이 찼길래 하나 뚝 따다가 쪄서 쌈싸묵고
상추 좀 깔려오고...
그러면 여름철 밥상 그럭저럭 꾸려간다.

오늘은 오며가며 외면만 하고 지나치던 산나물밭을 들어갔다.
호미는 진작 안 되고 조선낫을 갖고 갔지.
여기는 바랭이하고 강아지풀이 점령했다.
강아지풀은 쑥쑥 뽑으면 되는데 바랭이는 뿌리채 쥐어뜯어야 한다.
잘 큰 바랭이 한 포기가 거의 한 평을 잡아묵는다.

빨간 바퀴의자 타고 앉아 이거 언제 다 하노 뭐 그런 생각 하지도 않고 하는만치 할 수 있는만치 하자 하고 덤볐다.

여러날 비 온 뒤끝이라 흙이 무르더라. 뿌리가 힘없이 뽑힌다.
어허... 이거 좋구만... 신나서 뽑아제끼고 낫으로 베고 뿌리 파내고...
한참만에야 거의 두시간 걸려서 산나물밭 한 고랑하고 눈개승마 취나물밭 고랑을 해치웠다!!!
환삼덩굴~ 여그서는 소먹이덤불이라 부르는 환장하는 풀을 죄 걷어내고 닭의장풀 걷어내고 간간이 있는 망초 뽑고 여뀌도 뿌리채 뽑아내고 강아지풀도 잘 뽑히더라...

일단 대충 해놨으니 다음번엔 좀 수월할겨...
산마늘골은 천상 예초기가 들어가야혀...

콩밭에는 땅 좀 마르거든 칼호미 갖고 가야할 거 같고...
지금은 푹푹 빠져서 안된다.

오늘 정해놓은 할 일은 창고로 쓰는 할매네 아랫채 방 두 군데 청소다.
스레트 지붕이라 맘대로 허물지도 못하고 냅두는데 몇년 전부터 비가 새...
안에 둔 것들 모조리 꺼내서 치우고
비새는 곳을 천막으로 지붕을 덮던가 해야지...
싹 허물고 새로 창고를 지었으면 싶은데 무주공산이고 딱히 할 필요성이 간절하지 않아서리...

그런 다음에 뭘 할 예정이었더라...
비가 안 오면 저 아래 밭에 한번 가봐야지.
옥수수가 익었나... 노각오이가 달렸나...
풀들은 얼마나 뒤덮었나...

가보기가 무섭다마는...

연일 퍼부은 비에 산 아래 냇가 물이 대단하더라.
보뚝이 안 보일 정도로...

논마다 물꼬를 한껏 열어놓아 봇물이 콸콸 내려간다. 그 바람에 우렁이들이 길로 쓸려나와 돌아댕긴다.
얘들은 물살이 세면 구르고 굴러 냇가까지 가겠지만 가기전에 새들의 먹이가 되거나 말라죽는다.

그걸 본 아이들은 하나하나 집어다가 논으로 던져주지만 한둘이어야지...

논에 개구리밥 한창이다.

독말 꽃이 피고진다. 피는 모습이 참 특이해서 한번씩 슬쩍 만져본다.
꽃몽우리가 활짝 피기전에 마치 옷감을 잘 다려서 착착 접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무더기로 심어두면 볼만하겠다.

텃밭 한 가운데 풀 뽑다가 무심코 살려 심은 풍접초 한 포기는 거름이 좋아 그런지 거의 밭 한고랑을 다 차지하고 산다.
꽃대궁도 여럿 올리고... 뭐 냅둔다. 이뿌잖여...

올해 채송화는 몽땅 노랑이다.
작년 그 이쁜 분홍 빨강 주홍 알록달록이들이 다 어데갔는지 도데체 모르겠다.

토사자가 산길 가 묵밭에 퍼져 자라고 있는걸 아는데
어느해부터 산밭에도 자라더라구...
산녀 발에 씨가 묻어왔나... 그리 생각하고 말았는데
어제보이 울집 마당 바질 화분에 토사자가 칭칭 감고 있대?!
하이고 이놈아~
죄 뜯어내 갖다 버렸는데 오늘 또 감고 살고 있어...
한동안 야하고 숨바꼭질 해야겠네...
토사자가 관절에 좋다고 그러던데 가을에 걷어다가 삶아묵어봐야지...

바람이 간간이 불어 그리 후덥지근 하진 않더라...
식전 일 끝내고 들어와 쉬고 있다.

이 평상 참 좋다!!!
이건 봉덕이한테 뺏기지 말아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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