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내 자리야!!!

산골통신 2021. 7. 8. 19:30
















저 흔들그네는 오랫동안 산녀 전용이었네라...
재작년 초가을 봉덕이가 온 뒤에도 저 자리는 산녀 자리였으...
개집을 브로크로 멋지게 지어줘도 안 들어가... 개집을 새로 사줘도 안 들어가...
작아서 그러나 큰 개집을 구해다 줘도 안 들어가...
해서 울집엔 빈 개집이 세채나 덩그라니 있다...

이놈이 어디서 자느냐?!
어릴땐 마당냥이들과 툇마루 밑으로 겨들어가서 살다가 몸덩치가 커지니까 마루 앞에서 자다가
슬금슬금 그 옆 흔들그네로 겨올라오더니만 기어이 차지하고 안 내려간다...

아~ 물론 혼을 내서 못 올라오게 하고 쫒으면 내려가지...
한 서너 번 가르치고 야단도 치고 혼을 내보다가 자꾸 올라와 자니 그게 또 안스럽고 짠해서 냅뒀더니 저래 되어버렸다.
뭐 어쩌것어... 저 자리가 좋다는디...
그 추운 겨울에도 비바람 몰아쳐도 저 자리 말고는 안 들어가는걸...

첨에는 산녀랑 사이좋게 나눠 쓰다가 점점더 개털땜시 ㅠㅠㅠ
밀려나버린 산녀...
또 개냄새도 나고...
어느새 봉덕이 전용 자리가 되어버렸더라 뭐 그런 야그!

며칠전 이웃 총각이 다니러 와서 덥석 앉으려다 개털땜시 놀래서 다시 일어났더라...
그래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산녀와 나무꾼은 흔들그네를 포기하고 평상을 만들기로 했다는...
어제 어슬프나마 작은 평상을 만들고 보니 아주 좋더라는 뭐 그런 야그...

아침까지 억수로 비가 퍼붓더니 말짱 그쳤다. 비 피해가 있나 둘러보니 전날 둑을 쌓은 곳은 안 터졌고 반대쪽 도랑으로 물이 안 빠져나가고 흥건히 고여있더라...
아무래도 그짝이 지대가 높아서 그런듯... 그건 나중에 보수를 하면 되겠고...
이장 방송이 아침부터 시끄럽다. 비피해있으면 신고하라고...

산 아래 냇가까지 한바퀴 돌아봤다.
냇물이 무시무시하게 처내려가더라...
보뚝이 어데있나 분간도 못 할 정도로...
이웃들은 잠시 비가 그친 참에 논둑 풀 깍더라마는...
밭에 들어가보려해도 푹푹 빠지니 엄두도 못 내고 철수...

비가 그치더니 서서히 하늘이 말갛게 변하더라!
파란 하늘로... 바로 땡볕으로 변하네?!
이 머선일이고~

해서 한나절 집에서 쉬어야했다.

해거름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어 나가보니 밭에는 발도 못 디밀겠고...
그나마 두군데 텃밭만이 좀 디딜만 하더라...

하릴없이 돌아댕기다가 할매집 꽃밭 풀 좀 뽑고...
구와꼬리풀이 넙데데하니 멧방석처럼 퍼져 자라서 그 옆에 있던 앵초 한 포기 칭겨 살다가 이사간지 오래고
급기야 이짝 옆에 살고 있던 차이브도 짐싸야 되겠더라구...

차이브가 씨앗 채집한 뒤로 축 늘어져있길래 이거나 좀 갈라 심어볼꺼나 싶었다.
그 즉시 호미로 뿌리채 파내고 구와꼬리풀만 너르게 살게 주변정리를 해줬다.
여그는 니혼자 살거라 ㅎㅎㅎ

차이브 윗줄기를 짜리몽땅 잘라버리고
닭집 앞 텃밭에 루꼴라가 이제 지는 참이라 죄 걷어내고 그 빈 자리에 골을 기려 줄줄이 묻어놨다.
차이브꽃길을 만들려고 수를 불리고 있는데 이리 농갈라 심어두면 금세 번지겠지... 씨앗으로는 타이밍을 놓치면 발아가 잘 안되던걸... 씨앗은 씨앗대로 간수하고 뿌리나눔으로 또 늘려가야지.

흙을 파니 뭔넘의 지렁이들이 수십 수백마리가 ㅠㅠㅠ
워낙 약을 안 치니 지렁이 땅강아지 세상이 되어부렀어...
이러니 두더지가 그리 좋아라 하지 ㅠㅠㅠ

어쨌든 한참 심고 있는데 우릉우릉... 남서쪽에서 먹구름이 순식간에 몰려와 어둑어둑해졌다.
뭔 날이 이리도 변화무쌍하다냐...

그래도 캐온 것들 열심히 심고 일어나니 후두두 빗방울이 시작한다. 남은 차이브는 내일 식전에 마저 해야겠네.

밭마다 왕겨와 당가루 거름을 매해 뿌려주니 밭흙이 고슬고슬하다...
고추밭에도 해마다 뿌려주고 덮어준뒤 밭을 갈아보면 훨 부드럽고 고슬거리더라...
걸으면 푹신푹신 그 쿠션감이 은근 느껴진달까?!
확실히 흙이 좋아진게야!

어제 만든 평상에 앉아 이 글을 치고 있다.
이런 날도 오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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