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노상 벌에~

산골통신 2021. 7. 6. 13:27















노상 벌에 쏘이는 것이 일상인 요즘이다.

오늘 장독대 청소를 좀 하고 오미자를 걸러내기로 했는데
장미덩굴이 장독대쪽으로 너무 휘늘어져 있어서 원예가위들고 잘라내는 순간~ 흐미...
따가라~ 아포!!! 눈물이 핑~
왼손가락 두방 오른 팔 한방!
순식간에 덤비는데 두 팔을 휘저으며 뒤로 대피~
언넘이여?!
잘라낸 장미 가지를 살펴보니 저 노란 벌집이...
애벌레가 그대로 들어있는데 졸지에 고아가 되었구나~ 벌들이 버리고 걍 갔어...

일단 오미자 항아리부터 걸러내고 물 호스를 들이대어 신나게 물청소를 해댄다음~
다시 가위들고 전지 도전!
하이고 또 한 방 호되게 쏘였네~
어데 안 갔니?! 왜 그 옆 가지에 숨어있었냐?! 거기다 또 집지으려고?!
오른 손등을 그대로 쏘였다.
대체 몇방 쏘인겨?!
장갑 위로 쏘였는데 왼편 손가락은 붓기가 없고 오른팔과 손등은 퉁퉁 부어올랐다. 통증은 뭐 그닥~

두번 연달아 쏘이고 나니 덧정이 없네~
물청소만 대충 하고 철수~

여름날 반찬이 부실하야 텃밭 한바퀴 돌아 애호박 두 개랑 호박잎 따고 깻잎 한줌 따고 상추 깔리고
양배추 하나 따고 브로콜리 두개 따고 풋고추 좀 따고
오이 댓개 방울토마토 댓개 따서
대충 대강 밥상을 차렸다.
큰 찜솥에 양배추 잘라 넣고 호박잎도 같이 넣어 쪄내고
오이는 동글동글 썰어 무치고
브로콜리는 소금물에 데쳐내고
깻잎 양념장 끼얹어내고
된장국 끓여 밥 묵었다.

요새도 뭐 늘상 풀떼기 밥상이라 쪼매 아쉬워 잔멸치에 꽈리고추 좀 넣어 볶고 조려봤는데 망할 꽈리고추가 왜 이리 맵냐 그래 ㅠㅠ
다들 고개 절레절레...
할수없이 고추만 죄 골라내고 먹어야했다나~

아이들이 다 떠난 뒤 봉덕이는 저러고 산다...
산녀나 나무꾼이 좀 놀아주면 되는데 일만 하는지라...

흔들그네를 봉덕이한테 상납?! 한 뒤로 개털땜시 앉아 쉴 곳이 없어진 산녀...
봉당 앞에 작은 툇마루 하나 만들까 궁리 중이다.
나무꾼이 만들어줄까 그게 의문인데...
허리 아프다는 산녀를 위해 푹신한 소파에 두꺼운 판자를 깔아주는 정성을 보면 해줄 것도 같은디...
오늘부터 나무꾼 옆구리찌르기 들어가볼꺼나...
아니면 몰래 인터넷에서 파는 툇마루평상 주문해버리고 입닦어?!

오미자를 다 거르니 14리터가 나왔다.
세통에 나눠담고 남은 건더기에 30도짜리 소주를 들이부어놨다.
요게 참 맛나는데... 오미자주를 따로 만들 필요없이 오미자액기스 건져내고 거기다 걍 소주 부어놓으면 끝이다.
막둥이가 그 맛에 반해 산녀를 졸라 몇 병째 가져갔다나...

예전에 할매가 오미자액 건져내고 아깝다고 그 항아리에 소주를 부어놓은 것이 시초인데
그무렵 일하러 온 일꾼 셋이 그 오미자만 주면 일하겠다고 농을 할 정도로 맛이 있었다.

어제오늘 나무꾼은 황매실주를 담그고 산녀는 오미자주를 담궜다~

참 풀이 열심히 자란다...
논두렁 밭두렁 제초제 치는 사람들~
예초기 울러매고 치는 사람들...
요즘 한창 친다.
비 좀 빠꼼하면 약 친다...

나무꾼은 아침밥묵고 매실주 담그고 예초기 울러매고 상당밭에 올라갔다.
점심때인데 안 내려오네...

...........


온다던 비가 안 오니 나무꾼은 일을 더 하기로 했고 산녀가 새참를 챙겨 봉덕이 데리고 산으로 올라갔다.
팥시루떡 한덩이 찌고 감자 7개 찌고
오이냉국에 토마토 썰어 매실액끼얹어 한통 담고
우유 한통 요거트 한개 감자 찍어먹을 소금 조금...
얼음물 한통
한바구니 만들어 올라갔지.

풀에 길이 막혀 길부터 풀을 치고 있더라.
새참을 먹은 후 나무꾼은 풀을 치러 다시 갔고
산녀도 풀베낫과 조선낫을 들고 풀을 치기 시작했다.
봉덕이도 여상 그런 줄 알고 돌아댕기며 놀고

한참 치던 중 약한 소나기...
일하던 중이라 중단하기도 글코해서 계속 풀을 치다가 점점더 퍼붓는기라...
풀 치다가 벌에 또 쏘이고~ 오늘 뭔 날이냐 ㅎㅎㅎ
입술이 퉁퉁~ 부었다 ㅋㅋ

그래 일 중단하고 돌아왔다.
비맞은 강아지꼴이 된 봉덕이랑 ㅎㅎㅎ
하도 웃겨서 한방 찍어줬다 ㅎㅎㅎ



비가 오락가락 그리 많이 오는 비는 아니다.
제발 덕분에 조용조용 지나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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