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다가 비오다가 흐린 날...

아침 식전...
하늘이 파랗다!!!
오늘 아침부터 비온다더니 이래갖고 비가 오려나?
말짱한 하늘을 보면서 이리 날이 좋은데?!

날이 너무 아까워서 비 올때 오더라도 밀린 밭일을 하자 싶어 긴 호미 중간 호미 들고 나갔다.

밭 고랑이 스무개인데 그중 반을 했고 반이 남았다.
하도 비가 질금질금거리니 하다 말다 돌아서면 첫머리엔 풀이 다시 살아나것어...

그래도 우짜냐 하긴 해야지~
어제 하다만 고랑부터 시작했다. 첨엔 긴 호미로 서서 하다가 다리가 좀 아파서 갖고간 작업의자를 타고앉아 중간호미를 갖고 풀을 맸다.
기존 한국호미는 쇠로 되어있지만 이 호미는 스탠이라 더 날카롭고 자루가 길어서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풀이 잘 긁힌다. 흙을 파지 않고 그대로 잘라버리니 한결 수월하고...

한고랑 한고랑 해나가면서 하늘을 보아하니 자꾸만 파란 하늘이 흰구름에 먹혀들어가네...
음... 비가 오기는 오겠구나...
또 한고랑 한고랑 하다보니 슬슬 먹구름으로 뒤덮여가네그려...
곧 비가 뿌리겠군~
두 고랑 남겨두고 이걸 다 할 수 있으려나... 하고 서둘러 한고랑 해치우고 마지막 고랑에 들어서니

이야~
후두두두두!!!!!
굵은 빗방울이 후둑후둑 막 떨어지네!
그래도 마지막 고랑인데 마저 해볼까 싶었는데 음... 욕심내서 해봤자 소득없는 일이로다...

서둘러 연장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는 즉시 와자자!!! 쏟아지는 비 비 비

우릉우릉 천둥 번개 바람~ 온갖 것이 다 쳐들어오네...
봉당에 앉아 비 오는 걸 바라보며 참 날씨 한번 변화무쌍하네~
이거 일본 날씨 닮아가는 거 아녀?!

잠깐 일본 살 적에 햇살이 좋아 빨래를 해서 널작시면 금새 비가 뿌리고
서둘러 걷으면 다시 햇살이 나오고...
무슨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참내... 고생 억수로 했었는데...
하늘에 구름 움직이는 것이 휙휙~ 마치 바람이 막 밀어내듯 구름이 날라가더라...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날씨가 바뀌는 그런...

이거 우리나라도 그리 되는건가...

덕분에 한나절 잘 쉬었다가 해거름에 밖엘 나갔다.
비온 뒤라 할 일은 없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들깨 씨를 모종판에 넣는 일을 좀 하고 들어왔다.
72구짜리 포트 25개 만들었다.

물을 듬뿍 뿌려주고 나란히 나란히 두니 볼만하네~
냥이들이 밟고 댕기면 곤란한디...
부직포나 차양막을 덮어야 하나...

전에는 텃밭 빈자리에 씨를 부어 키워서 일일이 캐갖고 갖다 심었는데
요새는 그냥 포트에서 키워 내다 심는단다.
그게 훨 실속있다고...
이웃밭 아지매도 200구짜리 포트 네개 만들었다고~

마당에 풀이 무성무성해서 양손 잔디가위를 들고 잘라보자니 이거 여엉 진도가 안 나간다.
예초기로 한번 휙 지나가면 일도 아닌데...
일할 사람이 어데가고 없으니 천상 아쉬운대로 산녀가 잔디가위라도 들고 설쳐야지...

하루에 조금씩 하다보면 되것지 뭐...
우선 발 디디는 곳부터 ㅎㅎㅎ
사람이 댕겨야 하니께~

저 사진의 옥잠화는 이제 캘 수가 없을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만약 캐려면 작은 포크레인이라도 와야 혀 ㅎㅎ
겨우내내 봄내내 정짓간에서 나오는 쌀뜨물 나물 데친 물을 생길 때마다 갖다 부어줬더니
별도로 거름도 안 줬는데도 저리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여름에 꽃 필 때 봉당에 나서면 옥잠화 꽃 향기가 은은하게 나서 참 좋더라구...

이제 밭에 내다 심을 건 거진 다 심었고
꽃모종들이 몇 판 대기 중이다. 내일이나 해야지~
렌틸콩이라나 그거 네 판은 어제 갖다 빈고랑에 마구마구 꽂아 심어두었는데 어찌 잘 살려나...
얼떨결에 씨가 생겨 부은 아티초크 35포기는 어따 심냐 그래...
심는다해도 기후가 안 맞을텐데 ... 뭐 어쨌든...

슬슬 바쁜 일이 줄어들고 조금씩 한가해진다.
매실밭 수천평 풀 깍는 일이 가장 큰 일인데...
그건 산녀 소관 아니다!!!
모르쇠로 꿋꿋이 가야한다!!!

산녀는 이 잠깐 반짝 농한기를 즐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