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풀아 풀아...

산골통신 2021. 5. 23. 20:14













그간 적당히 자주?! 내린 비에 풀 뿌리가 아주 깊게 박혀서 뽑기가 참 힘들었다.
고추밭은 비닐하우스 안이어서 한결 수월했는데 마늘밭은 참말이지 징글러브유네...

아침 일찍 올라가서 일을 해야 덜 덥다.
고추 대궁 사이사이 어찌 그리 풀이 잘 났는지 원... 호미로 할 일이 아니고 열손구락으로 쥐어뜯어야 될 풀들이다.

문득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장갑은 장갑인데 마녀손가락처럼 호밋날같은 도구가 달려있어서 그 장갑만 끼고 풀을 긁어내면 참 좋겠다는...

갯벌에서 쓰는 비슷한 장갑이 있기는 한데 막상 사보니 덜렁거려서 일반 밭에서는 못 쓰겠더라구...
그 장갑을 조금더 업그레이드 시키면 참 좋을텐데...
앞으로 뉘가 같은 생각으로 만들겠지?! 내 살아생전에?!

뭐 여튼 오늘 고추밭고랑은 풀 다 뽑았는데 양 가장자리 풀은 냅뒀다.
이건 음... 가끔 발동하는 산녀표 심술인데... 나무꾼 몫으로 ㅋㅋㅋ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이걸 언제 하노 싶은데 하다보면 다 했다는거...
날이 은근 더워 땀 좀 닦았지마는 그래도 막판엔 날이 흐려져서 일 할만했다.

상당 연못가 흰 아이리스는 두 송이가 피었다. 어제보다 더 활짝...
연못가 벤취에 앉아 쉬는 시간은 언제라도 참 좋더라..

어제 쳐낸 꽃밭과 산나물밭은 풀들이 시들어서 훤해졌다.
다시금 자잘한 풀들이 올라오고 있지만 그건 그거고...
일단 꽃들이 숨은 쉴 수 있겠지.

갖은 쌈채소 뜯어다가 겉절이 해서 쌈싸묵었다.
지난번 불쑥 다녀간 어느 지인이 오리양념불고기를 던져 주고 간게 있어서 마침 잘 묵었네!!!
아예 마트를 다 털어온듯 차 트렁크에서 한참 꺼내주더라...
휴지 주방세제 수건 자몽쥬스 오리랑 소불고기 라면 한 상자 등등등
마치 우리가 불우이웃 또는 수재난민이 된 기분이었으요...
뭔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나 하여간 잘 쓰고 잘 묵겠슈!!!
보답으로 달걀 한 판이랑 곰취 뜯어줬네...
뭐 줄게 변변찮아서리... 곰취가 맛있다고 해서 그뒤 한번 더 뜯어줬었나?!

오후 한나절 시원한 아랫채 황토방에서 쉬고...
해거름에 마늘밭으로 갔지.
언제고 저 마늘밭 풀을 작살내야하는데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매양 지나가고 말았었지...
오늘 니들 잘 만났다!
노지 풀들이라 억세고 억세서 호미 아니면 되질 않더라고...
손으로 쥐어뜯을 애들이 아녀!
해서 대충 뜯고 흙으로 구멍을 퍽퍽 막아버렸다.

날이 어두워지네... 네 고랑인데 다 할 수 있으려나...
풀하고 마늘잎사귀 구분 될 때까지만 하자...

그럭저럭 해치우고나니 날이 깜깜...
서둘러 사진 몇방 찍고 ㅎㅎㅎ

내일은 감자밭으로 가야한다.
지난번 헛고랑 긁어줬는데 비가 잦은 바람에 도로 살아붙은 애들이 제법 되어서리...
그놈들 확인사살하러 가야한다.

모레 또 비가 온다고?!
그럼 더더욱더 해야겠군...

그 밭 까지만 풀메기를 하면 얼추 한바퀴 돈 셈이다.
한동안 쉴 수 있어...

이제 남은건 뒷골밭하고 상당 매실밭 풀베기...
그건 내 몫이 아니었는데 풀베낫이 생겨서 내 역할도 하나 생겼다.
나무밑 풀들 정리하기~
까짓 하지 뭐...

일 다 마치고 툇마루에 앉아 봉덕이와 마당냥이들 뛰노는 거 구경하며 이 글을 토닥토닥 치고 있다.
저 아래 논에 개구리소리 요란벅적하다...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여기까지...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맑다가 비오다가 흐린 날...  (0) 2021.05.28
15,000보를 걷다.  (0) 2021.05.24
풀밭 날려버리기~  (0) 2021.05.22
뭐든 심기 2  (0) 2021.05.21
뭐든 심기 1  (0) 2021.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