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참 손이 많이 가...

진짜 많이 가...
감자는 심고 싹 올라오면 북이나 한번 주면 끝인데...
다른 작물들도 풀만 뽑아주면 다 괜찮고...

고추는 모판에 씨 뿌려서 모종판으로 하나하나 옮겨 모종 키워서
밭으로 내다 심으면 끝이냐?! 오우 노!
그때부터 일이 줄줄이 사탕이여~

말목 일일이 박아야지! 팔 뿌러져...
헛고랑에 풀자라는거 안 보려면 제초매트 깔아줘야지~
또 고추 자라는 거 봐가며 고추끈 매야지~ 그것도 한번으로 끝이냐?! 오우 노! 최소한 3번은 줄 매줘야지... 안 그러면 죄다 자빠져서 못 써!

노지에 심으면 물관리는 하늘에 맡기면 되는데
비닐하우스 안에 심으면 물관리도 해줘야 한다.
점적호스를 고랑에 깔고 물을 주면 좋긴 한데~
그게 자꾸 막히고 고장나서리~ 성질나서 그냥 연못에 양수펌프 연결해서 호스로 고랑고랑 대놓고 준다.
점적호스로 주나 그냥 호스로 주나 시간은 매일반~ 힘들기도 매일반~
그냥 속션하게 호스로...
초장엔 매일매일 줘야하고 중간쯤엔 일주일에 서너번 주고
막판엔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푹푹 준다.
가물면 더 주고 비가 잦으면 덜 주고... 상황따라...

오늘은 450포기 사이사이 말목 박고 고추모종마다 왕겨를 한줌씩 덮어줬다.
그일만 했는데도 하루 해가 다 갔으야~
6고랑 중 한 고랑은 가지고 간 왕겨가 모잘라 내일 마저 해야한다.
왕겨를 모종 심은 흙 위에 덮어주면 보온도 되고 물 습도도 유지하고 또 탄저균이 흙에 물이 튀어서 전염된다하니 왕겨로 일차 차단하는 효과도 있지 싶다.
볏짚 반쯤 썩은게 있으면 그걸로 사이사이 덮어주면 좋은데 올 가을에는 볏짚을 대거 장만해둬야겠다.

아침에 감자밭에 가서 마저 풀을 매려 했는데 그만 가다가 맘이 변해 고추밭으로 갔다.
그냥 이유없이 ㅎㅎㅎ
내일은 감자밭에 가봐야지...

일하다 둘레둘레 산천을 바라보니 어느새 초록초록하더라...
언제 꽃들이 다 지고 이리 푸르게 변했다니...
깜짝 놀라 멈춰서 한참을 두리번 두리번...
땅만 보고 댕기다가 세상 변한 줄 몰랐네라...

작은아이와 산책 나간 봉덕이가 지맘대로 이 산 저 산 돌아댕기다가 작은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곳을 못 찾았는지 그만
집으로 냅다 뛰오는 바람에
아이는 봉덕이 잃어버렸다고 놀래고
산녀는 갑자기 봉덕이가 혼자 들이닥쳐 놀래고...
묶여사는 거 보기 안 좋다고 산책갈때는 줄을 풀어주는가보더라...
이번에 기함을 했으니 다신 안 풀어주겠군!
봉덕아 그러길래 말 잘 듣지 왜 그랬냐 ㅎㅎㅎ

아참! 고추가 끈 매준다고 끝난게 아니지...
고추가 어느정도 자라면 첫번 가지 벌어지는 방아다리 밑 순을 따줘야 혀... 뭐 안 따줘도 된다고 하지만 바람 잘 통하고 너저분하디 않게 하려면 따주는게 좋더라구..
그 고추순 나물 맛이 또 별미지... 딱 그때만 맛 볼 수 있는!!!

그리고 고추가 붉어지기 시작하면 때맞춰 첫물 두물 세물 등등 따서 말려야 혀...
태양초?! 그건 고조선때 야그고..
건조기 신세를 져야지! 태양초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너무 번거롭고 버리는 게 넘 많아서 실속이 없지...
고추를 따서 씻어 건져서 말리는 과정... 일거리지 일거리야...
다 말린 고추를 방앗간에 가져가서 빻아야만 고추가루가 사람 입에 들어갈 수 있지.

감자나 콩이나 그런 작물들은 그냥 필요하면 조금 사면 되지만 고추가루는 김장이라는 복병이 있어서 그리고 중국산이나 묵은 고추가루 잘못사면 일년 내내 음식 맛이 없을거야...

어느해 고추농사가 잘 되어서 한 열근 누굴 준 적이 있었는데 그간 먹던 마트 고추가루 못 먹겠다고...
누가 중국산 고추가루 준 적이 있어서 먹어봤는데 색깔만 고추가루였다고...

이래서 고추농사를 안 지을 수가 없다고라...
우리 먹고 나눌 고추농사는 지어야 혀...
참말이지 사람 입에 들어가게까지 하려면 손도 많이 가고 탄저병 돌면 하루아침에 망해먹는 농사가 고추 농사인데...

올해부터는 뭔일 있어도 비닐하우스에서만 고추농사를 짓기로 맹세를 했다!
작년에 그 잘지어놓은 고추 500포기 죄 날렸자나...
징글징글 장마에... 기어이 탄저병이 와서...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를 재배하면 약을 안 쳐도 되니까 참 좋다.
병이 오기는 오는데 심하게 오지 않고 그럭저럭 먹을 고추가 나오니까!

자아...
올해도 고추농사 시작됐다!!!
잘해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