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밭을 만든다는 것은...

산골통신 2021. 4. 18. 19:28






일할 건실한 남정네가 없고 쓸만한 농기계가 없다면 쌩노가다 감수해야한다.

생전 할매는 그 큰 밭들을 호미 하나로 평정하셨는데 결국 허리 꼬부라지고 호미를 놓으셨지...

우리는 그래도 도시풍의 무늬만 나무꾼이라도 있고 관리기가 있으니 쌩노가다는 안 하지만 그래도 트렉터와 골따면서 동시에 비닐씌우는 기계에 비하기엔 좀 거시기하다 ㅎㅎㅎ

산골 이웃들 밭만드는 과정을 보면 트렉터 하나로 거름뿌리고 갈고 고랑따서 비닐씌우는 것 까지 한두 작업에 해치우더라~

트렉터나 관리기에 골따는 기계를 부착시키기 거북하다고 안 하면 아지매들이 호빠라는 넓은 괭이 하나씩 들고 한 사람이 비날을 끌고 양쪽에 두 사람이 서서 착착 비닐에 흙을 끼얹어 덮어나간다.
아주 순식간에 드넓은 밭에 고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마치 설치예술?! 그 이상이다!

우리는 뭐 거시기 긁적~ 트렉터가 없고 골따는 기계도 없고 그저 관리기와 괭이만 덜렁 있으니
큰 욕심 안 내고 대충 하는대로 해치운다~

상당 큰 하우스를 풀설거지를 하고 겨우내 모은 이런저런 거름을 깔고 거름가스가 빠져나가길 며칠 기다렸다가
관리기로 밭을 갈았다!

7고랑을 했던 밭인데 이번엔 6고랑만 만들어보자고 해서 양쪽도 사람 다닐 수 있게 여유를 두고 하느라 한참 덧셈 뺄셈 나누기를 했다나...
이 고랑 흙이 저짝으로 가고 여그가 이래 되어야 하고 등등 ㅎㅎㅎ
이차저차 대충 여섯고랑이 만들어졌다~ 그럼 됐지 뭐~

고추를 심으려면 그 전 작업이 많다.
도시 사람들은 뭐 심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언제 심느냐고 자꾸 물어온다.
심어주겠노라고 언제 가면 되냐고~
이 사람들아! 심는 건 일 중에서 가장 쉬운 일이여...
심기 전 밭 만드는 일이 가장 크고 힘든 일이여...
그 일 같이 해볼텨?!

밭설거지 한나절
거름까는데 한나절
로타리 치고 고랑 따고 비닐 씌우는데 하루 반

만약 이걸 트렉터가 했고 일손이 넉넉했다면 한나절 일거리도 안 되지...
그 일 다 하고 나서 나무꾼과 산녀는 하루 반을 빌빌거리며 쉬었다는~ ㅋ
오늘 오전까지도 둘다 기력이 없네~ 고단하네... 왜이런지 모르겠네| 갱년기냐 어쩌냐 그럼서 궁시렁거렸다가 점심나절 되서야 일하러 나갔다는...

자아 이제 고추 심기만 하면 된다~

오늘은 집 근처 텃밭들에서 이런저런 나물들을 바구니마다 그득그득 해왔다.
다듬는 것이 큰일거리인데 겁도 없이 그랬다.

오늘 저녁 둘러앉아 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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