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이 지천일거인디...
어제 산골 아지매 하나 산에 취 뜯으러 간다고 하던데...
산녀도 가고프다...
오늘은 작정하고 비닐봉다리 두어 개 주머니에 집어넣고 괭이 하나 호신용으로 들고 나섰다.
한나절 고추밭에 거름내고 흩고 하느라 팔이 부러질 뻔...
욱신거리는 두 팔을 부여잡고
좀 쉽세~
싸갖고 온 도시락이랑 새참이랑 먹고 마시고 한동안 쉬다가...
나무꾼은 다시 일하러 가고 산녀는 봉다리 들고 산으로 튀었다.
취가 아직은 어리다. 줄기를 꺽어야 하는데 땅에 딱 들어붙었어...
그래도 간간이 좋은 놈들 만나 뜯고 뜯고 가다보니 여그가 어디냐?! 둘레둘레... 다시 돌아갈 길을 살핀 후 다시 앞으로...
묘소가 드문드문 있고 도랑 흔적이며 땅 둘레 다듬어진 경계가 잘 난 걸 봐서는 예전 화전민들이 살았던 곳인가 보다.
나무들 덤불들 사이로 자세히 보면 반듯반듯하게 땅 경계가 지어져있다.
이제는 모두 묵어져 아무도 찾지 않는 곳...
산녀만이 무심히 지나쳐간다.
둥글레 군락지가 두어 군데... 저거 캐면 좋은데 호미가 없다...
괭이로 캐볼까?!
나무꾼을 불러다 캐볼까...
각시붓꽃이 여기저기 피어있다.
이 도랑 너머로 가면 산 능선인데 그짝은 응달이라 나물이 없을겨...
한참을 이리저리 돌아댕기다 내려왔다. 그래도 한봉다리 취나물 그득~
둘이 짝지어 나물 하러 댕기면 참 재미나겠다. 뱀 무서워 괭이로 땅을 치며 댕기는데 그래도 내 발 바스락 소리에 내가 되려 놀란다.
햇살은 따가운데 바람은 차다.
산골 사람들 식전부터 동네마당에 모여서 모판에 볍씨 넣는 작업을 하더라.
예전엔 우리도 그짝 팀에 끼어서 같이 했는데 우리 모 심어주는 이가 공동 육묘장에서 모를 키워 온다고 몇년 전부터 안 한다.
그리고 모 이앙기에 들어가는 모판 규격이 달라서도 못하고 뭐 그렇게 됐다.
저 건너 응달말 성호할배네는 올해부터 모심기만 다른데다 맡겼다고... 이젠 힘들어서 못하신다고...
다들 한분 두분 일손을 놓으신다.
산에 묵밭이 늘어나듯 점점더 산에 가까운 논밭은 묵어진다.
냇가 근처 보뜰논만 살아남고 구석지고 자잘한 논밭은 묵어진다.
뭐 그러려니 해야지 뭐... 어쩌겠어... 세월이 그러한걸...
어제는 텃밭 비닐하우스 안 화분들을 모조리 꺼내어 할매네 집 봉당으로 옮겼다.
연화분하고 아직 싹이 안 튼 늦둥이들만 남기고 죄다 꺼냈다.
그러고보니 오늘 팔목이며 팔이 욱신거리는 것이 다 이유가 있었군!!!
여기다 고추밭 만들거다.
상당 큰 비닐하우스에는 고추가루용 고추를 한 500포기 심고 텃밭 비닐하우스 두 고랑은 풋고추용 고추 한 백여 포기 심을거다.
풋고추 조금 먹자고 허구헌날 상당 고추밭으로 등산 할 순 없자녀...
화분들 중 이쁜 애들은 마당으로 내놨다.
백작약과 무늬둥글레 만병초 수국 라일락 애기말발도리 분홍빈도리 등등...
봉덕이랑 마당냥이들이 뭔고 하고 들여다보고 킁킁댄다.
자기네 놀이터에 언넘이 왔나 하고 ㅎㅎ
웃채 살던 도시냥이 지지봉이가 아랫채로 이사갔다.
나무꾼이 다른 건 몰라도 털 날리는 걸 질색해서리...
영역동물인지라 이사가는 걸 죽어라 싫어하는데 한 사흘 적응하더니만 아랫채 방 하나를 온통 차지해버렸네...
아궁이 쪽 창문을 열어주니 답답해하지도 않고 좋아하는데 단 하나 바깥 외출을 잘 못한다는거...
마당에서 봉덕이가 지키고 서서 지지봉이 나오기만 하면 같이 놀자고 그 큰 덩치로 덤비니... 자그마한 지지봉이가 질색을 하고 도망가...
외출을 자주 하던 녀석들이 봉덕이 등쌀에 그만 집냥이가 되어버렸다!
마당냥이들도 호기심에 같이 놀자고 가까이 오는데 까칠한 도시냥이들 아니랄까봐... 아주 아니꼽고 도도하고 아주 그냥 웃기다...
오늘은 산에서 놀아야겠다.
취는 그만하면 먹을거 나왔고...
나머지는 뭔지 몰라서 못 뜯겠고...
저 아래 엄나무 순이나 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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