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들빼기 닮은 아이다.
이 산골동네 집집마다 돌담이며 길가 밭둑 등등에 흔하게 번져 자라는 애다.
맛은 쌉싸름하니 쓴맛이 강하다.
왕고들빼기는 여름에 쌈으로 먹어도 좋은데 이 아이는 이른 봄에 나와서 금방 꽃대가 올라와 억세져버린다.
그래서 어릴적에 얼른 캐서 나물 해먹어야 한다.
텃밭에 몇 포기 날라와서 터잡고 살길래 씨받을 생각에 냅두고 해마다 씨를 흩뿌려 다독거려줬더랬다.
그러길 서너해...
온 텃밭이 이즈음이면 얘들이 점령...
그러면 큰 애들만 솎아내고 자잘한 아가들은 냅두고 해서 번식을 시켰지.
캐는 김에 민들레랑 왕고들빼기도 캐고 속새도 캤다.
뭐 다같은 쓴나물이다.
씀바귀는 있기는 한데 유독 돌틈에 박혀 자라서 캐내기가 어려워 그냥 냅둔다.
쓴 걸 잘 먹는 나무꾼이 있어서 반찬 만들어두면 좋다.
모종해둔 상추도 살아붙었고 봄비 그득 온 뒤로 밭이 초록초록으로 덮이고 있다.
모종판에도 옥수수 노각오이를 시작으로 싹이 트고
오늘 식전부터 큰비닐하우스 씌운다고 장정 넷이 일하러갔다.
산녀는 슬금 뒤로 빠졌지...
그동안은 상일꾼이라고 산녀도 일을 했는데 이젠 몸사려가며 도망친다 ㅎㅎㅎ
새참으로 물만두 락앤락통으로 한 통 기정떡 쪄서 한 통
오렌지 썰어서 한통 초코파이 댓개 산수유차 한병
올려보냈다.
좀 적은듯해도 곧 점심 먹을 거니까...
엄한 곳에 샤스타데이지 꽃 씨가 날라와 저리 자랐다.
빨래 너는 건조기 밑에...
똘망이 밥 묵으러 오는 곳에...
캐서 옮길래도 시멘트 갈라진 틈바구니라 되려 죽일까 싶어 냅둔다.
보일러통 주변에 내는 사실 국화만 몇 포기 심었어... 그것도 키작은애들로...
헌데 거기도 샤스타데이지가 쳐들어와 저리 보일러통 둘레를 온통 포위를 해놨네?! 우짤겨 내빌라둬야지 뭐...
길을 막은 것도 아니고... 허참...
텃밭이 야생으로 되어간다.
잡초라 할 수 있는 봄까치풀 쇠별꽃 망초 냉이 속새 야생 고들빼기 등등인데
냉이 속새 야생고들빼기는 나물로 먹을 수 있고
망초는 별맛 없어서 안 묵고
나머진 꽃이 이뻐서 냅둔다.
잡초와 나물의 경계는 거의 없다시피...
작물에 방해 안 되는 선에서 내버려두니까...
그러니 밭이 완전 어수선... 너저분... 정리안된 꼬락서니...
꼭 내 맘 속 머리 속 같다...
이제 점심 밥 묵었으니
뭔 일을 할꺼나...
엄나무순 가시오가피순 더 따오고
땅두릅 더 캐오고
두릅 언넘이 손 댔는지 가보고
눈개승마랑 부지깽이랑 곤달비 좀 뜯어다 장아찌 더 담가야하고
눈개승마장아찌가 삼겹살하고 천생연분 궁합이 딱 맞더라!!!
기맥힌 맛이여...
참취는 이제 올라오는데 뜯기는 아직 어려서 비 한 번 더 오걸랑 뜯어야지.
밭둑에 이제 올라왔으니 산에는 아직일겨...
곰취랑 곤달비랑 아주 쌍동이처럼 닮았는데 이젠 구분이 간다.
줄기가 곰취는 홈이 파여있고 곤달비는 둥글둥글 매끈하다.
그리고 곤달비는 잎이 두껍고 색이 진하고 향이 덜하다.
곰취는 맛과 항이 강하고 잎이 작고 색이 좀 연하다.
머구도 뜯으러 가야하는데...
바구니랑 봉다리 여럿 갖고 나서야겠다.
이번주 울 막둥이 전역한다.
드뎌 이 날이 오네!!!
해서 기념 파튀를 하기로 했는데 마당 목련나무 그늘아래 숯불 피워 괴기 궈먹기로...
큰놈 생일도 겹치고 해서 이차저차 다 모여서 거한 파튀를 하기로!!!
온갖 쌈채소는 아직이지만 ㅎㅎ 온갖 봄나물반찬 대령하고 고기 구워 마당냥이들과 봉덕이랑 같이 먹고 놀기로...
그간 손님들 밥상 못지않게 차려줘야지...
그리고나서 손님들 오신다는데...
아뉘~ 울집에 뭐가 있어 그리 오려고 그러는지 원...
첨엔 둘이 온다 했다가 뭐가 하루하루 지날수록 막 늘어나...
해서 총 몇명인지 몰것으야... 이젠 뭐 심상혀... 오던가 말던가... ㅎㅎ
어쨌거나 밥상은 풀떼기 천지 저 푸른 초원 위를 달릴거니께...
좀 거시기하면 고등어자반 하나 올리고...
그래도 좀 거시기하면 달걀후라이 ㅎㅎㅎ
이도저도 거시기하면
걍 숯불에 괴기 궈잡숴~ 김치랑 두릅이랑 곰취랑 쌈장이랑 싸묵으면 되지...
이젠 몰라라 배짱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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