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득하다...

마당에 나와 앉아 봄을 바라본다.

도시 이쁜 아가씨 하나 잠깐 들러서 아랫채 툇마루에 앉아있다 갔는데 그 아가씨 하는 말이...
참 평화롭고 좋았다고... 뭐가 좋았는지는 모르나 한없이 앉아 멍때리고 싶었다고 힐링 잘하고 간다고 했다.
그 아가씨말고도 울집에 오는 손님들은 항시 그 툇마루에 앉으면 당췌 일어날 생각을 안해서 결국은 단체사진씩이나 찍고 일어서곤했었다나...
남향이라 겨울엔 따스한 햇볕이 들어오고 여름엔 그늘이 져서 늘어지게 낮잠자기 좋은 곳이긴 하다.

봄이다.
이른 봄꽃이 지고 한봄 꽃들이 피어나는 중이라 잠깐 텀이 생겼다.
벌들이 웅웅거리며 다니는데 마땅히 꿀을 빨 꽃이 없어 허탕을 치고 간다.
황매화꽃이 서서히 피기 시작하고 모과나무꽃이 피고있다.
작약이 꽃몽우리를 엄청 피어올리고 있어서 올해 작약꽃이 기대된다.
꽃사과꽃이 하나둘 핀다.
꽃사과나무 아래 삼숙이를 묻었는데... 아침마다 마루 문을 열면 항시 어디있던간에 쪼르르 쫒아오던 삼숙이년...
꽃사과나무 꽃을 보면 항시 생각나는구나.

마당냥이들은 나비사냥에 열심이다. 봉덕이는 석등그늘아래 늘어지게 낮잠 중이고...
이웃 얼룩고양이가 다니러오면 마당냥이들은 호기심에 숨어 보는데 유독 봉덕이가 야단야단 뒷발로 땅을 긁어댄다. 그 통에 마당 잔디들이 다 긁혀나가버려...
흔들그네에 앉아 마당냥이들 숨바꼭질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없이 평화롭다... 손님들 심정을 이해하겠네...
여기가 천국이라고...

자귀나무 잎이 이제사 돋는다. 나무들 중 가장 늦는데... 아니다 배롱나무가 더 늦지... 갸는 아직 나올 생각도 안 하더만... 죽었지 싶은 생각이 들때사 잎이 삐죽 돋는 애라서...
자귀나무 꽃이 피어오르면 마치 극락같다고 작은아이가 그랬었나...
올 봄은 여느해보다 길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더 봄을 느긋하게 느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할 일은 지천으로 늘어져 있는데 오늘은 까이꺼 안 하고 만다 하고 이리 게으름 피우고 있다.

아침 식전부터 포크레인이 쳐들어와 축대 공사를 하고 있다. 저 위 아쉬람터에 물길을 빼고 흙을 받아 돋운 곳에 축대쌓는 공사를 하는데 한 사나흘 공사거리다.
새참바구니만 챙겨주고 산녀는 몰라라 뒤로 물러섰다. 나무꾼이 총괄 감독이니께...

점심께까지 텃밭 비닐하우스 안 고랑따서 비닐 씌우는 일을 했다. 널널하게 두 고랑 만들어놓으니 여유있어서 좋네!
고추를 심을 건데 헛고랑이 여유가 있으면 고추 딸 때 걸리적거리지 않아 좋다.

비닐하우스 안 반은 이런저런 모종들 기르는 용도나 화분들 월동시키는 공간으로 쓰고 반만 밭으로 쓰고 있다.
연화분도 두엇만 남기고 상당 온실하우스로 옮겨갈거다. 고라니들 등쌀이 걱정되지만 노루망이라고 그물 울타리를 비닐하우스를 돌아가며 쳐놓으면 되지싶어서...

이웃 아이가 전화가 왔다.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느냐고...
포메라니언이라나... 어린 강아지는 아니고 다 컸다고 자기네는 키우기가 곤란하다고...
내도 키우고는 싶으나 집안에서는 못 키우고 천상 마당에 묶어놓고 키워야 하는데 봉덕이가 있어서 쪼매 곤란하다...
거절은 했는데 자꾸만 그 아이 처지가 생각나네...
암컷이라 새끼를 안 보려면 중성화를 해야할거고 묶어키우긴 싫지만 동네 피해줄까 묶어놔야 할거고 그러자면 봉덕이랑 줄이 엉킬거고...
봉덕이도 묶어키우는게 보기싫어 줄을 길게 해놓아 온 마당을 다 돌아댕기는데...

울집에 오는 우체부아저씨 또는 택배기사들 중 어느분이 그랬는지 모르나 우체통에 개물림주의라고 스티커를 붙여놓았더라구... 시상에나...
봉덕이 목줄이 워낙 길어서 ㅎㅎㅎ 집안 마당 안 가는데 없이 다 다닐 수 있으니 배달하시다 놀래셨나벼...

우리야 우리개는 착해요! 쫄보예요~ 안 물어요! 라고 하지만 타인에게까지 그러란 보장이 없으니!!!

봄바람이 살랑 분다.
그냥 이대로 멈추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