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일 속에 파묻혀...

산골통신 2021. 4. 26. 15:36
















먼데 밭 고랑엔 풀이 그득그득...
저걸 언제 긁어줘야겠는데 언제나 하나...
내년엔 저 밭에도 나무를 심어버려야겠다. 감당이 안된다.

우리 먹을 작물만 하면 집 가까운 텃밭 서너군데만 해도 넘친다.
도시 식구들과 나눠먹자니 김장용 고추랑 무 배추도 해야하고 기름 짤 들깨 참깨도 심어야 하고
감자도 고구마도 콩도 해야하니 큰 밭들이 필요했는데 이젠 말을 해야겠다.
난 일만하다 꼬부라져 죽기는 싫어 라고...

산골 이웃들은 밭 하나 크기가 오백에서 천평정도 되는 밭들에 깨며 고추며 감자 고구마 콩 등등 단일작물로 마구마구 심는다.
그 크기에 질려버린다.

어제 상당 큰비닐하우스에 고추를 450포기 심었다.
이웃에 500포기 모종을 부탁했는데 우째 일이 그리 되었네...
장날 나가서 다른 모종 살겸 고추모종도 사와야지.

오늘은 고추 말목이랑 잡초매트랑 왕겨랑 고추끈이랑 가지고 올라가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만 힘이 들어 잡초매트만 깔고 물만 주고 내려왔다.
그리고 일순서를 잡초매트 먼저 깔고 물을 나중 줘야 했는데 그만 고추모종들 목마를까 싶어 ㅎㅎ 물을 흠뻑 주고 일을 하니 고랑고랑 푹푹 빠져서리 ㅎㅎㅎ 애먹었다.
나무꾼한테 일 거꾸로 한다고 잔소리 듣고~

이 산골짝 작은 마을에서 나이로 치면 제일 어린축에 속하는데 자꾸만 일하기 싫어서 게으름 피우고 있다.

며칠전 성묘 다녀올겸 선산에 갔다왔는데 간 김에 친척들 만나 인사여쭈고 왔지...
허리 꼬부라진 어르신들 뵈니 자꾸만 맘이 아파...
평생 농사 지으신 그 뒷 모습이 저리 되는구나 싶어...
내 미래 모습이 저럴 것 같아 맘이 그만 아득해졌었다.

더욱더 일하기 싫어 오늘은 아침 나절에만 일하고 그만 들어와 누워버렸다.

딸아이가 지 엄마 꽃 좋아한다고
산녀가 그간 비싸서 못 사고 쇼핑몰 장바구니에 넣어두고만 있었던 꽃 씨앗들이며 모종들 묘목들을 대신 주문했더라.
며칠에 걸쳐 속속 도착해서 심고 뿌리고 하느라 분주했다.
온 마당이 꽃동산 되겠네~

아기꽃사과꽃이 만발하고 모과꽃이 새색시처럼 피어나고 황매화가 화사하게 피어올랐다.
아기말발도리가 피고 미스김라일락이 피고 분홍빈도리가 꽃맹아리를 맺었다.
작약이 필 준비를 하고 여기저기 잎들이 무성무성 자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아침에 마당에 나오면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져도 들어갈 생각이 나질 않는다.

감자밭골 사이사이에 옥수수 모종들을 내다심고
토란도 진작 묻고 이제 노각오이 모종을 내다 심어야 한다.
호박 모종도 내다 심어야 하는데 아직 자리를 못 찾아 망서리고 있다.
그동안 심었던 곳은 너무 좁아 다른 곳을 물색중이다.

하루종일 일을 해도 하룻밤 자고 나면 거뜬하던 몸이 언제부터인지 피로가 누적되어 하루 빡시게 일하면 하루 쉬어야 하게 되었더라.
봄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나이탓인지 뭐 하여간에 몸이 이리 시키는 건 말을 잘 들어야 하는거야.

다행히 농사가 생업이 아니고 자급자족형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뭐 하여간에 밭고랑 풀을 작살내야 할 때가 왔어.
풀밀어 하고 긴칼호미하고 바퀴작업의자를 끌고 가서 한바탕 해치워야지!!!
풀은 때를 놓치면 큰 일나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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