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이랑 전지가위랑 들고 나섰겠다.
조만간 두어 군데 돌축대쌓는 공사도 있고 주말에 손님들 오신다하고 또 봄비도 오신다하니...
매실 나무 전지는 그 전에 마쳐야 한다는거지!!!
뒷골밭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가죽나무와 개복상나무와 배나무 열댓그루를 싸그리 베어버렸다.
가죽나무는 키가 크면 봄에 순을 따먹기 힘드니 매해 키를 줄여 잘라줘야 하고
개복상나무는 약을 안 치면 온통 지저분해져서 보기싫어 베버려야 했고
배나무도 한번도 따먹어보질 못해서 배어냈다.
그래도 한 그루는 꽃이나 보자 싶어 냅두고
걸리적거리는 나무들은 죄 베놓고나니
이제 저 나무들을 어따 치우느냐가 문제로다 ㅎㅎㅎ
먼데 일보러 간 나무꾼이 돌아와서 보면 기맥혀 허허 웃겠네!
할 수 없지 뭐~
산녀 마눌이 일을 쳐놨으니 무늬만 나무꾼이 수습을 해야지 별 수 있소!!!
늦은 아침을 후딱 먹고
다시 본래 목적인 뒷골밭 매실 전지를 하러갔다.
참... 여그는 대책이 안 서... 천오백여 평 되는 밭인데
수년째 전지를 안 해서 나무가 자랄대로 자라서리...
아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랐더라!!!
아래에서 쳐올라갈까~
위에서 쳐내려올까...
아님 중간에서 시작할까를 두고 한참 고민한 끝에...
밭 한 가운데 가장 골치거리인 나무들부터 시작했다.
사람 키 높이로 그 윗 가지들은 사정 안 보고 잘라냈다.
곧 꽃이 피기 시작하니까 어여 해야한다.
이렇게 싹둑 잘라놓으면 내년에 나무들이 일제히 나 죽는다! 하고 새 가지들을 마구마구 뻗어내는데 그 가지들은 수형을 잡아가며 쳐내기 수월하다.
한참을 쳐나가는데 잉?!
이기 뭐여?!
수북수북 멧돼지똥인가?!
여그가 갸들 측간이여?!
하이고 많이도 싸놨네그랴...
저짝 산비탈에 반질반질 다니는 샛길도 만들어놨더만...
야들땜시 이 밭에는 고구마도 땅콩도 옥수수도 콩도 못 심거먹어...
다 디비서 먹어치우걸랑...
그래서 나무를 심었는데 아주 숲속인 줄 알고 터잡고 사는구마
그랴...
땅도 파서 바윗덩이도 몇개 파내 던져놓고...
물기 있는 곳에선 흙목욕도 하고 놀고...
오늘은 열댓 그루만 하고 철수~
나무가 워낙 고목이니 자르는데 힘이 부쳐...
바람이 간간이 불어서 글치 날씨는 아주 봄날이다!
닭집에 닭들이 수탉 4마리 암탉 8마리 살고 있는데
작년에 족제비랑 쥐한테 당해서 수십마리가 죽어나가고 남아있는 애들은 역전의 용사들이다!
족제비를 잡아 멀리 귀양보냈기에 망정이지...
아버지장닭이 그간 아들장닭한테 서열쌈에 밀려 3순위로 살고 있었는데 이번에
손자장닭이 치고 올라와 쌈 몇번 한 뒤 서열정리가 다시 된 모양이라...
손자장닭이 1위 아버지장닭이 2위 증손자장닭이 3위 아들장닭이 그만 찌그러져 4위가 되어버렸다!
아들장닭이 홰에도 못 올라가고 알둥지가 있는 곳에서 자고 있더라고... 아 글씨...
세월이 무상하고 권력이 무상햐...
그리고 참 신기하고 재미난게
요즘 암탉들이 알을 잘 낳는다...
겨우내내 하루에 한 개 아니면 안 낳는... 직무유기를 해오던 차...
이놈들 다 잡아묵고 봄에 장날에 나가서 새로 병아리들을 구해 키워야지 안되겠다고 큰소리 땅땅 쳤는데!!!
아니 닭 키우는 집 맞냐고오... 설 음식을 해야하는데 달걀이 없어!! 이기 말이 되냐고오...
결국 마트에서 달걀 한판 사다 설 쇠었다구요!!!
그간 나무꾼이 달걀을 여기저기 퍼다나른 탓도 있지마는... 아무리 그래도 모자른 적은 없었는데 말이지...
헌데 며칠전부터 알을 두개씩 네개씩 낳네?!?!?!
이 뭔 일?!
다 늙어서 이젠 안 낳는갑다 그러고 포기했는데...
그끄제 2개 그제 4개 어제 3개 오늘 보니 또 4개?!
그럼 8마리가 다 하루걸러 알을 낳는다 봐야하네?!
쟈들 노계 맞어?!
겨우내내 잘 먹였더니만 이제사 밥값하는겨?!
아님 종족번식에 위기를 느끼고 병아리 깔라고 그러는겨?!
뭐 하여튼...
한 며칠 알을 잘 낳으니 모아두었다가 그간 나무꾼 다니는 한의원에 한 판 들려보냈다.
이런 뇌물이라도 간간이 보내야지...
허약한 나무꾼 잘 살펴달라고...
해가 있고 없고 차이가 크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니 금새 썰렁해지네...
서둘러 닭집 문 닫고 비닐하우스 문닫고 들어왔다.
이웃 아지매네 고추씨 붓는데 우리 거도 같이 해달라고 했다.
500포기 부탁했다.
올해부턴 뭔 일이 있어도 노지에선 고추농사 안 한다.
비닐하우스에서만 할겨...
작년에 탄저병으로 홀라당 말아먹어서리...
내일도 오늘같은 하루가 될 게다...
이제 몸 고단한 봄 농사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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