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백선생님... 남김없이...

산골통신 2021. 2. 16. 20:15

2021년 2월 15일 월
이른 아침 무심코 들어 본 폰 뉴스에
부고...

새벽에 가신 모양이다.

3년전 대학로 근처에서 식사 한 번 한 뒤로 만나뵙지 못했으나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분이 부모님이라면
사회에서 키워주신 분은 백기완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이란 호칭이 가장 어울리시는 분...

30년 전 결혼 주례를 어지간해서는 안 서주시는데 나무꾼을 각별히 아끼는지라 흔쾌히 나무꾼과 산녀의 결혼 주례를 서주셨더랬다.
주례가 아니라 길눈이라고 가르쳐주셨다.
20여 분간의 주례 말씀은 결혼 비디오 영상에 남아있다.
오래된 앨범을 꺼내 사진을 찾아봤다...

며칠전 우연히 선생님 생각이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무꾼과 두런두런 나누었었는데...
이리 부고를 접할 줄은 몰랐다...

부랴부랴 서울로 한번도 쉬지않고 운전해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마침 근처 직장에 근무하고 있던 딸아이를 만나 데리고...
생전 딸아이를 보고 똘똘하다고 이뻐해주셨는데...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번듯하게 장례식을 치렀을텐데 코로나 상황이 엄중하니 조용히 치르고 있었다.
아는 얼굴들이 많이 보이더라...
다들 조용히 문상했다.
상주들도 일 거드는 사람들도 문상하는 사람들도 아쉽고 쓸쓸한 표정으로...
기자들은 유명인사 취재하려는 목적으로 한켠에 진을 치고 있고...
오일장을 한다하니 올 수 있는 사람들은 다 오겠지만...
마침 날씨가 꽃샘추위라... 참 당신의 삶같더라..

황해도에서 부친과 월남하여
갖은 고생을 하며 사셨고
국졸이라 나머지 공부는 독학으로 국어사전 영어사전을 통채로 외우고 영어과외를 해줄 수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비상하셨다한다.

나무꾼이 옥고를 치를때 재판에 빠짐없이 참여해주신걸로 알고 있다.
재판 뒤 두루마기 자락 휘날리며 휘적휘적 가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분만한 사람 없고 뒤를 이어 그분처럼 할 만한 사람 없으리라...
사회에 선생님으로 존경할 만한 이가 별로 없다...
그나마 한 분 한 분 가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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