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들어 처음 시레기를 삶는다.
우거지는 한 번 삶았는데 다 먹어서 또 삶아야 하고
시레기는 어데 보낼데가 많아 두고보다가 이제사 삶는다.
날이 그리 춥지는 않아서 일을 시작했는데 마치 봄날같다.
마냥 춥다고 방구석에 처박혀있으면 맘까지 웅크려지는 것 같아서 말이다...
저 많은 땔나무를 아궁이에 땔 수 있게 잘라놔야 하는데 할 사람도 할 시간도 없네...
나무꾼은 언제나 이런 집안 일 보다는 엄한 곳에 맘이 가 있어서 일을 제때 시키기가 여엉 어렵다.
지금도 솔숲너머 상당 아지트에 가서 일하느라 여념이 없으니...
그냥 내빌라둘란다...
요즘 맘을 어지럽히는 일 한가지가 있는데
실상 부질없다 싶기도 하고 뭔가 호구가 된듯한 느낌도 들고
맘이 이짝저짝으로 극명하게 왔다갔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또 가라앉을 뭐 그런 일이다.
그리고 사실은 은연중 즐기는 것도 있다.
아궁이 불 때면서 불멍하고 있다.
타는 불 보며 멍때리기 하며 이런저런 시름도 같이 태워버리는 거 참 좋은 일이다.
시레기 한솥 삶아내고 우거지 한 솥 삶아내면 한동안 먹을 수 있겠지.
설과 대보름에 쓸 묵나물도 종류별로 꺼내서 손질해놔야겠다.
어제는 주방을 한바탕 뒤집어엎어 정리정돈을 했다. 뭐 이리 쌓아두고 살았는지 원...
버릴건 버리고 챙길건 챙기고나니 조금은 봐줄만하더라.
몇집 살림살이가 이 작은 집구석에 자꾸 들어오니 감당이 불감당이라...
이젠 버리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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