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봄날...
옷 한꺼풀 벗어던지고 호미들고 바구니 들고 밭으로...
냉이 다듬어 된장국 푸지게 끓여
밥에 국 두 그릇 뚝딱~
원래 국 잘 안 먹는데... 나무꾼도 산녀도 두 그릇...
한 냄비 끓였는데 벌써 바닥...
텃밭 고랑고랑 냉이가 다닥다닥 들어붙었다.
모처럼 땅이 녹아 호미질도 수월하고...
또 나가서 더 캐와야지...
냉이 향이 봄냉이보다 겨울냉이가 훨 강하고 좋더라...
날 좋으니 봉덕이는 같이 놀자고 엉겨붙고
마당냥이들은 수대로 다 나와서 돌아댕기고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아기냥이 한 마리가 머리 한가운데 상처를 입어 빨간약을 발라줬는데 이노무 봉덕이녀석이 죄다 핥아놔서 상처가 나을 새가 없어라...
개와 고양이 서로 종이 다른데도 봉덕이는 아기냥이를 보살펴야 한다는 본능적인 의무감이 있나?!
마치 봉덕이도 고양이인듯... 같이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빨래 한바탕 해 널고
닭집에 배추 우거지 한 구루마 갖다 부어줘야지...
요며칠전 장닭 네 마리가 서열쌈을 했는지 두 마리가 머리에 피칠갑을 하고 구석에 쳐박혀 살더라...
이젠 서열이 정해졌는지 나와서 사는데 모이를 줄때는 근처도 못 오더만!
아버지장닭이 2014년생이고 아들장닭이 2015년생
나머지 두 마리는 손자 증손자장닭들인데
이번 서열쌈에서 아버지장닭과 증손자장닭이 올라가고
아들장닭과 손자장닭이 찌그러졌다.
몇년동안 아들장닭이 아버지장닭을 누르고 기세 등등했었는데
이젠 묘하게 서열이 다시 잡혔다.
나무꾼이 아버지장닭을 하도 이뻐라하고 감정이입을 해서리...
잡아묵지도 못하고 냅두고 있는데
이놈이 인간이 저를 챙겨준다는 걸 아는지...
서열쌈해서 지더라도 다시금 살아나더라...
참 모를 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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