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번갯불에 콩볶기...

산골통신 2021. 1. 23. 11:01
많이 바빴다.
2박3일 손님도 치르고 바로 쉬지도 못하고
도시로 가서 그 많은 살림살이를 단 몇시간만에 싸서 트럭 세 대에 나눠싣고 내려왔다.
번갯불에 콩을 볶아도 이리 빨리 할 수는 없는겨...

이제 다시는 이사 안 한다고 나무꾼과 산녀는 맹세를 하고...
가볍게 케리어 하나 달랑 끌고 댕기자고 했다...

도시에서 아이들이 살던 집... 이제 다 커서 독립해 나가고 그 아이들의 자라온 삶이 배어있는 살림살이들이 그대로 남았다.
버릴 수 있는건 버리고 쓸 것들만 챙기는데도 참 많더라...

산골에 짐을 부려놓고 트럭은 떠나고...
더는 일할 기력이 없어서 오늘은 그냥 무조건 쉬자 했다.

참 사람 사는데 무슨 물건들이 이리도 많은지...
그래도 없으면 아쉽고... 참 그렇다.
이제 매일같이 조금씩 저 짐들을 제자리 찾아줘야한다.
그러면서 기존 살림살이도 정리하고 버리고 해야겠지.

이삿짐 싸는 날은 비가 좀 왔어도 실내에서 하는 일이었고
그 다음날에는 날이 흐려도 비는 안 왔으니 참말이지 다행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충주 즈음에 비가 오락가락했으나 새재를 넘어오면서 날이 개고 화창해지더라...
일하는 아저씨들도 날씨가 참 좋다면서 수월하게 일을 하셨다.
진짜 날씨가 한 부주했다. 고마운 일이다...
그동안 일기예보 비소식에 얼마나 노심초사했던지...
이삿날을 바꾸냐 마냐로 한동안 고민했고 걱정을 많이 했더랬다.

이제 도시에는 아이들의 미래만 남고
완전히 산골살이로 넘어왔다.
이런 날이 오는 구나...

어떤 인연이 이리도 깊어 이 산골짝으로 다시 오는고...

마치 봄비온 뒤의 날씨에 그리 춥지는 않아서
봉당에 앉아 마당냥이들 뛰댕기는 모습 구경하며 그냥 가만히 앉아있다.
너무 바쁘고 힘겨운 며칠을 보낸 뒤라...
좀 쉬고 싶네...
다시 일어나 짐정리를 하더라도 지금은 좀 쉬고 싶다...

기맥히게 가스는 떨어지고 아직 아침밥도 못 끓여묵었다. 가스아저씨는 이따 1시에 가져다준다하네...
이차저차 핑게김에 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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