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오늘은 우거지~

산골통신 2021. 2. 6. 19:31




어제는 무시레기
오늘은 배추 우거지~

하냥 아궁이 앞에 앉아 부지깽이로 불을 다독이며 때고 있었다.
그래봤자 서너시간인데 오늘은 기온은 높은데 날이 흐려 우중충...
뭐라도 올 것같은 그런 날씨~

봉덕이는 물도 싫어라 하고 불도 무서운지 근처에도 안오고
냥이들도 불 무서운건 아는지 가까이 안 오더라.
그래도 불을 다 때고 난 다음 아궁이를 잘 막아놔야 한다. 따신 곳 좋아하는 냥이들이 들어가서 자는 경우가 있으니께~
언제적인가 불을 때려고 솔갈비 한줌 나뭇단 조금 넣고 불을 붙이고 있는데
갑자기 아궁이 속에서 불꽃을 가르고 후다닥 뛰쳐나오는 고양이 한 마리~ 또 한 마리~
워메 놀래라!!! 으악~ 그만 뒤로 자빠졌지!
갸들 털 안 태워먹었나 몰러...
그뒤론 조심조심 조금의 틈도 없게 꼭꼭 막고 막았다.

우거지를 한 푸대 담아갖고 한 번에 다 못 삶고 두번에 나눠 삶았다.
말린 나물들은 비오거나 날 흐린 날이거나 물을 좀 축이거나 한 다음에 만져야 한다. 안 그러면 와사사 부서져서리...
어제는 좀 바삭바삭 부서질듯하더니 오늘은 그럭저럭 만질만했다.

가마솥에 눈물이 흐르고 김이 펄펄 나고 끓어오르면
한번 뒤집어주고 한참 후 또 한번 뒤집어주면 된다.
불을 안으로 쑥 들이밀어놓고 솥뚜껑을 좀 닫아놓으면 살짝 좋게 물러진다.

그대로 건져내어 마당 샘가에서 서너번 씻어건져 물기를 좀 뺀다음 소분해서 담아
당분간 먹을 것만 남기고 모조리 냉동고에 처박는다.
그래봤자 한달여 지나면 다 없어질 ㅎㅎ

대보름 지난 후면 봄나물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니까...
묵은 나물들은 대보름 전에 다 먹어치워야 한다.

슬슬 대목 설장을 봐야하는데 사야할 것들이 뭔고 하나하나 적어둔다.
예전같은 대목장같은 풍경은 없을거고
그냥 사야할 것들만 사고 와야할거같다.

오늘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불때고 나물 씻고 하느라 좀 지쳤나보더라...
점심때를 놓쳐 늦게 먹었더니
식곤증이 그대로 와서 한숨 잤다.

이젠 하루에 서너가지 일은 못하겠다.
하루에 한 가지씩 일만 하도록 원칙을 세워야겠네~
이젠 그런 세월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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