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삼숙이

산골통신 2021. 2. 17. 09:29
























어제 늦은 저녁 죽다.
저녁차릴 무렵 눈을 뜨고 산녀를 빤히 바라보았었는데...
내일은 어찌어찌해서 병원엘 또 데려가봐야 하나...
약을 억지로라도 먹여야하나 밥을 못 먹는데 강제로 먹여야 하나...
고민만 하다가...

병원에서는 감기인듯하다고...
고양이들이 감기로 많이들 죽는다. 꼭 이맘때 겨울을 다 보내고나서...

전에 봉숙이가 새끼 네 마리를 산녀에게 맡기고 갔을때 똘망이만 남기고 세마리가 죽었는데 그때도 같은 증상이었더랬다.

며칠전 흰꼬리가 텃밭 하우스 앞에서 죽어있었는데 아마도 이놈도 그러한듯...
며칠 사이에 삼숙이와 삼숙이 새끼 한 마리가 그리 갔다.

설 전전날 삼숙이가 하루종일 안 보였더랬다.
설 음식 준비를 하느라 바빠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해 찾지 않았는데
뭐 어데 놀러갔겠지 하면서...

큰아이가 삼숙이 안 보인다고... 봉덕이를 데리고 찾으러 다녔다.
산녀도 그제서야 하루종일 삼숙이가 안 보였던걸 깨닫고 있을만한 곳을 찾아봤지만...
하루가 지나서 보일러온수통 뒤에서 발견되었다.
기운이 없이 축 늘어진 상태로...

설연휴에 병원은 다 안 하지...
큰아이가 여기저기 수소문끝에 가축병원 하나 연락이 되어 데리고 갔으나...
주사 몇방 약 처방 그 뿐...
감기라고...
그 며칠 후 삼숙이는 갔다...

꿈인듯 생시인듯...
삼숙이가 죽어있는 아랫채 방에 삼숙이가 그간 낳은 새끼들 11마리가 둘러 모여있는 걸 보고 놀래서
문이 닫혀있는데 어찌 들어와있을까? 두리번두리번...
삼숙이 아프다 죽었다... 전염될지 모르니 니들은 나가라 하고
죄 붙잡아 내보냈더랬다.

그게 어젯밤 꿈이었구나...

모진 바람 억수로 불고 추운밤...
대문을 지탱하고 있던 돌덩이가 바람의 힘에 마구 굴러가는 소리를 내던 밤...

삼숙이를 밖에 두기 싫어서 마지막 밤이라도 따뜻한 구들방에 있어라 하고
숨이 진 삼숙이를 그대로 두었었지.

오늘 아침 삼숙이를 깨끗한 흰푸대에 담아 마당 한켠 꽃밭에 두었다.
땅이 얼어 괭이가 안 들어가니 해 올라오거든 묻어야겠네...

재작년 2019년 10월 초무렵이었나...
시내 볼일 있어 갔다가 가축병원 앞 작은 철망 안에 어미잃은 새끼 고양이 세마리...
온 시내가 떠나가라 울어제끼는데... 차마 발길이 안 떨어져...
눈 딱감고 돌아서 볼일 다 보고 터미널로 가는 길...

차마 그 울음소리가 귀에 쟁쟁 울려...
결국은 먼길 발길 돌려 가축병원에 가서 세 마리를 데리고 왔었다.
그 중 한 마리는 못 이기고 죽고
노랭이와 삼숙이가 살았지.
그 아듬해 4월에 새끼 5마리 낳고 그해 10월에 또 6마리를 낳았다.
아주 다산왕이셔...

봉덕이는 알까...
삼숙이 간걸...
살아생전 그리 애틋한 사이좋은 개와 고양이는 첨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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