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간장 장아찌에 꽂혔다.
산녀야 뭐 있는대로 아무 반찬이나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먹는데
나무꾼은 입이 짧은 건 아닌데 짜고 맵고 얼큰한 걸 잘 못 먹는지라... 아주 입맛이 맑고 심심 담백한 사람이다.
해서 늘 간 맞추는데 신경을 써야한다.
어느해 무심코 깻잎을 간장에 박아놓은 걸 꺼내줬더니 일년열두달 삼시세끼 깻잎반찬에 밥을 먹더라고...
고추가루범벅 양념장으로 한 것은 안 먹으려하고...
그뒤 이런저런 채소들을 간장에 박아두었다가 반찬해주니 참 잘 먹네그려...
그래서 옳다됐다싶어 이제 장아찌만 있으면 일년열두달 반찬 걱정없겠더라구...
그만 꾀가 생겨서리~
눈에 띄는대로 생각나는대로 구해다가 무조건 간장에 박기 시작~
오늘은 우엉이랑 연근을 간장에 박았다.
몽고간장을 말통으로 샀다~ ㅎㅎ
몽고간장 집간장 매실액 식초 멸치액젓 소주 조금~
일대일 비율은 거의 못 지키는듯하고 맛을 봐서 짭잘달달새콤하면 된거다.
끓여서 뜨거운채로 붓기도 하고
그냥 붓기도 하고~
재료에 따라 달리한다.
상추는 끓인 간장물을 그대로 들이부었더니 참 아삭아삭 식감이 좋더라.
삼겹살에 상추대신 상추장아찌 곁들여먹으니 억수로 맛나더라구...
하마터면 텃밭에서 얼어죽었을 상추랑 쑥갓이 고급반찬?!으로 재탄생했다.
어제도 손님밥상에 냈더니 다들 잘 드시더라구...
오늘 담은 우엉이랑 연근도 저녁이면 먹을 수 있을겨~
노상 찬 걱정에 시달렸는데... 세상에서 가장 쉽게 만들 수 있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반찬이다.
이젠 걱정 덜었다.
어제오늘은 그런대로 날이 푹하다.
마당냥이들이 햇살바른 툇마루 아래 나란히 앉아 놀고 있다.
물그릇에는 얇은 얼음만 얼어있어 깨주고
지난 가을에 태어난 삼숙이 새끼 여섯마리 중 한 마리가 죽었고 한 마리가 골골거려 방안에 들여놨다.
에미인 삼숙이는 대책이 없는지 관심이 없는지 방치하더라...
산녀가 괜찮나 하고 들여다보면 기운없이 소리도 못내고 입으로만 아웅... 거린다.
죽은놈은 주목나무 아래 언땅 억지로 파서 묻고 낙엽을 긁어 덮어줬다. 땅이 녹걸랑 더 덮어줘야지.
마당냥이들은 봉덕이밥을 먹고
봉덕이는 냥이들 밥을 먹는다.
각자 밥그릇 따로 있는데도 아랑곳하지않고 줄기차게 상대편 밥을 먹고 산다.
봉덕이가 착한 건지 호구인지~ 지 밥그릇도 못 챙겨서 일어난 일인데... 쟈가 진돗개 맞는지 토옹 모를 일이여...
봉덕이만 따로 맛난거 챙겨줘도 삼숙이랑 아기냥이들이 쫓아오면 슬금 뒤로 물러서서 안 먹는다.
그래서 에라~ 니들 알아서 먹고 살아라 하고
큰 그릇에 개 사료랑 고양이 사료를 섞어서 준다.
간간이 회오리바람이 몰아친다.
햇살은 따셔서 좋은데 바깥일 할 것이 없어
햇살 잘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멍때리고 있다.
산골이웃들은 겨울에 밀린 일 하려고 포크레인 불러 공사를 하더라...
지난 폭우 장마에 막힌 도랑도 보수해야하고 무너진 밭둑 논둑도 쳐올려야 하고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