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매일 바빴다.
뭘 했는지 하여간 일을 했으니 바빴겠지?!
전엔 일 하다가도 사진도 찍고 짬짬이 쉬기도 했는데 우예된 일인지 일 한 사진 찍은 게 하나 없으야...

토요일 김장 날을 잡아놓고 일요일에 비 온다는 소식에 속 한번 상하고...
하루종일 밖에서 일해야하는데 비가 오면 우짜란 말씀?!
그래도 날은 잡혔고 도시장정들 들이닥치고...
미리미리 준비해놓은 일거리들 착착 진행되고~

도시장정들이 밭에 가서 배추 뽑아 실어와서 샘가 마당에 부려놓으면
산녀는 칼로 뚝딱 잘라 다듬어 착착 쌓아놓는다.
한집당 서른 포기씩~
좋은 놈들로만 손질해서
소금물 만들어 디따 큰 통 네 군데에 차곡차곡 넣었다.
밤새 절이고 새벽에 뒤집고 아침에 건져 씻어 물 빼고..

해마다 이맘때면 하는 이 일이 올해는 사람 수가 줄어서 좀 힘들었다.
코로나 덕분에 못 오는 집도 있어서리...

그리고 마을 이장 방송 매일매일 왕왕대고... 면내에 김장하러 온 집에서 확진자가 생겼다고...
온 면내 집집마다 전화를 다 걸어 확인!
김장한다고 하면 언제 몇명이서 하느냐고 꼬치꼬치...
마치 심문하듯~
김장을 못하게는 안 하는데 조심하시라...

김장하는 당일 면사무소 직원 댓명이 들이닥쳐 사진찍고 열 재고 난리난리~
이 무슨 일?!
왜 산녀네 집이 표적이 되었지?!
요며칠 그리고 오늘 다른 집도 다 김장하는데... 다 외지에서 자식들 친척들 모여서 하는데 집집마다 차들이 버글버글인데
왜 우리집만 콕 찍어 조사를 하고 사진찍고 난리여?!
고개를 갸웃~
아무래도 산녀네 집이 외지 손님들 왕래가 많고 또 마을 개털놈한테 미운털이 몇개 박혀서 요주의 인물이 된듯하기도...

그러거나 말거나 김장은 해야겠고
코로나 조심도 해야겠고 바빴다!

그뒤로 죽어라 일만 해서 뭐 적을게 없다.
계속 앉았다 일어났다 무거운거 들고 왔다갔다...
허리는 분질러지고 다리도 아프고
손가락 손목 욱신거리고...

재료는 도데체 몇 가지나 들어가는지 하나하나 준비해서 썰고 갈고 끓이고 등등...
마침내 절여진 배추 씻어 건져 도시장정들은 차에 바리바리 실어 보내고...
홀가분하게 우리집 배추만 남겨두었다.
해마다 배추만 절여가니까 일은 좀 덜었는데 일손이 줄어드니 좀 힘이 들긴 하더라.
힘깨나 쓰는 장정들 둘이나 못와서리...

드뎌 오늘 울집 김장 버무려 담기만 남았다.
재료는 다 준비되어있어서 순식간에 해치우고 뒷설거지하고 들어와 그냥 뻗었다!!!

피곤에 절어 축축 늘어지던 몸이 조금 쉬고나니 살아나...
남은 무로 석박지 한통 만들고
간장무장아찌 한 항아리 담고
그래도 무가 남아 깍두기나 좀 더 담을까 궁리중이다.
그건 내일 하고
지금은 좀 쉽세~

김치냉장고 그득그득 채워넣으니 속이 다 션하다.
묵은지 세통은 일단 다 꺼내서 냉장고에 처박고
대처에서 곧 냉장고 하나 김치냉장고 하나가 내려올 모양이니 나중에 거기다 보관하면 되겠지.

일 하다가 왜 한국사람은 배추갖고 이렇게 먹을 궁리를 했는지 원망도 좀 들었고
누구누구는 얻어묵는 좋은 팔자를 타고났는데 왜 산녀는 마구마구 만들어 퍼주는 팔자인고~ ㅎㅎ 푸념도 하다가...
다 마치고나니 암 생각 안 들대...
글치 뭐~

아기냥이 여섯마리는 잘 크고 있다.
삼숙이가 사냥해온 큰 쥐 한 마리 털가죽하고 다리 꼬리만 남기고 싹 먹어치우는 먹성도 보이고!
산녀만 보면 맛난 간식 달라고 쫓아댕기는데 막 발에 밟힌다...
흔들그네가 냥이들 차지가 되곤 했는데 요즘은 봉덕이가 자꾸 올라간다...
아무래도 아궁이가 있는 정짓간을 냥이들에게 뺏겨서 그런지...
요즘 냥이들하고 경쟁이 심해 사이가 쪼께 안 좋다 ㅎㅎ

산밭 돌탑은 다 완성이 되었고 남은 마무리 몇개만 더 하면 된단다...
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밥해야하니께!

이제 남은 일은 남은 무 배추 저장하고
배추 우거지 매달고
꼬마비닐하우스 만들어 상추 월동시키고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화분들 모두 비닐하우스 안으로 옮겨두고
양파밭 마늘밭 하얀 부직포 덮어야하고
무배추밭 비닐 걷어야하고
마당 수도 네군데 뽁뽁이로 싸두어야 하고 지하수 모터도 살펴야 하고

등등등 자잘한 일들이 남았다.

이번주 내내 다 해치우고
들앉아 구들장 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