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밥상 차리는 일이다.
다른 일은 뭐 도무지 할 수가 없다.
짬짬이 손을 대보려고 해도 금방 도로 정짓간으로 들어가야 하니...
아침 점심 저녁 준비에 완전 올인이다.
조리하고 차리고 먹고 치우고 하는데 한 끼니당 걸리는 시간이 3시간 정도...
세번이니 하루에 9시간 꼬박...
밥 먹을 때 외엔 노상 서서 종종거리며 해야하니 하루에 9시간을 서 있다고 보면 되는거다.
이건 농사일 보다 더 고된 일이다.
산녀보고 식당하면 좋겠다고 옆에서 자꾸 쑤시는 인간들이 몇 있는데
달랑 몇 사람 밥상 차리는 일도 이러한데
수십 수백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식사를 매일매일 감당하라고?!
오우 노!!!
절대 사양하겠어!!!
오늘로 일주일째 삼시세끼 차리는데 기맥히더라구...
그냥 우리 식구 먹을 거면 대충 이러구 저러구 해먹고 마는데
이건 일꾼밥상을 차려야 하는 일이니 신경이 엄청 쓰인다구...
대농 농사일 하는 사람집에는 십여 년 전부터 들밥이라고 전문식당에서 배달시켜 먹는다.
사람 하나 부엌에서 밥하면 상일꾼 하나 일 못하는 게 되니
요새같이 일손 부족한 때 손 많이 가는 밥은 식당에서 해결하는거지...
근데 우린 뭐 대농도 아니고 거시기... 그냥 산녀 혼자 뺑이질 쳐야지 뭐...
오늘은 잠깐 시간이 나서
밭일 조금 하고 삽질 조금 하고 들어왔다.
마당냥이들하고 봉덕이는 늘 왔다갔다 챙겨주는 산녀가 도무지 정짓간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안 하다가
오늘 좀 나오니 좋아서 들고 까불고 날뛰더라...
맛난 캔 하나씩 앵겨주고 좀 놀아주고 왔다.
내는 절대 식당 안 혀~
이건 중노동이여...
돌탑은 제일 큰 거 하나 다 쌓았다고 한다.
양쪽에 작은 돌탑 하나씩 쌓으면 끝난다고 하는데
그러면 앞으로 열흘 정도 더...
근데 뭘 해줘야 하나...
노상 그 반찬이 그 반찬이고 그 국이 그 국이다...
메뉴 고민하는게 제일 큰 일이다.
식당같이 딱 정해져 있는 거면 걱정이 없겠다...
텃밭으로 하우스로 막 돌아댕기며 찬거리 찾아 헤맨다...
오늘은 무싹을 솎아내어 겉절이 하고
삼동추 뿌려놓은게 좀 자랐길래 그놈들도 솎아 겉절이 하고
풋고추 좀 따고 깻잎 따고 오이랑 가지랑...
쪽파가 자라올라오던데 좀 있으면 뽑아먹어도 될듯...
일꾼들이 감자전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저녁마다 감자 갈아서 전 부치느라 일거리 하나 더 늘었다.
이제 밥상 다 차려놓고 잠시 시간 나서 앉아있다.
폰이고 컴이고 킬 새도 없고 들여다 볼 새도 없다...
무념무상...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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