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그칠 줄 모르는 비 비 비...

산골통신 2020. 8. 12. 14:41

저 큰 전지가위가 여엉 쓸모가 있네그랴~

양손으로 잡고 가위질 하기가 좀 걸리적거리고 손에 안 붙어 팽개쳐두기 일쑤였는데

어느날 비는 매일매일 오고 풀은 마구마구 자라고 호랭이 새끼칠 정도로 어마무시해졌을때...

 

나무꾼은 바깥일에 허구헌날 바쁘고... 예초기로 저 마당 풀 좀 쳐줬으면 했지만~

또 난데없이 목디스크에 오십견이 왔다네... 병원 다니느라 바쁘다.

거기다 뭔 말을 더 하리... 그만 입 다물고~

마당으로 나가서 저 전기가위를 들었다.

 

조금씩 해보자 싶어 봉당 앞에서부터 시작했다. 하다보니 그것도 스트레스 해소꺼리가 되네그랴~

이놈 저놈 싹뚝싹뚝!!!

이짝에도 저짝에도... 선머스마 이발하듯이~

나온 풀들을 갈퀴로 긁어다 저어짝 목련나무 뒷편으로 쳐무지고~

아기냥이들 이거 뭐냐고 마구 달려와 참견한다.

마른 날이었으면 푹신푹신 풀더미가 애들 장난감 놀이터가 되었을텐데 푹 젖어서 다들 관심을 안 보인다.

이래저래 땀바가지 흘리며 해놓으니 그럭저럭 봐줄만하네.

조막만한 마당도 관리가 힘들어 이모냥이니... 차라리 드넓은 잔디마당이었으면 잔디깍는 기계로 들들들 밀고 댕겼겠지..

차라리 그게 더 나았으려나... 이건 잔디밭도 아니고 그냥 풀밭이여~

 

하다하다 또 비가 퍼부어서 철수~ 뭔 일을 못햐!!!

그래도 말끔하니 좋네!  이짝 댕기는 마당만 하고 저짝 마당은 못했다.

 

어제 딴 고추밭이다. 억수로 비가 퍼부어서 일하다말고 피신~

사진을 찍어보이 마구 흔들리고~ 반도 못 땄는데 워쪄~

다시 날이 맑아져 또 따러간다.

멀리서 보면 시뻘건 고추밭... 가까이 가서 보면 이거 뭐꼬?

빨갛다싶어 고추를 따려 만지면 물컹... 축 떨어진다.

99%가 그러하다... 고랑고랑 성한 고추가 별로 없다. 전멸이다...

그러했다...

밭 앞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창고가 하나 있어서 따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으면 그 창고 처마에 가서 쉬었다가

또 비가 어지간하면 또 겨나와서 따다가... 한참 했다.

그래도 어제 그 악천후 속에서 고추를 딴 것은 참 잘했다!!!
참 잘했어...
또 비가 퍼붓는다.
만약 오늘낼 비 그친다니 그때 따면 되지 하고 미뤘다면 이나마도 못 건졌을게야...
아직도 욱신거리는 내 팔 어깨를 토닥토닥해준다...

 

고추꼬라지가 저게 뭐냐? 그나마 좀이라도 멀쩡한 애들이 저렇다... 평소같으면 다 버릴...

저거 잠방에 널어놓고 다시 밭에 가서 세 바구니 더 따왔다. 총 열 바구니...

따는 것도 일이지만 운반하는 것도 일이라...

양손에 바구니를 들고 오다가 외발수레를 끌고가서 마저 갖고 왔다.

농사일은 타이밍인데~ 일손 있을때 하기가 참 그렇다. 

쉬어가며 일하라고... 일손 있을때 하라고... 도와주러 가겠다고 하지만

농사일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때그때 닥치는대로 해야한다.

 

그러니 산골이웃들이 우비 떨쳐입고 그 퍼붓는 비를 맞으며 밭에서 살지...

재난방송 스피커에서 이장이 오늘도 방송한다.

농사는 내년에 지으면 된다고... 몸을 건사하라고... 인명피해 나면 안된다고...

옳은 말이긴 한데... 눈으로 보고 그러하진 못하지... 그러는 이장님 당신도 밭에 나갔다와서 방송하신다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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