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내재주로는...

산골통신 2020. 5. 28. 11:17





이게 가지껏이다...
내 재주가 미천하야...
그냥 되는대로 텃밭에서 뜯어와 밥상을 차린다.

손님이 오신다.
일하다말고 서둘러 밥솥에 쌀을 앉히고 점심 밥상을 차린다.
미리 연락을 주고 와도 이러나저러나 밥상은 매한가지지만 ㅎㅎ

마침 어제 고춧잎을 뜯어서 그거 데쳐무치고
열무순이 아직 어리지만 뜯어서 겉절이하고
정구지가 좋길래 겉절이 좀 하고
첫 풋고추에 상추에 깻잎에...
된장국에 고등어자반에
삼겹살을 사왔길래 그거 좀 굽고...
끝...

한참 동동거려 대충 준비를 마치고 쉬는 참이다.
점심때까지는 약 1시간여 남았으니 밥솥 불은 이따 올리면 되고
......

어젯밤 새벽에 지네한테 목덜미를 물렸다.
엄청나게 크더라... 보던 중 가장 큰 놈이었어...

잠을 설치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몸이 먼저 위기를 감지하고 깨웠나보더라...
분명 문 것 같았는데 이놈이 안 보여...
방 안을 샅샅이 뒤져봤는데도 없어...
무심코 베개를 쓱 들으니 거기에서 뽈뽈 기어나오네 ㅠㅠㅠ
냅다 파리채를 들고 사정없이 쳐버렸네...
이놈아! 어디 날 물어서 니한테 득이 되는게 있더냐?! 왜 무냐?!

집이 오래되다보니 별게 다 들어온다...
몇년 전엔 뱀도 들어오다 문에 치여죽었으니 말 다 했지...

설친 잠 더 설쳐서 비몽사몽을 해매다가 다시 잠이 든 모양이다.
온갖 꿈이란 꿈은 다 꾼듯...

몰라... 밤새 안녕이라고...
닭집엔 또 사단이 났다.
산녀가 밤새 설치는 동안... 족제비가 만찬을 드신 모냥이여...

새로 지은 병아리집 병아리 8마리 몰살~
흔적도 없더라...
엄마닭 두 마리가 허둥지둥... 왔다갔다...
문을 열고 내보내줬다...

족제비가 어디로 들어왔을까는 또 미스테리로 남았다.
소식을 들은 나무꾼... 승부욕이 발동... 기어이 찾아내 다시 만들거다...
산녀는 의욕상실...
이제 닭 안 키워!!! 라고 소리쳤다...

어제오늘 심신이 롤러코스트를 탄듯하다...

당장 손님들이 왔으니 대접은 해야하고...
맘은 어수선하고...
대충 차린다해도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

뭐 그렇다...

......................................

손님들이 가셨다.
한숨 돌리고 앉아 물 한 잔 마시며 쉬고 있다.

어린 열무랑 얼가리 배추 한바구니 솎고
곤드레나물 해먹는다기에 다 베어서 담아주고
상추랑 고춧잎 담아주고...
쌀방아 한 푸대씩 찧어담아주고~

역시 임자는 따로 있나보다.
나물들이 좋길래 어데 생각해둔데 보낼까 했더니만
오늘 오신 손님들이 가득가득 실어가시네...
뭐 여기 가나 저기 가나...
잘 드셔주면 고맙지!!!

손님들중 혈육 하나가 재미있는 게
심고 가꾸는 건 산녀가 다 했는데
마치 자기가 한 것인양~ 자랑을 하더라~ ㅋㅋㅋ
한소리 할까 하다가 냅뒀다 ㅋㅋ
그런 재미에 오는 거지 뭐~ ㅎㅎ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고지고 심고 또 심고...  (0) 2020.06.01
뭐든 발가는대로 일한 날~  (0) 2020.05.29
고추순따기~  (0) 2020.05.26
뭐 쫌 아는 봉덕이~  (0) 2020.05.25
세번째 김메기  (0) 2020.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