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없는듯 해도 늘 할 일은 있다.
오늘은 뭘 하지? 라고 고민을 조금은 해도 잠시 뒤면 열나게 일에 몰두하고 있드라구...
하여간 뭔가를 늘 하고 있다는 거지.
요며칠은 닭집보수에 열을 올렸다.
사건 현장을 그대로 두고 나무꾼 왔을때 보여줬다.
분노한 나무꾼...
그즉시 탐색에 들어가다.
산녀는 아무리 살펴봐도 어디로 들어왔는지 모르겠던데 나무꾼은 얼마 안지나 소리를 쳐 부른다.
열나게 뛰가보니 여기 여기 저기 저기 보란다.
역시나... 보는 눈썰미가 다르구나...
닭장 안 오래된 철망과 비닐 등등에는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는데
유독 나무꾼이 가리킨 그곳들에는 말짱 깔끔하더란...
그간 숱하게 그곳으로 드나들었다는 ㅠㅠㅠ
우리는 철망을 너무 신봉했다. 그야말로 맹신 수준이었더랬다.
비닐하우스지만 안에 철망을 쳤으니 못 들어올거야~ 라고 믿었지만 비닐이 오래되어 찢어지거나 산짐승의 발톱에 입에 찢어진 뒤에
그 철망의 빈틈... 그 사이를 뚫고 들어올 줄이야...
끊임없이 그 빈틈을 찾아댕겼을 그 산짐승들...
총 세 군데 통로를 만들어두었더라...
예리한 나무꾼의 눈썰미에 발각된 곳~ 그냥 숱하게 보고도 지나친 곳들...
참 한심하고도 놀라웠다.
하루 날잡아 어제 대대적으로 보수에 들어갔다.
철망을 두 마끼 갖다가 놓고 철사 결속선 가위 끈 갖고 가서
느슨해진 그 철망들의 틈을 일일이 덮고 메꾸고 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
병아리육아실은 이제 안전하다.
이어 큰닭들이 사는 곳을 세밀히 살펴보고 구석구석 의심가는 곳들을 보수했다.
철망이 모자라 더 구입을 하고...
양손가락이 아프도록 결속선 철사로 묶고 또 묶었다.
누군지 모를 그 산짐승은 구멍이 좁아 엄마닭을 물고가진 못했고 구석진 자리에서 며칠을 뜯어먹고 있었던 모냥이라...
전날 안 보이던 똥까지 싸놓고 말이지...
나무꾼이 보더니 이건 개똥수준이라고... 큰 짐승이라고...
병아리 아홉마리를 다 잡아묵고 엄마닭까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며칠에 걸쳐 얌냠 먹어치우고...
이짝 구석진 곳에서 알품고 있던 예비엄마닭은 그 다음에 잡아묵을 심산이었나...
이제 우짜니~ 이젠 들어올 구멍이 죄다 막혔는걸~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먼데 사는 지인에게 이야기헸더니 그짝도 족제비에게 두 차례에 걸쳐 스무마리나 상납하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닭장을 고쳤단다.
철망도 소용없더란다. 물어뜯고 침입하더란다...
그래서 샌드위치판넬로 막았더니 그뒤론 괜찮더라나...
닭장 울타리를 보수하던 나무꾼 좁은 하우스 뒷길로 다니다가 풀섶에 발을 헛디뎌 비탈 낭떠러지로 미끄러져 구르다...
급히 나무를 잡았으니 썩은 나무였다나...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놀래서 뛰가니 다친 곳은 없어보이나...
이젠 나이가 나이니 순발력이 떨어져 그랬다고 속상해하더라.
산골에는 평지가 별로 없다.
온통 오르막 내리막만 있을 뿐..
해서 항시 조심헤야한다.
산밭엔 앵두꽃 벚꽃이 만발이다.
멧돼지가 좋아하는 복사꽃에~ 꽃잔치가 벌어졌다.
매화가 진 뒤 이어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세상사 모든 것이 피고지고 그 외 다른 것이 있더나...
날씨가 따뜻해져 약 보름 정도 이른 시기에 산나물들이 지천으로 올라온다.
곡우무렵에 먹을 수 있던 나물들이다.
밥상이 온통 풀떼기로 가득찼다.
김치가 찬밥신세가 되고
나날이 새로운 나물들 맛보기 바쁘다.
머구를 한 바구니 뜯어와 데쳐 무쳤다.
곰취곤달비도 데쳐서 무치고
눈개승마도 부지깽이도 가시오가피도 엄나무순도 두릅도...
모두모두 데쳐서 무쳐 먹는다.
땅두릅을 딸 시기를 놓쳤다.
닭장 보수하느라 그짝으로 갈 정신이 없었다.
산나물들은 그 짧은 시기를 놓치면 이듬해로 넘겨야 하는 그런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래서 귀한 대접을 받는지도...
오늘은 무슨 일을 할까...
산골살면 할 일 없어 심심해 죽지는 않을 거다.
비닐하우스 안 나물 모종들이 자라 이제 이식할 정도가 됐다.
비가 좀 오면 때맞춰 심으면 되는데 좀 가물다...
천상 물을 주고 심어야지...
이제 바쁜 사월이다.
고추 심을 준비를 해야한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들의 잔치... (0) | 2020.04.07 |
---|---|
감자싹이 내밀다... (0) | 2020.04.06 |
몰살... (0) | 2020.04.05 |
알품는 계절~ (0) | 2020.04.02 |
봄날 이런저런 풍경들... (0) | 2020.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