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알품는 계절~

산골통신 2020. 4. 2. 10:52

 

 

 

 

 

 

 

역시 봄은 좋은가보다.

암탉 두 마리가 며칠 전부터 알둥지에 죽치고 있길래 유심히 지켜봤지.

이놈의 끈기와 인내 성실 성의가 어느정도인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암탉이 알을 품으려고 발동을 걸기 시작하면 알을 안 낳는다.

그간 낳은 알들을 품으려고 둥지를 탐색해서 들어앉아 꼼짝을 않지.

 

다른 암탉이 낳은 알들을 꺼내려고 둥지 안에 손을 들이밀면 마구 쫀다.

꼭꼭꼭~ 소리를 내며 경계를 무수히 하며 사나워진다.

그럴때는 절대 얼굴을 가까이 대면 클난다.

자칫 눈을 쪼일 수 있으니까!

손등이야 뭐 멍들고 마는데...

 

사흘간 알을 뺏았다.

한 놈이 가버렸다~

한 놈이 남았다.

 

사흘 지나 어제 닭집 알 꺼내고 문닫으러 갔을 때

알둥지 앞에 쪼글치고 앉아 한참을 암탉과 눈쌈을 했지.

이놈을 어케 병아리육아실로 옮겨야하나...

매해 봄이면 겪는 실랑이...

 

어제 낳은 알 열두 개를 육아실 빈둥지에 짚단을 깔고 그 위에 올려두고

가짜알을 품고 있는 암탉은 이따가 야심한 밤에 옮기기로...

 

깜깜밤중에 후레쉬 불빛 비춰가며 닭집에 올라가

암탉을 조심히 안아들고 옮기는데...

이놈의 암탉이 중간에 꽥꽥 소리를 질러 발버둥 ㅠㅠ

서둘러 육아실 알둥지 안에 놓아주었으나 도망가...

부랴부랴 육아실 문을 닫고 잠시 기다렸지...

 

먼저 깐 엄마닭이 병아리를 품고 앉아있는데

그 주위를 암탉이 겁먹고 돌아댕기네...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걸 보고 일단 철수~

 

담날 아침 올라가보니

ㅎㅎㅎㅎㅎㅎ

자알 품고 앉아있네!

역시 본능이여!!!

알 12개 들어있는 알둥지를 보고 이게 웬 횡재냐 했겠지~

얼른 들어가 품었겠지~ 빼앗길새라!!!

 

그랴 오늘부터 니는 1일이여!!! 21일간 자알 해보자!!!

저건너 아지매 병아리 예닐곱마리 달라는거 줄 수 있겠다!!!

 

알품는 암탉이 얼마나 알집착이 심하고 집요한지

그간 가짜알을 품고 있었는데 산녀가 냅다 들어 옮기는 와중에도 그 가짜알을 발로 끌어안고 같이 간 모냥이여...

둥지 바깥에 가짜알이 하나 떨어져있어 ㅎㅎ

 

요즘 노랭이가 참 재미난 행동을 한다.

산녀 어디 갈 때마다 쫓아오는 거는 뭐 그려려니 하는데...

그전 똘망이가 노상 그러면서 컸으니까!

이놈 똘망이녀석 봄날 데이트 하느라 바쁜가벼!!!

 

근데 이놈 노랭이... 집 멀리 가면 쫓아오다가 멈춰 울어...

마치 엄마 어디가~ 나 데리고 가~ 이러면서 울듯이...

어제도 산밭 가는데 중간까지 쫓아와 우는 통에 돌아보고 돌아보고...

일 다 하고 집에 오는 길에 어데서 툭하니 달려와 아웅! 소리를 낸다.

니네 엄마 어디 안 간다 이놈들아!!!

 

삼숙이한테 신상문제가 생긴듯하다...

새끼를 가진듯...

그때 언제인가 얼룩이가 찾아와 같이 놀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첫발정이 난 때였던거 같고...

지금 삼숙이 배가 조금 빵빵하다...

아직도 어린 새끼같은데... 아기가 아기를 가진 그런 기분이다.

자꾸 산녀 곁을 파고들고 험한 장난을 안 하는 걸 봐서는 맞는 듯...

새끼적에 구조가 되어 사람 손을 타며 자란지라 아마 새끼도 집 근처에 낳을듯 싶은데...

조만간 고양이 천지 되겠군!!!

 

나른한 봄날이다.

요즘 산골이웃들은 고추밭 깨밭 장만에 분주하다.

 

어제는 텃밭 구획정리 좀 하고

풀 좀 뽑고 쌀방아나 좀 찧고 그랬다.

 

오늘은 뭔 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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