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방티연못에 살얼음이 얼었고
뜰아랫채 지붕이 허옇게 서리가 내렸다.
새벽에 추웠던지 내도 모르게 이불 뒤집어쓰고 자고 있더만...
비닐하우스 고정시키는 보수작업을 더 해야하는데 사철이 없어서 찾다가 그냥 차일피일 미뤘는데
바람불 때마다 겁나~
다행히 오늘 산밭 갔다가 구석탱이에 버려져 있던 쓰다남은 사철을 발견~ 냅다 갖고 왔지!
사철은 꼬불꼬불한 철사로 비닐하우스 양옆을 고정시키는데 쓴다.
아침 한나절 양옆 쫄대 같은 곳에 사철을 꾸겨박느라고 한참 일했다.
이제 비닐하우스 날라갈 일은 없다.
처음 비닐을 씌워준 사람들이 그 작업을 빼먹고 간 겨...
비닐 쓰워 달라했더니 비닐만 씌워주고 갔던거였어...
내는 뭐 설마하니 날라가랴... 방심했고... 설마가 사람잡았으 ㅋㅋ
모종판에 노각오이 씨앗을 분명 부었는데 여엉 싹이 안 터...
하도 궁금해서 꼬챙이로 뒤적거려 봤더니 암것도 없네?! 뭔일?!
이상하다... 분명 모종판 하나 묻었는디...
씨앗통을 들여다봐도 줄어든게 확연한데...
다 썩어문드러져 없어진겨?! 그런겨?!
기맥혀서 다시 모종판 갖다가 오이씨앗 네 판 넣었다.
하는 김에 호박씨앗도 세 판 넣고
아무리 생각해도 기맥히다...
집 주변 자잘한 밭들 풀을 뽑아줬다.
큰 밭에는 손이 자주 가지만 자잘한 곳에는 눈이 잘 안 가...
작심하고 그런 곳만 골라 밭을 매줬더니 좀 훤하네...
더덕순도 취나물순도 참나물순도 열심히 올라온다.
덩달아 잡풀들도~
상추씨앗이 날라왔는지 예닐곱 포기 밭 여기저기 자라길래
주변 풀 정리해주고 나중에 비오는 날 옮겨주기로 했다.
이 겨울에 안 죽고 버티다니... 올 겨울이 안 춥긴 했나벼...
뒷골밭에 무심히 돌아보다가 가시오가피 나무가 초록초록혀~
멀리서 보다가 얼른 뛰갔네~
벌써 순이 이리 나오면 우짜자는갸~
들고온 보자기도 없고~ 급한 김에 목에 둘렀던 목토시 벗겨 거기다 오가피순을 따담았다.
얘도 가지 잘라다 삽목해놔야겠다.
산자락 밑 할매가 만들어두신 약샘 우물...
할매가 말을 내고 비용을 내서 마을에서 다같이 만든...
산사태가 나서 그대로 묻혔는데
그 이웃 전답을 사서 들어온 외지인이 그 물을 사용하는가벼...
샘에 연결된 묻혔던 호스를 파내어 물이 흐르도록 해뒀더라.
비록 내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고맙더라...
생전 할매 그 약샘 물이 아깝다고 비용들여 복구를 했는데
오갈데없어 빈집에 살던 어떤 모녀...
지금은 돌아가시고 떠났지만...
사는동안 마실물이 마땅찮아 저 약샘물 길어다 먹었었지...
그리곤 잊혀졌는데
몇년전 이웃 전답을 사서 들어온 외지인이 잘 사용하고 있더라...
지하수를 파지 않는 이상 산자락에 물이 있을리 없는데
할매가 만들어놓은 샘이 있으니 좋지 뭐...
마을에서 뭐라 하지도 않을거고...
약샘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그 물은 참 좋은 건데...
언제적인가 그 샘 만들기 전에 옹달샘이었을 적에
산녀 미친 척하고 그 옹달샘을 청소를 했지!
바가지 하나 들고 그 물을 죄다 퍼냈더랬어...
개구리 도룡뇽 가재 난리가 났었지 뭐... 이리 튀고 저리 뛰고
내는 그 밑바닥이 궁금했었거든... 물이 어데서 솟는지...
참내 별게 다 궁금한 엉뚱한 산녀~
그 여름날 팥죽땀 흘리며 파낸 결과...
산녀는 봤지!!!
옹달샘 그 밑 바위 틈에서 퐁퐁퐁~ 솟아나는 물줄기를...
금새 샘이 차오르는 그 광경을...
아이들 어렸을 적에는 그 물 약수통에다 담아갖고 오기도 했는데
이젠 뭐...
하루 일 한 것도 별로 없는데
하루 해가 다 갔다.
오다가다 논두렁에 피어난 제비꽃을 보고 감탄 또 감탄...
병아리들 보려고 엄마닭에게 손등 숱하게 쪼이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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